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을 넘어 현재의 행동으로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촛불혁명이라는 전환점을 지난 지도 1년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책임자의 처벌은 더욱 요원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한 활동과 투쟁들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의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세월호는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 아닐까. 4주기를 맞는 세월호, 다시금 관심을 끌어내야 할 때다. 본지는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 안순호 공동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4주기를 앞둔 세월호의 현안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공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 또한 ‘7시간 30분’이었음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그 내막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4·16연대가 대응하고 있는 세월호 관련 현안들은 무엇인지 물었다.

“우선,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설립을 앞두고 있어요. 3월 22일부터 설립준비단이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인데요. 국회의장실의 몫과 더불어민주당 몫의 특조위원들은 유가족들과의 협의 하에 추천이 결정되었어요. 문제는 자유한국당에 의해 특조위원으로 추천된 황전원이라는 인물입니다. 황전원은 1기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30분’에 대해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특조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사람이죠. 그 인물이 다시 2기 특조위원으로 추천된 겁니다. 4·16연대는 황전원이 특조위원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출근을 저지하는 등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어요.

또 최근 유가족과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네덜란드에서 자유항주실험을 진행한 사실을 모두 아실 거예요. 그런데 이와 똑같은 실험이 이미 2014년에 진행되었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죠. 공식적으로 발표된 네 가지 원인(조타미숙, 과적 불량, 불법 증개축, 급변침)으로 설명되지 않는 침몰 원인이 이미 2014년에 똑같은 자유항주 실험으로 발견되었음에도, 그것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입니다. 그런데 2014년에 자유항주 실험을 했던 인물이 현재 선조위 상임위원 자리에 앉아 있어요. 당시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선조위에 합류한 그 인물은, 해당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요. 이러한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명백한 규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조윤선, 해수부 전 장·차관인 김영석과 윤학배 등이 국가경제를 토의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자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방책을 논의한 사실이 밝혀졌죠. 당시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방해했다는 거예요. 현재 이들은 특조위 업무방해, 직권남용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청와대의 지시에 따랐다는 식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재판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요. 그 모니터링에 일반 시민들이 함께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세월호에 대한 혐오에 맞서

지난 3·1절,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극우단체가 폭력을 휘두르고 세월호 추모전시물과 희망촛불 조형물을 훼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극우세력이 농성장과 서명대를 향해 (언어)폭력을 행사하거나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의 행태를 벌여 온 것은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폭력사태는 한층 심각했다. 또한 안산에서는 4·16생명안전공원의 조성을 둘러싸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속사정과 연대 측의 입장을 물었다.

“저도 3월 1일에 광화문에 있었는데요. 그 날 극우세력들의 테러는 일차적으로 304명의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였습니다. 또 희망촛불 조형물의 리본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아 하나하나 손수 달아놓은 것인데, 그 조형물을 훼손했다는 것은 천만촛불 시민의 뜻과 열망을 짓밟고 조롱한 행위죠.

추모공원 조성의 경우, 제종길 안산시장이 지난 2월 20일에 유해(遺骸)와 함께 조성되는 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에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소속된 안산시의회 의원들이 공원 설립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죠. 참사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바로 안산임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까지 동원해가면서 시민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여론을 왜곡하려 했어요. 생명안전공원 조성의 쟁점은 봉안시설의 유무였거든요. 피해자 가족들은 여덟 곳에 흩어진 아이들을 한 곳에 있게 해주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공원에 봉안시설을 포함시키자, 다만 그것을 가능한 한 지하화시키자’는 설득의 과정을 거쳤죠. 대신 지상공간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도 있고 참사로부터 교훈도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했던 거죠. 그런데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안산지역 의원들은 생명안전공원이 갖는 다른 가치는 덮어둔 채 봉안시설 하나만을 두고 그게 혐오시설이라는 식의 이야기만 부각시킨 거죠.”

2기 특조위의 전망과 임무, 시민의 관심도 지속되어야

제2기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세월호를 둘러싸고 반드시 밝혀져야 할 가장 핵심적인 사안들은 무엇일까. 그것은 특조위의 목표나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가지 사안이 가장 핵심적일 것 같아요. 첫째는 세월호가 비정상적인 이유로 침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의 규명, 둘째는 책임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의 필요성, 셋째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한 사실 자체의 규명과 그 방해세력에 대한 처벌이에요. 특조위 설립 이후 즉각 특검을 준비해서 전면적인 재조사와 재수사에 착수한다면 좋겠고요.

하지만 이런 일들을 특조위의 힘만으로 해내기는 어려워요. 예전 1기 특조위의 경우 정부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죠. 지금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상황이 훨씬 호전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압력행사를 해주지 않는다면 위에서 언급한 핵심 사안들은 진척되기 어려워요. 특조위가 구심점이라면, 우리들은 함께 특조위를 견인하고 응원해주어야 합니다.”

망각을 넘어 기억으로, 기억을 넘어 ‘현재’의 행동으로

정권교체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4·16연대는 정부의 태도변화를 어떻게 느꼈을까. 혹은 여전히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일단 특조위와 관련해서 정부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정부가 진상규명을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시민들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참사아카이브 조성, 세월호 관련자료를 보존하는 일 역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애쓰고 있고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 치러지는 합동영결식도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사실 아쉬움이 섞여서 복잡한 마음이에요. 마치 세월호를 ‘지금’의 문제로 여기기보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단계로 넘기려는 것 같아서 그렇거든요. 합동영결식을 하고 나면, 합동분향소라는 상징적인 공간도 철거되겠죠. 영결식이란 장례를 치른다는 건데, 그건 예우를 갖추어 제대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떠나보내는’ 의례잖아요. 시민들에게 마치 세월호가 이제 끝났구나, 일단락되었구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정권교체 이후 ‘잘 해결되겠지’ 하는 마음에 관심이 많이 줄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사실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우리는 4·16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그 변화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진상규명이에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런 질문은, 세월호가 이미 마무리된 과거의 일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요. 세월호가 현재진행형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에요. ‘기억하는 일’에 갇히지 않으려면 세월호의 진상에 대한 저마다의 관심과 공부가 필요해요. 시민들의 관심과 공부가 ‘4·16 이후’를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갈 초석이 될 거예요.

세월호 참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죠. 자본과 권력의 문제가 폭넓게 연루된 참사이기도 했고, 백기완 선생님 같은 분은 세월호를 ‘학살’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저마다 세월호 참사를 나름대로 규정하고,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학원생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세월호에 대해 공부하고 각자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동참해줄 수 있을 거예요.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 고민해 주세요. 단순한 기억의 약속이 아니라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4주기를 맞아 정한 건, 그런 의미에서입니다.”

※ 세월호 참사 4주기 관련 행사

▶ 4월 16일 11:00 – 참사 4주기 당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정부 합동 영결식

▶ 4월 15일 15:00 – 세월호 거치 목포신항에서 문화제

▶ 4월 14일 17:00 –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 기억문화제 사전행사 진행(시민합창제, 사진전, 전시회)

4월 14일 19:00 –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 기억문화제 본행사

■ 인터뷰·정리 : 반재영·이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