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독성

신지현 기자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정부와 기업에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이지만,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기준에 적합하다”며 문제를 덮어두기에만 급급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에 떠밀려 조사에 사용된 일회용 생리대 10개종의 제품명을 모두 공개하고, 최근 3년간 판매된 896개 품목으로 조사영역을 확장했다.

‘생리대는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써도 안전하다.’ 이는 지난 9월 28일 생리대 전수조사에 대해 식약처가 내놓은 첫 결과다. 며칠 후, 해당 수치는 입력 오류이며 제품 전부에서 1개 이상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약처는 오류를 시인하면서도 시중에 유통되는 생리대의 대부분이 안전하니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후 이번 유해평가가 경구섭취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점, 생리 이상의 원인과 휘발성유기화합물과의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검사의 방식이 잘못된 점 등 지적이 이어지며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하다, 유해하다 설전이 오가고 있지만,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나 기준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 논란이 끝나지 않는 본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면생리대가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시중에 판매되던 면생리대가 모두 동이 났다고는 하나 이는 ‘안전한 생리’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애초에 일회용 생리대는 매번 면생리대를 빨래해야 하는 어려움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켜준 물건이었다. ‘생리하지 않는 몸’을 기준으로 한 사회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리에 대한 부담과 수고를 줄여주었다. 다만 그 비용은 개인이 지불해야 했다. 생리기간동안의 사회생활을 위해 ‘생리세’를 내는 꼴이다.

이 와중에 생리대 환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환불가격에 꼼수를 부리고 통보 없이 환불접수를 마감해버린 기업과, 환불 사태를 모르는 척 바라보는 다른 기업들의 태도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더 명징하게 알게 되었을 뿐이다. 파업조차 할 수 없는 몸의 숙명인 생리가 또 시작되어 불안한 와중에도, 여전히 유해물질이 거론된 상품들은 마트의 1+1기획코너에 조용히 앉아있다. 마트의 그 거대한 생리대 무덤은 수십억 원의 광고로 만들어진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가득하다. 하지만 생리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더 깨끗하고 청결해야 했는가.

‘생명 잉태’를 위해 생리하되, 생리하는 것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은 여성의 생리와 몸에 대한 주권을 통제한다. 이번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깨끗하고 냄새나지 않기 위한’ 화학약품의 과도한 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안전’보다 ‘생리의 냄새나 번짐의 방지’가 생리대의 기능으로 더 중시되어 온 결과다. 말하자면 생리대는 생리를 은폐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속에서, 독하게 깨끗해져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