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주체의 셈법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혁명’이란 단어가 자꾸만 의문문에 담겨 발화되는 시대이다. 그것은 혁명이었나? 혁명은 완수되었나? 혹은 혁명은 어떻게 변질되었나? 등등. 비록 물음표가 항상 따라붙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은 아직도 혁명의 필요성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혁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혁명이란 ‘지금의 나’를 억압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 지금과는 ‘다른 나’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번 호 학술동향에서 다룬 한상원의 논문에서도 언급되었듯, 내가 원하는 ‘다른 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무엇’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억압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억압된 지금의 나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남성, 연구노동자, 대학원생(‘연구노동자’와는 또 다른 뜻이 함의된 단어이다) 정도가 지금 당장 떠오르는 나에 대한 규정들이다. 어떻게 억압되는지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으나, 적어도 내 삶은 그 세 가지 규정 때문에 팍팍하다.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느끼는 팍팍함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이상한 질문이 떠오른다. 분할된 주체는 가능한가? 나라는 인간은 ‘남성인 나’, ‘연구노동자인 나’, ‘대학원생인 나’로 3등분될 수 있는 존재인가?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에게는 3개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연구노동자와 대학원생으로서의 혁명이 실패하고 남성으로서의 혁명이 성공하면 적어도 나의 1/3은 해방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렇기에 주체의 분할이 불가능하듯, 주체의 해방을 위한 혁명 역시 하나일 수밖에 없다. 분할될 수 없는 하나인 ‘나’를 해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직 남성과 연구노동자와 대학원생이 모두 해방되는 하나의 혁명뿐이다.

이 지점에서 제기되는 것이 ‘연대’의 필요성이다. 언제나 우리를 억압하는 ‘무엇’은, 위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실제로 던지며 우리를 갈라놓는다. 노동자들을 남성/여성,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가르며 1/N의 혁명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우리에게 혁명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위의 두 쌍 말고도 수없이 많이 제시되는 대립구도에 따른 1/N, 혹은 N개의 혁명이 아니라 단 하나의 혁명일 것이다. 100주년을 맞은 러시아혁명에서, 그리고 그 혁명이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인물인 레닌에게서 우리가 곱씹어 볼 게 있다면 그 또한 단 하나,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모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혁명의 영웅’과 ‘최악의 독재자’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동상으로 남은 레닌의 진짜 얼굴은 사실 바로 그 질문에 있다. ‘누구와/어디에서/어떻게’가 정세에 따라 늘 가변적임을 고려할 때, 레닌에게서 옮겨올 것은 그의 전술 자체가 아니라 위와 같은 질문뿐이다. 굳이 레닌의 말을 그대로 옮겨오고자 한다면, 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