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인
본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대학원 신문> 톺아보기

매달 발행되는 <대학원 신문>을 늘상 훑어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관심이 가는 기획기사나 칼럼을 위주로 읽었던 것 같다. 이번 12월호는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읽어보려 했다. 즉, ‘톺아보기’를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었는지는 지금 쓴 이 글을 ‘톺아보기’한 독자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12월호는 크게 3가지 정도의 키워드를 뽑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주장하는 촛불 민심,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 전태일 열사의 사망 46주기와 현시대적 의미 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것은 기획기사인 「‘낙태죄’의 문제점과 여성의 재생산권」과 낙태에 관한 사적 경험이 들어간 인터뷰를 했다가 “낙태 커밍아웃”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들어야 했던 홍승은 대표의「숨은 남성과 드러내는 여성, 검은 시위」라는 글이었다.
「‘낙태죄’의 문제점과 여성의 재생산권」은 2016년 10월 15일,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시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법을 내세우면서 일부 산부인과의사들이 ‘전면적인 임신중절시술 중단’을 선언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된다. 임신과 출산이 이루어지는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려 드는 것과 여성의 몸을 볼모로 자신의 이권을 내세웠던 의사들의 무감각한 젠더감수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 글은 ‘여성의 스스로 몸에 대한 선택권’이라는 지점에서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이분법적 구도가 상정되는 순간, ‘여성의 선택권’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구호에 비해 윤리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반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태아의 생명 또한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고, 태아는 생명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는 이들의 주된 논리이기는 하지만, 말할 능력을 지니지 못한 태아의 생존권이 그를 잉태한 여성의 몸과 권리 안에 종속될 수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반대 측의 주장들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반박도 차분히 제기되었다면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었을 것 같다.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관련 쟁점들을 예리하게 짚어낸 「숨은 남성과 드러내는 여성, 검은 시위」는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섹스와 임신은 함께 한 남녀의 몫이지만, 인공임신중절 문제가 눈앞에 직면하는 순간, 상대 남성은 지워지고 법으로 대표되는 국가시스템과 수술을 집행하는 의사, 그 과정에서 모든 폭력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만 남는다는 지적이 와 닿았다. 글을 쓴 필자와 여동생, 어머니로 이어지는 인공임신중절 경험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의 문제가 얼마나 일상적이면서도 폭력적인지를 세세하고 예민하게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 사망 46주기를 맞아 돌베개에서 펴낸『노동자의 어머니-이소선 평전』의 저자 민종덕과의 인터뷰를 나눈 기사와 인터뷰어였던 문장원 기자의 기자칼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논의들이 있어 흥미로웠다.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 주십시오”라는 아들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이소선 여사는 평생을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지만,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어간 이들처럼 여전히 부당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있다. 전태일이 박정희 정권 하에서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알리며 분신으로 죽어갔다면, 오늘날 수많은 시민들이 박근혜의 퇴진을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문장원 기자의 「새로운 매듭을 만들기 위해」는 그 양측을 대비하며, 다행히 우리는 몸에 불을 붙일 필요가 없고 촛불을 들고 서 있으면 되지만, ‘평화적 시위’를 예찬하는 한 측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끈질기게 모여서 전태일의 못 다 굴린 실타래 덩어리를 이어 굴릴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추위와 정치적 피로감을 핑계로 광장에 나가던 열기가 많이 식었고, 나또한 그렇다. 월간 신문이 가지는 시간적 차이가 오히려 반성의 촉매가 되어 주어서 반갑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신문을 읽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보려고 한다. 12월호에는 전문가 필자에 의해 쓰인 서평이 두 편 실려 있는데, 하나의 책에 대해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원우들이 서로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쓴 서평을 읽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기사나 사안들에 대해서도 기존의 다른 매체에 실린 기사들처럼 쟁점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다양한 원우들의 의견을 싣거나 참고할 만한 서지를 알려줘도 좋을 것 같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