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

  박근혜 정부는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다.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정 지지율 역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마감을 앞둔 시점(11월 30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역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육비평』 제37호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시도한 특집을 싣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중간평가’라는 제목의 특집은 여섯 편의 글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전반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갈등
  성병창의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적 검토」는 이번 특집의 총론적 성격의 글로,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했던 공약에 기초하여 2013년 3월에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국정과제 실천 계획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보다 구체적인 세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능력중심사회 기반 구축,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비 부담 경감’이 그것이었다. 성병창은 이러한 교육공약 자체는 진보적 용어들을 수용하고 교육복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비해 진보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물론, 여전히 자율성과 교육 경쟁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교육관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의의를 지니고 있었던 교육공약 및 교육정책의 기조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현실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성병창은 다섯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과도한 정부 권력을 교육현장에 행사했다. 즉 위로부터의 강제적인 통제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교육현장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현 정부는 교육현안과 관련된 집단 및 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 이는 교육정책의 성과 달성 저해로 이어지게 된다. 셋째,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려고 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고유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넷째, 재정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육정책을 제시하였고, 이 과정에서 고교무상교육을 비롯한 교육복지 정책은 후퇴되었다. 이는 결국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감 훼손으로 이어진다. 다섯째, 단기간에 과도한 성과를 요구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 변화에만 골몰했다. 이러한 과도한 성과주의는 지속적인 변화, 진정한 변화를 유발하기 어렵다.

  유아무상보육, 재정 책임 떠넘기기
  하봉운의 「유아무상보육(누리과정)」은 중앙정부(교육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에 상당한 갈등을 야기한 누리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유치원·어린이집의 구분 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보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유아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교육부·보건복지부 누리과정 홈페이지). 이처럼 누리과정은 그 자체로는 유아교육 및 보육 차원에서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누리과정 재정계획에는 애초부터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그것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폭발한 것이다.
  하봉운은 2012년 국회예산정책처의 현안분석을 인용하며, 애초에 누리과정의 재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음을 밝힌다. 즉 이미 당시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가, 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 취학 아동에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는 것이다. 이 우려는 모두 현실이 되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두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사이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관련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하여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수정·변경하는 등의 대응을 했다. 그러나 하봉운은 시행령을 통해 보건복지부 산하의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말한다.
  하봉운은 특히, 재정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본다. 그는 장기적으로 유치원 누리과정과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교육복지 가운데 국민들의 최저생활수준 보장 사업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들어서, 중앙정부에서 재정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적 역량을 강조하는 ‘융합형’ 교육과정
  손민호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남긴 문제들」에서 ‘2015개정교육과정’을 이론적·실제적으로 비판한다. 손민호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으로 크게 네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기되는 과도한 요구들을 교육과정에 모두 반영하려고 애씀으로써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지니는 권위를 사소화시키고 있다. 손민호는 국가교육과정은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이 핵심이고, 학교개혁의 청사진이라는 성격이 크다고 본다. 이러한 국가교육과정이 국가와 사회의 과도한 요구들에 좌우되고, 각 정권의 교육정책들을 모두 담게 된다면, 결국 “국가 교육과정으로서의 권위는 사소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40쪽). 둘째, 신자유주의적 역량을 강조함으로써 가치의 부재와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천명하고, 각 교과도 이에 따라 설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경쟁과 직업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손민호의 지적이다(41쪽).
  손민호가 지적하는 세 번째 문제점은 학습량이 감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민호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가져올 혼란 가운데 학생들의 학습량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 번째로 지적하는 바는, 잦은 교육과정 개정이 초래하는 부작용들에 관한 우려이다. 이는 2015개정교육과정 자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정작업에 충분한 시간이 투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경우 2년이 못 되는 기간이 개정작업에 소요되었다. 교육과정 개편 주기와 관련된 이러한 지적은 “국가교육과정이 국가·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연결된다고 하겠다(45쪽).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주의
  김육훈은 「박근혜정부의 역사교육정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서 국정화 추진 전개과정과 반대운동을 정리하고 국정화 논리를 비판한다. 국정화 문제는 2013년에 불거진 검정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서부터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뉴라이트 계열인 교학사 교과서가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것은 물론 그 완성도에도 문제를 보였던 사건 말이다. 김육훈은 바로 이 시기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된 것으로 본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확정된다.
  김육훈은 당시 개정된 역사과 교육과정에는 뉴라이트적 역사인식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한다. 분량으로 따졌을 때 근현대사 내용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건국절 주장이 사실상 수용되고, 독립운동사의 비중이 축소되었으며, 독재 불가피론이나 독재 미화 우려 등이 있는 교육과정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정화 추진논리로는 국민통합, 균형 잡힌 교과서, 학습부담 축소 등이 제시되었다. 김육훈은 국정화 추진 세력은 결국 “교과서 국정화를 매개로 한 정체성 정치-역사정치를 도모하고 있음이 분명했다”고 평가한다(65쪽). 즉 이들이 주된 목표로 삼은 것은 미래 학생의 역사인식 지배라기보다는, 현실의 정치적 반대세력 제거였다는 것이다.
  김육훈은 국정화 논란 과정에서 국가주의의 영향력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가주의가 결국은 민주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한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거치면서 애국심 함양과 역사교육을 연관시키려는 생각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육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형성하는 것으로 재조직되기 위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육훈의 주장이다.

