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대학 구조조정·학과통폐합 물결 … 경기대학교는 지난 4월 14일 기존 학부제를 폐지하고 학생의 전공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트랙 제도”를 발표했다. “트랙 제도”에 따르면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수업과 학과는 폐지된다. 지난 4월 13일 경기대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하여 해당 구조조정안이 일방적으로 통보됨에 따라 학교 당국과 학생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재학생들은 트랙 제도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통폐합”이라며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경기대 당국은 같은 달 24일 트랙 제도 시행을 취소했다. 한편 동덕여자대학교는 지난해 12월 신규 단과대 “미래인재대학”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3월 25일에는 인문학 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학과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어국문학과와 국사학과를 ‘한국문화전공’으로 통폐합하는 등 해당 개편안의 세목과 개편 취지에 동의하지 못한 동덕여대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학생들은 4월 5일 통폐합 반대를 위해 집단적으로 수업을 거부한 데 이어, 5월 1일 오전에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본관 점거에 돌입했다. 총학생회측은 “대학을 취업학교화하기 위해 학과의 특성을 무시”했으며 “총장 간담회에서 적절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고 본관 점거의 사유를 밝혔다. 동덕여대 본관점거위원회는 동덕여대 당국으로부터 학사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겠다는 확답을 얻고 일주일 만에 점거를 해제했다.

현재 중앙대, 건국대, 상명대 천안캠퍼스, 국민대에서는 모두 특정 학과·전공의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시행된 상태이다. 경성대의 경우 2018년부터 한문학 전공, 교육학과 등을 비롯한 4개 학과 및 전공이 폐지될 예정이다. 각 대학 당국으로서는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전체 대학을 등급화하고 최우수 등급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차등적인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대학 당국으로서는 취업률 항목에서 저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는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과를 개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대가 제안했던 “트랙 제도”에서 보듯 구조조정이 학습자 중심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취지하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심한 경우 특정 학문의 정체성 자체를 중대하게 왜곡할 위험이 있다. 재작년 학과 구조조정을 실시한 동아대의 경우 철학과와 생명의료 분야를 통합하여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라는 정체불명의 학과가 탄생했다. 이 학과는 동아대 재학생들에게 “사이비 학과”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김명환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입학 충원률과 졸업생 취업률이라는 엉뚱한 지표를 평가기준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강제한 결과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격차가 악화되고 기초학문이 몰락 위기에 빠지는 부작용이 심화되었다”며 시장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의 재검토를 제언했다.

○ ‘대학의 인권과 민주주의’ 심포지움 … 오는 6월 9일(금)부터 6월 10일(토)까지 양일에 걸쳐 이화여대 ECC(B142호)에서 ‘대학의 인권과 민주주의’ 심포지움이 열린다. 인문학협동조합과 민족문학사연구소가 주최하는 이 심포지움에서는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이 훼손된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진단한다. 아울러 그것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관한 대안적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6월 9일차 세션에서는 ▲“대학 기업화와 기업식 구조조정의 현주소” ▲“대학의 총장과 재단을 둘러싼 문제”라는 주제로 김누리 교수(중앙대 독문과)와 최장훈(동국대 전 총학생회장) 등이 발표할 예정이다. 6월 10일차 세션에서는 ▲“대학 내 노동의 사각지대, 조교 노동과 강사 노동” ▲“학내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들”이라는 주제로 민영현(전 경성대 해직강사)과 김선우(현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등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 서울대 비학생조교 파업 … 서울대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5월 15일부터 비학생조교 15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다음날인 5월 16일 오후 2시에는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대 비학생조교들은 이 날 학교 당국에 과도한 임금삭감안을 철회하고 기간제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송혜련 교육부장은 “서울대가 언론에 비학생조교 전원의 정년보장을 약속하고도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올해 36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다”고 전했다. 서울대 당국은 복직하고 싶다면 최소 25%에서 최대 44%까지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라고 이들에게 요구했다. 앞서 서울대는 근무 중인 비학생조교들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가 한 차례 반발에 부딪힌 바 있었다. 그에 따라 비학생조교 전원에 대한 정년보장을 약속하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용 형태를 전환하고 삭감된 임금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차질을 빚게 되었다. 5월 1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보장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이번 파업이 시작되었다.

민주노총 대학노조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전수조사를 참조하면, 현재 국립대에서 근무하는 조교의 92%가 비학생조교이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간제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본보 5월호에서 다룬 인천대의 경우처럼 각 대학에서는 비학생조교를 마찬가지의 조교라는 이유로 기간제법 적용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노조는 비학생조교 역시 기간제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 일부 대학 강의평가 ‘성차별 발언’ 항목 설정 시행 … 2017년 현재, 대학(원)생들이 수업에서 원치 않는 성적 차별·혐오 발언을 들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최근 성균관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는 강의실에서 교수자가 성차별 발언을 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는 강의평가 항목이 추가되었다. 한양대의 경우 강의평가에서 성차별 발언을 비롯하여 인종차별 발언 등 각종 차별·혐오와 관련한 문제 소지가 없었는지를 묻고 있다. 현재 본교에서도 차별 경험 여부를 강의평가 항목에 포함시킨 상황이지만, 여전히 기존의 강의평가 항목만을 고수하는 대학의 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강의평가 항목 설정은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 및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해당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역시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반재영 기자 qkswodud1044@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