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문은 어떻게 사회에 개입해 왔는가

-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학연구소 학술회의, 〈한국의 학술엘리트: 성격과 이데올로기〉

지난 25일에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소가 주최한 학술회의 〈한국의 학술엘리트: 성격과 이데올로기〉는 해당 학술원의 연속 기획인 〈탈근대론 이후〉의 두 번째 기획이다. 기획위원회는 탈근대론 이전과 이후를 포괄하는 사유를 시작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학술의 사회적 정당성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을 이 기획의 목표로 밝혔다. 이 날 모인 발표자들은 위의 취지에 맞게 탈근대론의 학술사적·문화정치사적 맥락을 각자의 분야에서 일별하는 논의들을 제출했다.

탈근대론의 전개과정과 현재적 귀결점, 그리고 갱신의 출발점

천정환의 ｢탈근대론과 한국 지식문화-담론과 전개과정에 대한 평가를 위한 서설｣은 이 날 기획의 서론 격인 글이다. 천정환은 해당 글에서 탈근대론의 수용과 전면화 과정을 시기별로 간략히 살피고, 탈근대론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탈근대론의 전개 과정은 크게 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제1기(전기前期, 1987~1991년)는 한국 마르크스·레닌주의 시대이다. 이 시기 사회구성체 및 변혁론 논쟁과 이에 따른 운동 노선의 분립이 매우 관념화되고 ‘정치주의’에 빠진 것이라는 비판은 상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는 재론의 여지가 있는데, ‘노동과 지성의 관계’, ‘한반도 변혁에 대한 급진적 상상력’ 등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제2기(초기, 1991~1997)는 자유주의가 팽창한 시기로, ‘지성’과 ‘노동’은 분리되었지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은 각각 활발했다. 또한 ‘포스트모던’한 변화가 진행되면서도 주사파 계열의 학생운동이 정점에 오르기도 하는 등의 ‘비동시성’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제3기(1998~2006년)는 탈근대론의 융성기이다. 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외국의 소위 ‘포스트주의’ 이론이 수입되면서 탈민족·탈근대 담론이 학계와 담론장을 진동시킨다. 또한 학진 학술지 등재제도와 BK 제도를 통해 인문사회과학의 ‘제도적 전환’이 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제4기(2007~2015년)는 탈근대론의 내재화 시기로, 인문한국(HK), 한국사회기반연구 사업(SSK) 등을 통해 인문사회과학의 ‘제도적 전환’이 완수된다. 이는 다시 말해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제도권 인문사회과학은 거의 존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어 천정환은 탈근대론의 범주들(포스트-마르크스주의, 문화주의, 탈근대 역사학, 탈근대 국문학,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과 그 계기를 ‘학계’와 ‘담론장’의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지류를 살핀 뒤, 탈근대론의 귀결점, 그리고 그 갱신의 출발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천정환이 보기에 탈근대론, 특히 그 일환으로 제기된 탈민족주의는 전복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탈민족주의는 비틀린 보편주의에 귀착하거나 ‘좌파 민족주의 고발’을 명분으로 우익적 국가주의나 식민주의를 향해 열릴 때 더 큰 문제가 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란이다. 해당 논란을 통해 드러난 이념적·이론적 아포리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문제의 사법화와 지적 중심의 부재이고, 다른 하나는 보편주의로 작동하는 초국적 담론의 문제이다. 󰡔제국의 위안부󰡕 논란이 일었을 때, 책의 내용과 그 저자를 비판하면서도 사법권력이 이를 심판하는 것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정치가 사법화된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이 지향하는 ‘자유’는 분명 서구적이고 ‘포스트’주의적인 논리적·윤리적 기반을 뚜렷이 보여준다. 또한 천정환이 보기에 일본의 중요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제국의 위안부󰡕의 뒤에는 일본 ‘전후 자유주의’가 있다. 다시 말해 󰡔제국이 위안부󰡕는 식민주의와 보편주의의 착종, 즉 평화라는 미명의 보편주의와 그것에 내재된 새로운 식민주의의 편린을 드러내기도 한다.

‘민족’, 혹은 어떤 ‘중심’에 대한 거부가 ‘보편주의’라는 새로운 ‘중심’, 혹은 이를 가장한 신(新)식민주의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천정환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다시 ‘민족’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탈근대론은 불가역적인 것이기도 하다. 탈근대론의 전개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지만, 이제 어떠한 이론·담론이든 그 수용과 전개는 결코 ‘일국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새로운 ‘탈-탈근대’의 상상이 한국에서 전복적인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이고도 새로운 연대의 아이디어와 연대체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 천정환의 결론이다.

뉴-라이트가 신자유주의를 합리화하는 두 가지 방법-‘민족주의’와 ‘질서자유주의’

정승진은 ｢뉴-라이트(New-Right)의 이론·사상·영향-안병직·이승훈의 근대화론｣에서 뉴-라이트에 주목한다. 정승진에 따르면 작년 벌어진 국정교과서 사태는 2000년대 이래 뉴-라이트가 여전히 존속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교과서가 단순히 교육과 연구의 문제를 넘어 이데올로기 경쟁, 정치·사상투쟁의 장(場)으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뉴-라이트의 성격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이 요청되는데, 정승진은 이를 이론적, 사상적 측면에서 살피고 있다.

