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신문 30년..사관의 근성과 ‘인터뷰’ 힘을 갖다

송종호(정치외교학과 07석사졸업)

현 서울경제신문기자

개인적으로 비밀번호로 활용하고 있는 ‘1020’이라는 숫자 4자리가 있다. 10월 20일.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의 창간일이다. 올해도 10월 20일을 기념해 학업만으로도 바쁠 대학원생들이 30주년 신문을 준비하고 있다. 대견하고 기특하고 축하할 일이다.

대학원신문의 30년 세월은 솔직히 말해 환영보다는 ‘그런 게 있나’하는 반응을 받기 십상이다. 학부생들의 학보사와는 비교할 때 그 초라함은 더욱 크다. 학보사도 과거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 면이 있지만 학보사 기자라는 타이틀이 갖는 자부심은 여전히 높다. 선배들도 잊지 않고 찾아주고 후배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대학원신문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행주체도 대학원총학생회인지 대학원장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신문이 겨우 8면 인쇄물로 나오다 보니 초라하기만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0년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용하다 싶다. 혹 ‘딴짓’으로 비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학원신문 활동을 지도교수들에게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다.

30년 세월이 그렇게 흘렀지만 학보사가 담지 못하는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생산해 내고 활자화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충분히 있다. 학보사에서 대학원신문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굳이 대학원신문이라는 매체를 만들어 원우들에게 공급하는 이유가 뭘까. 10년 전 20주년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다. 당시 제호를 바꾸고, 신문의 틀을 보다 많은 원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꾼 것은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사실 대학원생들처럼 학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집단도 없다. 대학원생들은 학교의 크고 작은 행정업무부터 논문을 통해 학과의 연구실적을 내는 등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면서도 하나의 주체로서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 파편화된 이들의 목소리를 활자로 알리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게 대학원신문이다. 특별한 박사논문을 알려주고, 좋은 책을 낸 원우의 소식을 전해주고, 개별 학과 대학원 행사를 공지해주는 유일한 통로가 대학원신문이다.

‘누가 보냐’라는 말은 10년 전에도 30년전 에도 들었던 말이다. 미디어 홍수 속에서 대학원신문은 조용히 사관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대학원신문 가독률이 낮다고 비판하는 건 조선왕조실록을 누가 보냐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우매함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학원 내 이야기에 머물러 있지도 않다. 1면의 시론인터뷰에는 진보언론 조차 할 수 없는 더욱 낮은 곳의 세상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0년 전 시인 김지하가 재독학자 송두율이,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대학원신문 1면을 인용해 자기 책과 논문에 반영했다. 대학원신문은 더욱 무겁게 기존 언론들이 담지 못하는 사회 저변의 목소리를 대신 담을 때 존재가치 커질 것이다.

가볍고 빠른 시대다. 페이스북을 늘 상 열어놓고 자기이야기와 남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대다. 기성언론들도 뉴미디어를 기획하고 읽히는 신문, 보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과 상대할 힘도 여유도 없는 대학원신문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성언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놓치는 낮은 이들의 목소리를 침착하게 대변하는 일이다. 10년 전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의 제호를 ‘대학원신문’으로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학원 내 일상을 묵묵히 담아내는 근성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사회 저변에 울림을 주는 한 꼭지 인터뷰로 누군가가 찾아보는 신문으로 더욱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