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였던 고려대학 병설보건대 부지에 2006년에 신설한 본교 보건과학대학은 현재 임상병리학과, 식품영양학과, 방사선학과, 환경보건학과, 물리치료학과, 보건행정학과, 치기공학과, 생체 의공학과의 총 8개 학과로 구성돼있다. 흔히들 개편이나 통폐합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하지만, 병설보건대와 고대 보건과학대의 학생들이 졸업 후 받는 학사가 다르다는 점에서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의 ‘신설’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러나 ‘신설’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교수진 및 커리큘럼의 정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옛 병설보건대와 다르지 않게 운영되고 있어 학우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실제로 설립 전과 비교해 교수진의 구성에 있어 거의 변화가 없고, 고대 공통의 교양 수업 이외에는 전문대 당시의 커리큘럼이 거의 그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보건과학대의 실상이다. 이런 점 때문에 보건과학대의 많은 학우들이 자신들이 병설보건대 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보건과학대 학생회장 임수지씨는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에 지원하고 입학을 한 것은 전문대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비슷한 수준의 강의를 듣고자 함이 아니”라며, “타 단과대학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고려대학교의 입시를 치르고 입학한 보과대의 학우들이 학교의 명성에 걸맞는 수준의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과학대 학생회는 교육권리찾기요구안을 통해 커리큘럼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보건과학대에서는 꾸준히 교수들의 자질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신설학과의 경우나 몇 명의 신임교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수진 구성은 옛 전문대 때와 다르지 않다. 보건과학대학소속의 과 학생회장을 지낸 윤모 학우는, “교수님들은 전문대 수업만 수십 년 하신 분들이고 학력 등의 측면에서도 고대 내 타 교수님들보다 경력이 좋지 않아서, 솔직히 학우들의 불만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기초설명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부족하고 흐름 또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학우들은 여러 차례 학과장을 찾아가 요구를 했지만 학교 측이 내놓은 것은 ‘우리도 많이 노력한다.’, ‘수업 1시간을 준비하려면 하루 종일이 걸린다.’ 등의 대답이었고, 이렇게 여러 해가 반복됐다.
또한 영어강의 문제도 제기됐다. 위 학우는 “영강에서 교수님이 수업준비도 제대로 해오지 않은 채 상당히 버벅대는 경우가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임상병리학과의 한 학우도 “강의는 영어강의라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영강 못 하겠다‘며 한국말로 강의한 교수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임상병리학과의 한 교수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보건과학대 학사지원부 측은 “커리큘럼은 학과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교수들의 재량”이라고 할 뿐 말을 아꼈다. 또 영강 및 수업의 질에 대해서도 “학기 말에 이뤄지는 교수평가에 학생들이 그런 점을 잘 적어줬으면 한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의 평가가 교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드백으로 작용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학우는 “강사 분들의 강의는 매해 향상되는 반면 정교수님들의 경우에는 개선점이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수업 개선 뿐 아니라 보건과학대가 정릉에 위치해 안암과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도 해결이 시급한 직면 문제다. 옛 이필상 총장 때 의대, 간호대, 보과대를 한 곳에 두어 바이오컴플렉스를 만들고자 했던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바 있으나금 현재는 정릉에서 안암으로의 이전 계획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호대 건물 신축 부지에 보건과학대 건물이 들어선다는 말도 있었지만 근거 없는 소문으로 밝혀졌다. 시설부 김흥덕 과장은 “학교에서도 예전부터 긍정적으로 검토는 했지만 예산이나 학교 정책, 공간 문제 등 여러 상황이 뒷받침 돼야 하는 부분인 만큼 현재로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학우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셔틀버스도 과제다. 지난해 셔틀버스를 증설했지만 보건과학대 학우들이 모두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여전히 보건과학대가 위치한 정릉과 안암 간 이동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수지 보건과학대 학생회장은 “2009년에 셔틀버스 1대를 증차하여, 현재 총 3대의 셔틀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지만, 3대의 셔틀버스로 학우들의 교육권을 지켜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이공계-정릉 간 셔틀버스가 없는 것도 문제다. 셔틀버스의 증차가 이뤄져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해도 연속으로 강의를 수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릉과 안암의 거리는 최소 15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이고 차가 막히는 시간대에는 20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임 회장은 “셔틀버스는 그저 하나의 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보건과학대 학생들이 “고려대학교의 다른 단과대학 학우들과 같은 시험을 보고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학생으로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릉’이라는 공간에서 전공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고려대학교의 다른 단과대학 학우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병설 보건대’ 학생으로 인식되는 등 여러 가지 부당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건과학대 학생회는 “안암으로의 건물 이전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과학대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들 중 하나는 졸업 후 수여되는 학사의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재 보건과학대학의 학우들은 과를 불문하고 졸업 시 ‘보건학사’를 받게 되지만, 일부 과에서는 과 특성에 ‘보건학사’는 걸맞지 않다는 판단으로 학사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식품영양학과, 보건행정학과, 생체의공학과는 각각 이학사, 행정학사, 공학사에 해당하는 과정을 이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보건학사를 받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반발이다. 보건과학대학 학생회는 이 점을 공약으로 내세워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예전에도 여러 차례 학교 측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어 명칭변경이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뿐 아니라 보건과학대는 1000명이 넘는 학우들이 과방, 동아리방 규모의 방 하나만을 자치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치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