원래 민족주의 계열의 학술엘리트였던 안병직은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선회한 이후 ‘추격(catch-up) 이론’을 통해 자신의 이론체계를 현대적인 것으로 확대하며 뉴-라이트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로 자리 잡는다. 우선 ‘식민지근대화론’이란 조선에 대한 일본제국주의의 지배는 단순한 약탈이 아니라 ‘개발을 통한 착취’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은 이미 수다하게 제출되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안병직, 이영훈 등이 식민지근대화론을 예각화하는 지점이다. 이들은 ‘식민지 개발’의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개발’과 ‘민족 차별의 폭력’을 복안적인 시각에서 다룰 것을 주장하면서 변별점을 마련하는데, 이는 뒤에서 살펴볼 이들의 사상적 특질과도 궤를 같이 하는 태도이다. 한편 이들은 경제적 후발국이 선발국의 성공 경로를 추적·추격하는 근대적 경제성장 과정을 핵심으로 하는 ‘추격 이론’을 통해 1960년대 이래 국가주도적 경제발전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곧 그들의 선진화 테제를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 테제는 선진국으로 가는 ‘사다리’에 올라타 진정한 선진·강대국이 되자는 뉴-라이트 문명화론의 최종적 목표이기도 하다. 이들의 추격 이론에 대해서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 수반되는 재벌 중심적 논리에 대한 비판과 경제주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이미 학계에 제출되어 있다.

한편 소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중도좌파가 등장하면서 식민지근대화 논쟁 역시 사상·정치투쟁으로 그 국면이 전환된다. 먼저 안병직 등은 보수세력 내 구 우익(Old Right-wing)과의 차별점을 마련하면서 뉴-라이트의 사상적 특질을 가시화한다. ‘안병직-조갑제 논쟁’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뉴-라이트의 특질은 기존의 반공주의가 아닌 민족주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아젠다를 선점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확실히 기존의 반공주의에 비해 보다 세련된 선진화 테제인데, 민족주의와 함께 이 테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질서자유주의’이다. 이영훈의 최근 저서 󰡔한국경제론II󰡕(2016)에서도 강조되는 ‘질서자유주의’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옹호하면서도 그 자유에는 질서(법·규범)를 지키는 건전한 부르주아 정신이 필수적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질서자유주의’의 모태인 하이예크의 이론에서 질서란 ‘자생적 질서’를 말하는 것인데 반해 이영훈의 그것은 ‘국가질서’라는 점이다. 이는 결국 한국의 뉴-라이트가 지구적 규모로 확산된 신자유주의 조류에 편승해 오히려 ‘국가 중심적 케인지안(Keynesian)’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승진의 분석이다.

사회성격논쟁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유보된 결산’과 ‘비판을 추월한 거부’를 넘어

서동진은 ｢역사적 사회과학: 사회성격논쟁과 마르크스주의｣에서 1980년대 중후반을 강타한 ‘사회성격논쟁’을 격발했고 󰡔민족경제론󰡕을 집필한 저자로 알려진 박현채를 마르크스주의의 독특한 이론적 실천을 선취한 지식인으로 재조명한다. 사회성격논쟁은 전세계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쇠퇴를 맞이하던 시기에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이라 명명된 예외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서동진이 보기에 여기에서의 마르크스주의는 이론적 주장이라기보다 사회운동이 고조되면서 추동된 급진적인 지적 실천의 문화적, 도덕적인 상징으로 도입된 것에 더 가깝다. 오히려 박현채는 그 중 하나의 드문 예외이며, 그의 논의를 재검토함으로써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실천의 특수한 모습을 조감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서동진의 주장이다.

