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 <원우칼럼>

먹거리 X파일, 당신의 위선은 안녕하십니까?

철학과 석사과정 김동근

  종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원우라면 이영돈의 <대왕카스테라> 고발건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영돈은 적당히 섭취할 경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식료품을 가지고 그것의 ‘민낯’을 ‘고발’했던 일을 수도 없이 해왔다. 과학적 근거 없는 호도로 타인이 오랜 시간 형성해온 브랜드가치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자신이 선정한 착한 식당을 놓는 일을 통해 오히려 이영돈은 스스로의 “브랜드가치”를 형성해 왔으니 말이다.
  이영돈에게는 브랜드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가치는 역설적으로 타인의 성과를 약탈하면서 쌓아 올린 것이다. 언뜻 봐도 부도덕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영돈의 브랜드가치는 도덕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착한’ 식당으로 대표된다. 이 흥미로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찌 되었든 이영돈은 소비자가 선택의 주인공이 되는 시장경제 하에서 정말 잘 팔렸다. 특히나 공익성 보도보다는 상업적 이익이 회사의 당면한 목표가 되는 종편에서 이영돈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쓸만한 브랜드였다. 지금 당장 하차하였다고 할지라도 이영돈은 꽤나 오랫동안 잘 팔리는 흥행의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겉면만 놓고 보자면 정말이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착한’ 식당. 착한 식당은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나쁜 식당과의 대조를 통해 만들어진 환상이었다. 그리고 착한 식당이 되려면 조리과정의 정직함과 합리적인 가격 외에도 좋은 데에서 온 질이 좋은 재료만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사실은. 나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고 정직한 조리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착한 식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MSG를 사용하지 않고 무항생제 돼지고기와 계란을 사용하면 착한 식당이 된다. 취향과 가격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이 지점에서 도덕적인 속성–착함과 나쁨– 을 가지게 된다.
  도덕. 이제 식당은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따라 도덕적인 속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누군가에게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는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타인에게 선행을 한 경우에 그 사람을 ‘착하다’고 하고 의도적으로 해악을 저지른 경우 그 사람을 ‘나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음식 한 접시, 식당 하나가 착하고 나쁘게 되어버리고 만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군지 말해준다는 광고와도 같이 착한 식당의 당신이 가는 식당이 당신이 윤리적으로 어떤 인간인지 말해준다. 영수증에 착한 식당의 음식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도덕성의 꼬리표를 달아보려 한다. 우리는 이렇게 착한 식당의 착한 음식을 주문하곤 했다. 아니, 이영돈의 판짜기와 그의 폭로전을 향한 노고를 박수갈채를 보내며 몇 년 동안이나 구매해 왔다.
  왜 우리는 이영돈을 구매하는가? 저 놀라우리만큼 비상식적인 폭로전을 가능하게 하는 심성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프로듀서 한 명의 개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소비성향과 윤리를 은연중에 동일시하려는 위선이 이영돈을 팔리게끔 한다. 유전자 조작GMO콩을 사용하지 않은 콩나물 한 봉지를 사며, 무항생제 계란과 무농약 녹차를 사면서 우리는 흡족함을 느낀다. 그리고는 블로그에 자랑스럽게도 그 사실을 공개한다. 우리가 기부를 한 것도 아니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지도 않았으며 불의를 청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습지 않은가? 이제 소비성향이, 그것도 남들이 쉬이 사지 못할 비싼 물품을 사는 소비성향이 도덕이 된다.
  이영돈이라는 폭로의 달인이 성공했던 지점도 바로 이 윤리적 소비라는 환상에 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선행을 하지도 않았으며 불평등한 세상에서 약자들의 처지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은 자들이 소비를 통해 더 윤리적인 속성을 점유하려 하는 현상. 상대적으로 더 가진 중산층의 천박한 스노비즘은 자신들이 즐겨 가는 식당과 거기에서 제공되는 음식조차 ‘착한’ 것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대변인을 요구한다. 그렇게 폭로전은 윤리의 탈을 쓴 볼거리가 되어서 날개달린 듯 팔려나간다.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 당신은 윤리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그로부터 어떤 실천을 이끌어내는가?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성찰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면, 그래서 윤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소비성향에서 찾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합당한 처사, 그리고 약자와의 연대가 우리를 더 올바른 세상으로 이끌 것이다. 금전으로 윤리성을 구매하고 죄책감을 떨쳐버리려는 천박한 위선이 사라진다면 윤리가 아닌 것이 윤리의 탈을 쓰고 우리를 현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진정으로 착한 것이 무엇인지를 원점에서부터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8: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