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쓰기도 컨설팅 받는 사회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고객을 상대로 상세하게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컨설팅의 의미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일정한 돈을 지불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는 일, 일반적으로는 경영 컨설팅이나 금융 컨설팅 등의 용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최근에는 ‘논문 컨설팅’이라는 꽤 낯선 조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논문 컨설팅 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논문의 주제 선정부터 자료 조사나 통계 등의 방법론 이용, 목차나 글의 구성,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교정·교열까지를 모두 도와준다고 홍보한다. 보통 이들 업체에서 제시하는 학위논문 컨설팅의 가격은, 석사논문은 2~300만원 가량, 박사논문은 500만원을 훌쩍 상회한다. 현재 40여 곳 정도의 회사가 이와 같은 홍보를 통해 논문을 쓰려는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그만큼의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고객이 되어서 논문을 시작하여 완성하기까지 도움을 받으려는 수요자들,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 곁에 있는 대학원생일 터다. 이쯤 되면 고등교육의 최종 지점에 위치한 대학원 교육에도 기어이 사교육의 손길이 뻗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논문 쓰기를 체계적으로 돕는 것이기 때문에 논문 대필과는 다르다는 공급자와 돈을 지불하고 논문 쓰기의 전 과정을 ‘논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회사’에 의탁해버리는 수요자. 그들의 거래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꺼림칙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논문 글쓰기’와 그것을 통해 유지되는 ‘아카데미즘’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성과물 제출과 양적 평가의 압박 속에서 논문 쓰는 행위의 본질적 의미와 그 사회적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구자 개개인의 연구가 모여 우리 사회의 지적 흐름을 형성한다는 점을 떠올릴 때, 그리하여 논문쓰기라는 행위가 연구자 개인의 지적 성취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성장과 연결되기도 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할 때, 논문 컨설팅이 학문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해종임은 분명해진다. 논문이 깊은 사유의 바다를 잠영해 나와 그것을 논리적 언어로 풀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면, 논문 컨설팅은 거래에 기대어 이러한 과정을 손쉽게 생략할 수 있게 하는 풍토를 형성한다. 합법을 내세우며 이러한 풍토를 공공연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음성적인 곳에서 소수를 상대로 한 대필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현재의 대학(원)은 이러한 현상을 견인한 발원지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학(원)에서 대체로 제대로 된 논문 작성 교육이나 연구지도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우골탑옆대나무숲 등에서도 많이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다. 자신의 역할을 방기함으로써 대학(원)은 자신을 존재케 하는 조건들과 관련해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것들을 대학 밖 기업에게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문제적인 것은 단순히 교육 방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기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과 이 현상이 맞물려 있다는 데 있다. 대학이 마치 기업이나 취업률 양성학교처럼 기능하는 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정비하지 않는 한, 논문 컨설팅은 더 성행할 수밖에 없다. 대학(원)의 미래가 암담한 만큼 우리 사회의 지식과 아카데미즘이 큰 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