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조교 사태’ … 조교 근로자성 인정투쟁 난항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정욱 전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동국대 총장과 이사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조교가 받아야 할 ‘임금’을 ‘장학금’ 회계로 배정하여 지급해온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동국대학원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국대 대학원에서는 등록금이 10년간 24.03% 인상되는 동안 행정조교의 월급은 130만원으로 동결되어 왔다. 이번 고발조치는 그간 동국대 원총이 중심이 되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조교 처우 개선 요구가 학교 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택된 최후의 방안이었다.
지난 2월, 동국대 측은 조교들에게 개별적으로 ‘확인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 확인서는 ‘고발조치로 인해 총장을 비롯한 학교의 관계자들이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으며, 본인을 고발대상자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확인서 작성 여부가 신학기 조교 채용 및 해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학교 측은 “불공정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동국대 당국은 △조교가 노동자로 인정될 시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므로 조교 본인에게 오히려 손해가 크다는 점 △국민연금은 만 65세 이상이 되어야 수급 가능하기에 재학생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점 등을 들며 조교를 회유하고자 시도했다. 여차하면 행정조교 제도 자체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식의 위협도 가해져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동국대 당국은 앞으로 조교를 노동자로 인정할 것이며, 퇴직금·연차휴가·추가근무수당 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구체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에 따라 조교 운영 제도가 개편되었으나,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원생이 지원할 수 없는 ‘행정인턴’이 새롭게 출범한 한편, 기존 행정조교를 대신할 ‘(신)교육조교’의 선발인원은 기존 대비 80%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대학원생이 조교로 채용될 기회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기존의 교육조교와 연구조교를 대신하여 출범한 ‘(신)연구조교’의 경우 학기당 253만원의 장학금을 지급받도록 되어 있어, 여전히 조교 근무를 통해 학비만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학과별로 한 명씩은 배정되었어야 할 조교 인원까지도 감축되어, 한 명의 조교가 둘 이상의 부서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서정호 씨는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학교 당국과 ‘대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국대 대학원 학생대표자 측에서는 총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현 조교 사태에 대응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5일, 동국대학원신문사는 ‘조교 문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현 동국대 조교 사태를 비롯하여 각 대학의 조교노동 실태를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문제의식 하에 <인문학협동조합>, <혜화동 인문학노동자들> 등의 참여단위와 각 학교 전·현직 조교가 참석했다. 이 날 좌담회에서는 조교노조의 결성이나 조교의 노동관계를 정식화할 교내 기구 설치 등의 대안이 제기되었다. 최은혜 씨(인문학협동조합/고려대)는 대학원생 조교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조교가 근로자로 인정될 시, 국가 연구 사업 등의 지원혜택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수혜 대상자를 ‘전일제(전업) 대학원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근로자로서의 조교의 위상’과 ‘연구 지원’이 공존 가능한 대안적 제도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국대 조교 사태는 조교 근로자성 인정을 둘러싼 논의의 편폭을 넓혔다.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는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보다 넓은 범위의 제도적·환경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 반재영 기자 qkswodud1044@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8 19: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