  철학 없는 인성교육정책의 문제들
  양은주의 「박근혜 정부의 인성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서두에서부터 “교육은 ‘언제나 이미’ 인성교육”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75쪽), 박근혜 정부의 인성교육정책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양은주는 박근혜 정부의 인성교육정책에 ‘이중성’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즉 외양상으로는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듯하지만, 실질적 체계와 조직을 살펴보면 일관된 추진 의지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명목과 실제 사이에서도 상당한 괴리가 나타난다.
  양은주는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된 직접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고 본다. 사실 여기에서부터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와 인성교육 법제화를 인과적으로 관련짓는 논리가 상식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정당한가?”하는 의문 말이다(80쪽). 이러한 이유에서 양은주는 개인의 인성문제를 탓하며 인성교육을 법제화했던 정치권을 비판한다. 그런데 양은주에 따르면 인성교육진흥법의 이론적 근거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제기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서의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로부터 온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이론적 근거가 된 연구들에는 한정된 전공영역에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인성과 인성교육에 관련된 개념적 혼란이 양산되었다.
  양은주는 인성교육정책이 인성교육의 목표에 ‘치료적’ 관심이 깔려 있고, 인성교육 실행과 효과를 매우 강조하며, 학교와 가정 및 사회의 총체적 참여를 중시하는 가운데에 민간단체의 참여를 가능하도록 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교육과 인성교육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양은주는 박근혜 정부의 인성교육정책이 학생, 교사, 학교의 본질에 대해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학생은 잠재적으로 비윤리적인 행위자로 간주되며, 인성교육의 책임을 사실상 교사에게 전적으로 지우고 있으며, 단위학교의 공동체적 연대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논자들이 인성교육의 문제를 재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양은주의 주장이다.

  높은 대학등록금은 구조적 문제
  반상진은 「박근혜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반값등록금’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학등록금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본다. 박근혜 정부는 학자금 지원이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하는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명목 대학등록금 수준을 실질적으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상진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논리적이며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출발한다. 즉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는 완화 정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다.
  OECD 자료를 비롯한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반상진은 한국의 대학등록금이 세계 2위권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반상진은 이렇게 높은 등록금의 근본적 원인은 대학재정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즉 대학재정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고등교육의 공교육비 가운데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하위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나라 명목 대학등록금 수준이 미국 다음으로 비싼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공적 지원 미흡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105쪽).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내놓은 것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이유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근본적으로 “교육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재정지원은 늘리되 대학의 자율은 보장하는 기본 정신을 회복할 때”라는 것이 반상진의 주장이다(112쪽).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박 대통령과 내각의 문제가 단지 ‘비선실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색채를 더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으며, 교육정책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학술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에 필수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 곽태진 기자 karajan86@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6:5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