촛불이 앞당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가 정권 교체를 넘어 우리 삶의 긍정적인 변화로 귀결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노동환경의 개선이다. ‘근로’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이번 호 본지에서는 메이데이와 대선을 맞아 주요 후보들의 노동 관련 공약, 그리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보았다.

대선후보 노동 관련 공약 비교

일자리 창출 문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13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공공부문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 개)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시된 공공부문 일자리 중 실제로 증가하는 일자리는 17만 개에 불과하다는 점(나머지는 민간에 위탁, 혹은 용역을 준 일자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부풀려진 공약”이라는 지적이 있다(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 눈으로 본 2017 대선｣ 참조). 또한 법정노동시간 준수, 연차휴가 소진 의무화 등의 방안이 임금삭감이나 노동시간 유연화의 명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더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을 높여야 한다는 관점을 취한다. 이에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 고용보장계획’을 내놓은 것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보다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전문직 확충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적용(3%→5%, 공공기관 및 300인 이상 민간기업)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우선 심 후보는 2005년 이후 증가한 취업자의 42%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고용 비중이 5.4%에 불과한 사회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5년간 단계적 확충), 보건, 교육 등 공공부문 전문 일자리 창출과 시·군구의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통해 임기 내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그 비율이 상향 조정된 청년고용할당제를 적용해 약 24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하고자 한다. 재원 충당 방안으로는 법인세 25% 회복, 사회복지세 신설, 금융소득 세금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다른 대부분의 후보와 달리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개입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책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상시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문 후보도 인지하듯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를 초래한 악법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며 비정규직의 도입·확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민주당의 과오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용사유제한’에 동의를 표했다는 점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공동고용주 책임’ 명시 등의 공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경우 비정규직 양산을 입구에서 차단하는 ‘사용사유제한’ 도입보다 ‘출구규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노동계는 이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우선하며 제시된 ‘직무형 정규직 도입’은 차별직군 창출에 불과하다는 점, 근본적인 처우 개선보다 정규직에 한정된 지엽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비판된다.
  심상정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을 받는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사용사유제한 도입 ▲공공기관 및 대기업 즉각 정규직 전환(약 20만 명, 중소기업에는 단계별 적용 및 정규직 전환 예산 지원 확대) ▲업종별 임금산정 가이드라인 설정(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불법파견 및 외주화·도급화 금지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 종합적인 접근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노동계의 평이다.

노동3권의 보장 문제
  한국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일자리 창출이나 비정규직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노동3권의 보장과 확장 문제이다. 지난 20년간 노동유연화가 진행된 요인은 제도 개악뿐 아니라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3권 제약 등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난 1월 참석한 한 정책포럼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대통령이 직접 이루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참고 사례로 제시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노조가 대규모 양보교섭을 통해 고용이나 신규투자 유치 등을 확보한 슈투트가르트, 볼프스부르크 모델을 벤치마킹한 일자리 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까지 실질적 성과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동조건의 하락 ▲기업에 대한 특혜정책 ▲한국의 경우 독일과 달리 ‘바닥을 향한 경쟁’을 저지할 만한 노조 조직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오히려 노동조건 저하를 강제하는 타협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비조직 노동자를 위한 ‘노동회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관변단체로 귀결되기 쉽고 노동조합을 우회해 허구적인 노사정 합의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한편 기사 마감 직전인 현재(4월 24일), 원내 5당 후보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10대 공약에서 노동3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서 “노동인권 및 직업윤리교육 강화” 정도를 제시했고, 지난 24일 발간된 공약집에서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한해 “노동조합 가입배제 범위의 타당성 재검토” 등이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아직 공약집을 발간하지 않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이와 관련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근로기준법｣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기존 5인 이상)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등 포함하는 ILO(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 비준 및 관련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교사, 교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및 정치활동 보장 ▲근로감독관 2배 증원 및 노경합동수사처 신설 ▲노조설립 신고제 개혁(접수 즉시 증명서 발금) ▲산별교섭 위한 사용자단체 구성과 교섭 의무화 및 단체효력의 산별 전체 적용(미조직노동자 보호) ▲공격적인 직장폐쇄, 손해배상·가압류, 불법적 대체인력 등 파업권 침해 행위 금지 등 비교적 본질적이고 종합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민주노총은 노동자 경영참여의 일환으로 제시된 ‘노사공동 결정제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왜곡과 세부 실현경로 등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4: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