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은 안녕安寧하십니까?

조은영

국어교육학과 박사과정

몇 년 전‘안녕하세요’라는 말의 유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말에 담긴 의미가 있다니 흥미로웠다. 안녕(安寧)이란‘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사회나 국가가 어지럽고 전쟁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을 때 이 단어는 평안하고 안전하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즉 예전의‘안녕하세요’는 험난한 세상 속에 서로의 무사 기원이 담긴 의미였던 것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어디 가시오’,‘어디가십니까’라는 인사가 자주 등장했다.산 넘고 물 건너 이웃 마을을 가고, 시장을 가야했던 시절에는 길을 가다 호랑이나 여우 등 짐승을 만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또한 산적을 만나 해를 당하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인사말이었다. 가난하여 끼니를 거르던 시절에는‘아침 드셨어요’,‘진지드셨어요’라는 인사가 많이 쓰였다고 한다. 이처럼 인사말은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말이다. 그럼 현대의 인사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얼마 전 카카오와 행복연구센터에서 공동으로 진행되는 <안녕 프로젝트>의 문자를 받았다. 전국의 사람들의 마음상태를 체크하고 마음의 안녕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서비스이다. 인사말로만 그치지 않고 만약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줄지 구체적으로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나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먼저 내가 어떤 캐릭터와 비슷한지 내향성과 외향성을 측정하는 테스트가 있었다. 총 25문항으로 이루어졌는데‘나는 모임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인가’로 질문은 시작되었다. 거침없이 넘어갈 수 있는 질문들도 있었지만‘내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나는 지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란 질문에서는 1-10까지의 측정치에서 서성거렸다. 응답자의 고민을 예상했다는 듯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고 순간에 떠오른 느낌에 따라 대답해 달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에는 순간에 떠오르는 느낌과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라는 부연설명이 있었다. 모든 문항에 대한 응답이 끝난 후에 결과표와 더불어 나를 위한 추천 콘텐츠가 아래 링크로 제시되어 있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나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강연과 책을 통해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다.

자신의 마음상태에 집중하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것은 다음단계인‘같이가치’서비스였다. 모금, 후원 외에 함께 버스 타고 서울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속마음을 나누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활동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행복을 위해서는 나 자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내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타인의 행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나의 행복도 더 증가한다는 것을 반영한 듯 <안녕 프로젝트>는‘나와 너’를 포함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는 서로가 서로에게 묻는 인사말이다. 상대에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소통의 첫 창구는 바로 이 인사이다. 인사말이 사회상을 반영한다면 지금의 안녕하세요는‘행복하십니까? 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 된 것은 아닐까? 예전과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그 인사말을 얼굴을 보며 하는 일이 드물어졌고, 또 타인에게만 하던 인사를 자신에게도 자주 건네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을 향한 인사말이 그냥 건네는 말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할 적극적인 의지를 포함하는 말이 되어야할 때이다.

안녕安寧이라는 인사말을 건넨다는 것, 그것은 바로 타인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과 함께 우리 서로는 타인의 행복에 책임을 가진 존재라는 마음이 담긴 실천의 첫 시작일 것이다.

‘나의 행복은 안녕하니?’

“당신의 행복은 안녕하세요?”

--------갤럽에서 행복을 측정하며 던진 다섯 가지 질문---------

1.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가 있습니까?

2.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습니까?

3.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4.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5．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