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일문학과 박사학위논문
김정은

                                                                 17-20세기 한일 여행문화 비교연구

본고는 한일 양국의 여행문학의 토대가 되는 종합적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전제로 전근대와 근대를 아우르는 통시적 시각에서 고찰한 연구이다. 이를 위하여 양국의 행정체제, 지배층인 유학자, 대중적 여행의 발달, 벚꽃에 대한 태도, 철도에 대한 반응이라는 5가지의 테마를 통해 양국 여행문화의 특징을 제시한다.
  한일 양국에서 자의에 의한 여행이란 전통적으로 풍류를 추구하는 행위를 수반하였다. 두 나라의 여행자들은 속세를 떠나 수려한 경관 앞에서 시를 읊어 감상을 표현해 왔으며, 이로 인해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또한 그러한 감상을 글로 옮겨 타인과 함께 느끼고자 하였다. 여행을 통해 풍류를 추구하는 것은 여유가 필요한 취미였다.  
  여유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여행은 근대 이후의 ‘관광’에서는 찾기 힘든 요소이다. 관광에는 신속하게 많은 양의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의 패턴화를 통한 안정된 즐거움이 있다. 이러한 신속함과 세속적인 즐거움은 기존 여행의 풍류적 멋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근세의 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발달이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서민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여행자로 등장하고 그들의 여행이 즐거움으로 변화하였을 때 대중적 관광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민들의 여행 양태는 경제적 기반의 발달과 함께 근세 양국에서 모두 성장하던 움직임이었다.
  다만 일본의 에도(江戸)시대의 경우, 참근교대(参勤交代) 제도로 인한 도로와 숙박의 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던 상태였고, 막부(幕府)도 인정할 수밖에 없던 이세(伊勢) 신앙의 힘으로 서민들의 여행이 발달하기가 수월한 환경에 있었다. 따라서 근세 시기 ‘관광’의 세속적 즐거움은 조선보다 일본에서 두드러진 발달 양상이 전개되었다. 여행의 기회를 드물게 얻을 수 있었던 일본 서민들은 풍류의 추구보다는 비용이 허락된 일정 안에서 되도록 많은 명소들을 소화해내기를 원하였으며, 많은 사람이 여행에 나섬으로서 패턴화되고 대중화되어 갔다.
  근세시기 양국에서의 여행문화의 차이는 구한말 시기에 여행이 철도의 신속함과 만났을 때, 그 대응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조선이라는 공간에서 세계열강들이 철도 부설권을 두고 이권경쟁을 벌일 때, 당사자인 조선은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힘만으로 신속한 철도와 시스템화 된 여행업을 도입하기에는 노하우와 자금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의 여행문화는 느림의 미학인 풍류 여행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나아가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속도를 중요시 여기는 대중적 관광이 조선보다 발달되어 있었기에 세계의 속도에 적응하기가 용이하였다.  
  이상과 같이 근대적 관광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조선이 일본에 비해 지체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들은 신문물을 비롯한 일제의 제도에 빠르게 적응하였다. 1920년대 이후 창경원의 벚꽃 관람객수와 각종 박람회의 입장객수는 다수의 조선인이 여가 문화를 즐길 정도의 여유를 갖게 되었음을 나타내 준다. 1930년대에는 단체여행과 수학여행을 중심으로 철도를 이용한 여행이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다. 1930년대 후반에는 일제강점이라는 부정적 현실을 한탄하는데 머물지 않고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미래지향적 삶을 모색하고자 하였음을 벚꽃과 철도 관련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감정을 추스르고 지혜와 노력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전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Ⅰ. 서론 1
  1. 연구목적 및 의의 1
  2. 연구사 검토 9
  3. 각 장의 구성과 연구방법 24

Ⅱ. 본론 30
제1장. 근세 한일 여행의 제조건 –도로 정책과 출판업을 중심으로- 30
  1. 한일 근세 행정 경제 체제와 도로 발달 31
  2. 번찬(藩撰) 지지(地誌)와 실용적 안내서의 등장 45
  3. 한일 지리지의 편찬과 출판업의 성장 71
  