서동진은 박현채의 선구자적 면모를 그의 ‘역사적 시간성’에 대한 사유와 ‘모순에 관한 접근’에서 찾는다. 먼저 시간성의 경우를 살펴보면, 박현채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시간성이란 이중적인 것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프레데릭 제임슨이 지적했듯, 마르크스주의에 내장된 시간성은 ‘현재의 역사성’과 ‘미래의 시간성’ 사이에서 진동한다. 전자가 자본주의가 자기 논리를 실현하고자 부단히 자신을 재구조화하면서 등장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단계’를 의미한다면 후자는 그러한 ‘단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없는, 사후적이며 소급됨으로써만 존재하는 ‘미래’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구성체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과정처럼 인간의 사회적 실천에 있어서 자의성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시기는 없다”는 진술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는, 시간성에 대한 박현채의 사유와도 서로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시간성’을 고려한다는 것이 특정 단계에 대한 분석을 포기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의 시대구분은 단순히 연대기적 시간의 분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시대의 총체성을 사유하기 위한 특유의 접근법이다. 이는 곧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심급들 사이의 규정과 인과성을 총체적으로 사유함을 의미하는데, 박현채 역시 이와 같은 접근법을 취한다. 박현채는 자신의 글에서 경제결정론이나 경제주의를 주의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서동진이 보기에 박현채는 사회구성체론과 발전단계론을 통해 한국사회의 구체성을 인식할 때 그와 같은 총체성에 대한 사유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현채의 논의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특징은 모순에 대한 그의 사유이다.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동일성을 유지하려는 동인은 동시에 그것의 역사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동인이기도 한데, 박현채가 논쟁의 대상으로 간주한 식민지반봉건사회론과 종속이론은 이러한 모순에 대한 사유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비판된다. 즉 마오를 인용해 “한 사회의 성격을 밝힌다는 것은 때로는 한 사회에 존재하는 버금가는 여러 모순 가운데 주요한 것을 밝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박현채는, 외적 모순(예를 들어 제국주의 대 식민지, 종속국 간의 모순)이 주요 모순으로 ‘나타나는’ 것을 단순히 확인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이 주요 모순으로 나타나는지까지 밝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박현채는 그 전화(轉化)의 매개(과정)을 살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동진의 글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논쟁을 촉발할 만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서술의 “부대적인 욕구”라 밝힌 문제의식, 즉 ‘다양한 열정을 반영할 뿐이었던 비판적 사회분석의 쇠퇴를 마르크스주의의 몰락으로 규정한 그간의 인식은 정당한 것이었는가’라는 질문은 분명 충분한 명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동진이 지적했듯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결산은 유보되거나 “비판을 추월한 거부”로 대체되어 있었음을 수긍할 수 있다면, 사회성격논쟁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적 토론이 제기될 수 있는 일차적인 후보일 것이다.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의 전사(前史)-페미니즘 지식 생산은 어디서, 어떻게 중단되었나

권김현영의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어떤 지식인가｣는 미완의 발표문이지만, 페미니즘 지식사(史)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페미니즘 리부트(reboot)’를 증명하듯 최근 페미니즘 열풍과 궤를 같이 해 페미니즘을 다룬 많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매우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이제 페미니즘은 그 이론에 대해 ‘이해하는’ 것보다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것이 중요함을, 즉 “참고문헌 없음”을 주장함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볼 때, ‘페미니즘 리부트’는 페미니즘 지식생산의 계보와의 단절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권김현영은 지식 생산과 단절됨으로써 ‘입이 트이는’ 역설에 대해 사유하기에 앞서, “대체 어디서 어떻게 끊겼는지”, 혹은 그렇다고 “상상된” 것인지에 대해 살피기 위해 한국 페미니즘 지식 생산의 계보를 추적한다.

우선 시기적으로 구분할 때, 페미니즘적 문제의식들이 집단적으로 모아지고 분출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이 시기 페미니즘 지식생산의 계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크리스찬 아카데미와 대학 내 여성학의 제도화이다. 먼저 각계 민주화운동가들의 산실이었던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여성사회교육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여기에서 배출된 운동가들은 이후 한국의 여성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편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기존의 여성자원개발연구소와 한국여성사연구소가 통합되어 한국여성연구소가 설립되는 한편 학부 교양과목으로 ‘여성학’ 강좌가 최초로 개설되기도 했다.

한편 1980년대에는 한국 페미니즘 지식 생산이 질적·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 세 축 중 첫 번째는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포함한 이화여대 여성학과의 설립과 한국여성학회의 창립이었다. 이는 학문제도 안에서 여성학이라는 학문이 공식화되었다는 의의를 갖는다. 두 번째는 한국여성학회의 창립인데, 이 학회는 사회과학이론으로서의 페미니즘을 정립하고자 한 학술운동체였다. 세 번째는 ‘동인지’를 표방한 《또 하나의 문화》의 창간이다. 《또 하나의 문화》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과 문인들을 구성원으로 확보함으로써 학제 간 연구가 가능했고 학술엘리트의 직접 행동으로써 대안문화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했다는 의의가 있다.

1990년대에 이르면 위의 세 흐름에 더해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창간되었고 대학 내 ‘영페미’들의 활발한 학술-출판활동(성균관대 《정정헌》, 고려대 《석순》 등)이 이어졌다. 한편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저자들이 한국말로 쓴 저서들이 본격적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는 페미니즘은 서구 이론이며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맞서 한국적 페미니즘의 특수한 적용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이러한 응답이 필요했던 이유는 여성국회의원들이 대거 배출되고,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1세대 인물들이 정부의 관료가 되면서 국가와 여성운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권김현영의 해당 글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 페미니즘 지식 생산 계보의 단층면 앞에서 멈춰 아쉬움을 남기지만, 서두에 제시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비단 페미니즘뿐 아니라, 이번 학술회의의 전체 논의와도 연관되는 질문일 것이다. ‘이론’은 어디서, 어떻게 ‘현실’과 분리되었으며, 다시 그 현실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