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정치 아닌 것

반재영

지난 2월 25일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신기해서인지, 아니면 올림픽 직전 강릉에 다녀온 차에 관심이 생겨서인지, 꽤나 열심히 챙겨봤다. 출전하는 종목의 저변도 넓어졌고 1등에 집착하는 강박도 한층 완화된 것 같다. 우승의 장면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건, 실수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순간에도 괜찮다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모두들 고생했고 또 앞으로도 잘 되기를. 물론 이런저런 논란들도 많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가 아니었나 싶다. 이 화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 추진될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여기서는 조금 다른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지난 2월 17일, 한국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한 명이 출전했다. 선수의 헬멧에는 조그마한 세월호 리본이 프린팅되어 있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논란이 일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이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급기야 누군가는 세월호 리본 부착이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소를 했다고 한다. 각종 국제기관과 위원회는 한국 덕에 참 황당한 일도 많이 겪는다. 결국 이 선수는 다음 경기에서는 세월호 리본이 프린팅된 곳을 검정색 테이프로 가리고 나왔다. 옳든 그르든 선수 측에선 일단 문제의 소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을 텐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세월호 리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당연히 정치적이다. 선수를 두둔하는 쪽에서는 세월호 리본의 부착이 정치적인 행동일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침몰의 밑바탕에 자리한 한국 자본주의의 탐욕, 그것과 결탁한 국가권력, 국민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는 권력의 사사화까지, 세월호 리본은 망자에 대한 추모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넘어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자는 정치적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도대체 정치와 완전히 구분되는 문화,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경제, 정치와 전혀 무관한 국제스포츠 같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물론 우리는 편의를 위해 혹은 관습적으로 문화, 경제, 사회 등과 구분되는 것으로서 ‘정치’의 개념적 영역을 상정한다. 세월호 리본의 부착이 정치적이라는 주장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 불순하게 섞여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이 때 정치는 문화나 경제, 학문이나 예술, 스포츠 따위와 구분되는 것으로서의 정치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라면 세월호 리본은 순수한 추모의 상징이지 정치의 상징일 수는 없다. 망자에 대한 추모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제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들여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