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유령, 시간강사에게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대학원생

종강과 함께 시간강사는 두 달 동안 실업자가 된다. 다음 학기의 강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시간강사라는 직업이다. 하지만 나쁜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금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더 주기도 하고, 가끔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학기에는 두 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한 군데는 모교였고, 다른 한 군데는 새로이 인연을 맺게 된 학교였다. 모교에서의 강의이니 여러 가지로 설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편했다. 모교의 사정은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다. 학부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머물렀던 공간이고, 조교도 했으니 어지간한 학교의 행정은 다 파악하고 있다. 모르면 후배가 조교이니 물어보면 된다. 혼자 밥을 먹게 된 것 이외에는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생활이다.

지난 학기에 인연을 맺은 학교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불러주신 선생님께 여쭤본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있기도 하고, 지방에 있으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하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점심시간을 빼면 학교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수업뿐인지라 무엇인가를 잘 몰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은 대개 문자나 메일로 연락이 왔고, 나는 그대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이번 학기에 새로이 수업을 맡게 된 곳이다. 어쩌다가 나에게 수업이 오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으나, 요즘처럼 시간강의를 구하기 힘들 때 들어온 수업을 마다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 학교는 예전에 학회 때 발표를 하러 한 번 가본 적이 있을 뿐,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수업은 오전과 오후에 있고, 공강이 3시간쯤 있다. 수업만 끝내고 집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니 도대체 나는 이 학교에 대해 안내받은 것이 전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 보내오는 연락은 행정적으로 시간강사가 꼭 해야 하는 것들뿐이다. 예를 들어, 강사지원을 위해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어디로 언제까지 내라든가, 계약서를 출력해서 내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학사일정을 알려주는 것이 과연 시간강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학기의 끝이 다가오면 성적 마감과 이후 제출해야 할 서류와 마감을 알려줄 것이다. 이 모든 일정들은 학교의 입장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알려주는 것들이지, 시간강사를 위해 알려주는 사항들이 아니다.

시간강사는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몇 권을 얼마나 빌릴 수 있는지 나와 있다. 그러나 시간강사가 어떻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 학교에 식당이 어디에 있고, 그곳들의 운영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도 없다. 나는 차가 없지만, 주차와 관련된 어떤 사항도 안내받지 못했다. 운이 좋게 강사 대기실을 찾아서 공강시간의 대부분을 거기에서 보내지만, 강사 대기실에 대한 안내 역시 전혀 받은 바가 없다. 요컨대 학교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은 안내를 하고 독촉도 하지만, 그것이 시간강사에게만 절박한 것이라면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내가 조교를 할 때도 그랬다. 학교 행정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는 것이지, 이외에 학교 식당의 위치라든가 도서관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한 기억은 없다. 어느 학기인가 무슨 생각에서 도서관 이용과 주차와 관련된 사항을 안내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내 선의였지, 학교의 매뉴얼에 의한 전달은 아니었다.

학교는 시간강사를 위해 어떤 매뉴얼도 갖고 있지 않다. 시간강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안내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강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뿐이다. 이마저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면 그저 인내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마도 나는 새로이 나가게 된 학교의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며, 교직원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늘 학생 식당에서만 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생리공결이 있다는 사실도 학생들이 서류를 제출해서 알았으며, 4학년 2학기에는 취업으로 인한 장기 결석이 출석으로 인정된다는 사실 역시 학생들이 가져온 서류 때문에 알게 되었다. 아무도 이런 것들이 있다고 시간강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