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점점 거세어지는 촛불 민심

  3만, 20만, 100만, 190만.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6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기사 마감을 앞둔 현재까지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투쟁의 본격화
  박 대통령 퇴진 투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 파일 일부를 공개하여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알리면서부터였다. 이 보도가 있었던 주의 토요일인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3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 대통령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며 많은 이들이 이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은 11월 12일 열린 ‘민중총궐기’였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진 지난 12일, 종로,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일대의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민중총궐기 대회가 시작되었다.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각 참여단체별 사전대회가 열렸고,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에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다. 2008년의 대규모 시위 때보다 훨씬 많은 참여자 수를 기록한 이 날 집회에서 본대회 발언대에 오른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가 ‘국정농단’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은 “국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대통령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박 대통령은 정작 대통령으로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할 국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권만 지키려는 정권에게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 위원장은 사드 배치에도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생존권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故)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도 본대회 연단에 섰다. 고 백남기 농민이 1년 전 있었던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백씨는 “1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백씨는 아버지의 장례는 치렀지만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대학가에 번지는 대통령 퇴진 운동
  한편 대학가에서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10월 26일, 서강대와 이화여대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14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발표되었다. 또한 전국 110여 개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 단체로 구성된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대학생 총궐기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에 미래를 의탁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25일 대학생 총궐기 참여와 전국 대학 동맹휴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25일 당일에는 숙명여대, 성공회대 등의 대학을 비롯해 전주교대, 광주교대 등 전국 10개 교육대학이 전체, 혹은 부분 동맹 휴업에 참여했다. 특히 숙명여대의 경우 동맹휴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는 4,763명의 투표 참여자 중 91%가 이에 찬성하며 가장 먼저 동맹휴업을 결정했고, 12일 집회에도 대학 단위 중 가장 많은 600여 명의 학생이 운집하는 등 대학가의 대통령 퇴진 운동의 선봉을 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날 숙명여대를 포함해 동맹휴업에 동참한 13개 대학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총 2천여 명의 학생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안드레 시국회의 공동대표(동국대 총학생회장)는 “우리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으로 강의실이 아닌 거리에서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며 총궐기 취지와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미 앞선 22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30일 동맹휴업을 예고했고, 경인교대 등 인천 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 역시 다음달 1일 동맹휴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본교의 경우, 동맹휴업에 대해서는 논의 중임을 밝혔지만 지난 28일 학부생 2,000명 이상이 모여 성사된 학생총회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안건을 첫 번째로 가결시키기도 했다.
  10월 27일, 성균관대에서 시작된 교수들의 시국선언 역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본교에서도 지난 9일, 교수 503명의 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서명에 동참한 교수들은 ‘국정 농단을 단죄하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자’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관련자들은 당장 물러날 것 ▲국정 농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여야 정치권은 정략적 발상을 버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중 단일 대학으로는 가장 많은 인원인 728명이 시국선언에 서명한 서울대 교수들은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종각에서 출발한 100여 명의 서울대 교수들은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이하 ‘시국회의’)의 소속 교수들과 함께 “식물내각 해산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경복궁 교차로까지 행진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희망하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50대 남성 교사 2명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인 두 교사는 87학번 동기이며 신입생 시절 6월 항쟁을 직접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통령 퇴진 투쟁이 6월 항쟁보다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교사는 “박근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썩어왔던 한국 사회의 병폐가 드디어 곪아터진 것”이라며 근본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B교사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박근혜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깨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결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탑골공원 앞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있던 중고등학생들을 지켜보면서, “4·19와 같은 혁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9일 집회에서 만난 한 참여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음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30대 여성인 그녀는 작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처음으로 시위 문화를 접했다고 했다. 작년 집회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신 날”로 기억하는 그녀는 집회 모습이 상상과 너무 달랐다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화 시위를 하고 있는데 가차 없이 물대포를 쏘아대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최근의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도 계속 참여하고 있는데, “생리대 지원, 무상급식, 누리과정 예산 등 수많은 복지 사업을 국고가 없다며 외면한 정부가 세금을 횡령하고 사익을 위해 쓰기도 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시나리오가 있든, 그것이 붕괴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며 계속 집회에 참여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탤 의지를 밝혔다.

■ 곽태진 기자 karajan86@naver.com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07:4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