제2장. 근세 한일 유학자의 한문 기행 -가야산과 히에이잔(比叡山) 기행을 중심으로- 82
  1. 한일 산행 기행문의 공통점 86    
  2. 여행의 성행과 명소의 관광지화 96
  3. 18세기 기행문의 여행 태도 105  
  4. 사찰을 중심으로 한 근세 한일 여행문화 비교 112
  
제3장. 한일 여행의 대중화와 관광사업의 발달 –금강산과 이세(伊勢)를 중심으로- 123
  1. 조선시대의 금강산 여행 124  
  2. 일본 근세 여행의 대중화와 근대 철도 134    
  3. 구한말 이후의 금강산 151
    
제4장. 한일 상춘문화와 일제 -벚꽃의 상징 변화를 중심으로- 177
  1. 근세의 한일 상춘문화 179  
  2. 벚꽃과 일본제국주의 193    
  3.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춘 문화 204  

제5장. 철도와 근대여행 –철도 부설부터 기차여행의 보편화까지- 214
  1. 일본의 초기 철도여행 215  
  2. 조선의 철도 220    
  3. 일본 철도여행문화의 조선 유입 225    
  4. 조선인의 실정(實情) 231  
  5. 기차여행의 보편화 239  
  
Ⅲ. 결론 263


<저자 인터뷰>
1. 일어일문학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업무상 일본으로 발령이 나신 아버지를 따라 초·중학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습니다. 중학교 은사이신 일본 공립학교의 선생님께서 "수학은 답이 정해져 있지만, 국어는 정답이 없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과목"이라며 작품에 대한 열린 학습을 도와주시어 일문학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잘 하는 것이 일본어이다보니 잘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 사회공헌도 잘 할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여행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일본 서민들이 300년 전에 이미 우리가 지금 하듯이 관광여행을 즐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인력으로만 이동이 가능한 당시로서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편의·안전시설 및 경제적 효율성 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17세기부터 이미 이런 여행을 위한 시스템이 정비되었습니다. 참근교대라고 하는 막부가 강제한 제도 때문에 270여 지방 영주들은 에도와 고국 사이를 매년 왕래해야 했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에 달하는 영주의 행렬은 여행길에서 돈을 썼습니다. 다수의 잦은 왕래는 전국의 도로망과 대규모 여행시설을 발달시켰고, 투명한 정보의 전달이 불안을 제거하고 여행길의 안전을 보장하게 됩니다. 행락 여행이 허락되지 않았던 당시, 전국의 주요 사사(社寺)들은 참배객 유치를 위한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어 여행에 종교적 목적을 제공했습니다.
  식민지기의 조선에서도 일본은 300년의 노하우를 살려 비슷한 방법을 취했다는 것이 본 논문에서 주장하고 싶었던 주요 내용입니다. 일단 항구와 철길을 확보하여 왕래와 정보전달을 용이하게 하였고 교통의 요충지에 호텔을 만들어 단체관광객이 다녀가도 무리가 없는 요건을 만들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17-20세기라는 시기도 그렇고, 한국과 일본 양쪽을 검토해야 하다 보니 연구대상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힘들었습니다. 특히 '여행문화'라는 것의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제가 다루고자 했던 중심내용은 즐거움을 추구한 대중적 여행인데, 업무 여행이나 표류 등 사고에 의한 여행은 어떻게 할지의 문제도 저에게 큰 고민을 제공한 것 중 하나입니다.
  논문에서 요구되는 것은 정밀한 분석을 토대로 한 논리적인 해석이며, 연구 범위 안의 모든 연구 대상을 꼼꼼하게 섭렵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여행문화의 범위도 애매하고 자료도 방대하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극히 일부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항상 괴롭혔습니다. 그동안 납득이 가는 논문을 쓰기 위해 여러 잣대를 동원하여 대상을 좁히려고 몇 번씩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임의대로 시기를 선정하거나 융통성 없이 장르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여행문화'라는 테마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결론을 내렸고, 박사논문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열린 시각에서 성실하게 연구를 쌓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유학시절 들은 이야기인데, 박사과정 3년 동안 하루에 딱 네 시간씩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박사논문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얼핏 쉬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업준비, 학회참석, 가족친지와의 교류 등으로 생각보다 지키기 어렵더라고요. 학위논문은 그만큼 요령을 피우기가 힘들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와요. 언젠가는 힘든 시기는 끝나니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이 악물고 버티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 김유동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14: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