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은 왜 컨설팅의 대상이 되었는가

배상미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지난 9월호 고대 대학원신문에는 <논문쓰기도 컨설팅 받는 사회>라는 사설이 실렸다. 이 사설은 최근 성행하는 유료 논문 컨설팅이 논문 작성 과정을 돈으로 쉽게 생략할 수 있는 제도이며, 이것의 등장은 대학과 아카데미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이므로 현재 대학의 지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논했다.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논지다. 그러나 이 사설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조금 다른 측면에서 논문 컨설팅을 논하고 싶다. 우선, 이 사설은 대학원의 학위논문의 작성을 “깊은 사유의 바다를 잠영해 나와 그것을 논리적 언어로 풀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라고 정의했지만, 과연 모든 이가 동의할만한 정의인가? 또한, 이 사설은 사교육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은 학위논문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대학원 교육을 사교육의 ‘성역’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만약 이에게 학위논문이 그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대학원 교육은 왜 사교육의 ‘성역’이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대학이 학문 역량 증가보다 취업률 증가에 더 집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 글은 논문 컨설팅이 성행하게 된 배경을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학원’과 ‘학위논문’, 그리고 ‘연구 활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겠다.

현재 한국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자 수는 2012년 이래 평균 95,000명(특수·전문대학원 5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석박사 학위 취득자의 절반 이상이 전문·특수대학원 소속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원 진학자들은 자신이 종사하거나 종사할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다. 일반대학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대학은 빠르게 달라져가는 시대 분위기에 발맞추면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학문의 육성에 집중한다. 현재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의 목적과 대학의 발전 방향은 대학원 학문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도제식 혹은 군대식으로 선후배가 반 강제적으로 함께 공부하면서 전공지식과 연구방법을 학습했다면, 오늘날에는 ‘강제적 결속력’이 약해지고 개인의 자율성이 중시되고 있다. 과거의 방식이 결코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대학원 공동체는 수업 외적으로 학문적 능력을 키워나갈 ‘연구 공동체’로서의 역량을 점차 상실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원생으로서 학문 역량을 기르기 가장 어려워하는 이들은 유학생들이다. 유학생들은 자국과는 다른 한국의 학문풍토로 인해 고생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대, 혹은 국내 대학 출신 학생들이 주축이 된 연구 공동체에 잘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공동체들은 이전과는 달리 공동체에 맞는 이들을 ‘선택적’으로 포섭하고, 유학생들의 학문적 능력을 공공연히 비하하므로 유학생들이 이 안에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유학생들은 대학원에서 학문적 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학위논문을 작성해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학위논문이 ‘자격증’으로 불리는 상황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학위논문이 대학원 교육을 마쳤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인식되는 이상, 학위논문은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할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듯, 학위논문이라는 자격증을 위해 논문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은 지금의 대학원 상황에서 낯설지 않다. 특히 대학원 과정 안에서 학위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능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고, 도움을 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컨설팅 회사는 ‘단비’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결코 이상적인 대학원 현실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컨설팅 업체의 등장은 현재 대학원이 학위논문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을 만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학문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다시, 대학원에 오는 사람들의 목적과 대학원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대학이 점차 ‘연구’를 하기 위한 자격을 기르고 그것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능이 축소되는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학위논문이 ‘자격증’이 된 것은 어떤 사람의 연구나 교수 역량이 학위논문 여부로 판별되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학위논문 작성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유막론하고 ‘빨리’ 학위논문을 마치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학위논문이 없으면 그 사람의 학문·교수 능력과 상관없이 전문적 학문 활동에 큰 제한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학위논문을 쓸 만큼 학문적 역량이 있든 없든, 석박사 수준 이상의 전문적 활동을 위해 무조건 ‘빨리’ 학위를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컨설팅 업체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학위논문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학문적 능력을 바탕으로 대학 혹은 연구소에서 박사급의 능력을 원하는 연구·교수직에 취직하지 못한다. 대학의 구조조정, 비인기 학과 통폐합, 늘어나는 박사 학위자의 수는 박사 학위 ‘자격증’이 대학 강사직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낳았다. 학문적 능력은 있지만 취직이 안 되는, 30대가 훌쩍 넘어 고용시장에 이력서 하나 넣기도 면구스러운 박사 학위자들은 이들을 구인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인 논문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논문 컨설팅 회사의 탄생은 대학원과 학위논문, 그리고 연구활동의 조건이 변화와 이 과정에서 방황하는 대학원생 및 석박사 학위자들의 존재와 맞물려있다. 이러한 상황이 ‘문제’이고 대학원이 학문적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석박사 학위자들이 대학원이나 국가와 같은 제도권을 벗어나서 자율적인 학문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여러 시도들은 학문 공동체로서의 대학원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대학원을 ‘학문의 전당’으로 다시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더 연대하고 목소리를 높여가야 하지 않을까. 현재 대학 구조와 방향은 일부 정부 관계자나 사립대학 이사회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고, 대학원생과 대학원 학문공동체의 영향도 받는다. 대학원 교육이 현재의 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이를 실천해 나갈 때, 변화와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