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동향]

류혜진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퀴어이론과 페미니즘 : 섹스/젠더/섹슈얼리티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페미니즘과 퀴어이론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를 그 학문 대상으로 삼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겹치기도 하고 서로 경합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페미니즘과 퀴어이론을 다루는 2개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페미니즘과 퀴어이론에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다뤄질 수 있을지를 논하고자 한다.


주디스 버틀러(1997), “적절한 대상에 반대하여”

  버틀러는 “적절한 대상에 반대하여”에서 “여성학은 (그것이 여자든 남자든) 분석의 중심적인 범주로써 젠더를 다루는 어떠한 조사들도 포함한다…레즈비언/게이 연구는 여성학에서 젠더를 연구한 것과 유사하게 섹스와 섹슈얼리티를 연구한다.”라는 ‘레즈비언과 게이 연구 방법론’(1993)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페미니즘과 퀴어이론이 어떠한 것을 적절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첫 번째로 버틀러는 페미니즘을 생물학적 이원론으로만 해석되어지는 젠더에 제한하면서 레즈비언 게이 연구가 섹스, 섹슈얼리티를 자신들만의 영역으로 제한하고자하는 방법론을 비판한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삭제하면서 레즈비언/게이 연구가 “적절한 대상”을 발견해내는 방식은, “토대”라는 슬픈 형태를 통해 특정 주체만을 합법화해온 역사들 날조적인 반-역사적인 움직임과 유사한 서사구조를 가진다. 즉, 레즈비언/게이 연구가 페미니즘의 대상을 ‘젠더’에 한정시키고, ‘섹스/섹슈얼리티’를 분리해내는 것은, 이 자체가 ‘섹스/젠더’와 같은 이분법적 프레임이 적절하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버틀러는 두 번째로 게이/레즈비언 연구가 ‘적절한 (연구)대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스트의 급진적인 성적 자유를 추구하는 강한 전통을 생략해왔음을 지적한다. 버틀러는 러빈의 ‘섹스 생각하기’를 분석하면서 이를 더욱 자세히 논한다. 버틀러에 따르면 러빈은 이 글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분리’를 제안하는데, 이 주장은 게이/레즈비언 연구에서 섹스/젠더/섹슈얼리티를 구분해내는 방식과는 다르다. 러빈이 젠더로부터 섹슈얼리티 연구를 분리시키고자 했던 이유는, 섹슈얼리티가 젠더 위치들과 함께 지배와 복종의 틀을 통해 강화된다고 주장하는 캐서린 맥키논 식의 페미니즘 이론 틀을 반박하기 위한 역사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세 번째로 버틀러는 ‘섹슈얼리티가 더 이상 친족에 의해 구성되거나 강요되어지지 않는다’라는 역사적인 주장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친족을 “넘어서는” 상상 속에서 친족을 구성하는 그 사회적 배열들을 지지하는 용어들이 발견된 것이다.(예: 레즈비언 게이 입양 합법화, 레즈비언 게이 연인 간의 재산권 등) 섹슈얼리티와 친족 간의 관계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사고되어야만 한다고 버틀러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버틀러는 이와 같은 논의들을 통해 게이/레즈비언 연구가 페미니즘의 역사를 젠더에 대해서만 배타적으로 관심을 갖는 학문으로써 잘못 재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버틀러는 상징은 사회적인 다양한 종류의 실천들의 압박 하에서 의미들의 재기술과 전환들을 숙고하는 것에 의해 반박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성적차이 이론을 비판한다.

  버틀러는 차별받아왔다는 위치적 특성을 통해 어떤 범주를 설립하고, 이를 토대로 하는 방법론을 제안하는 것보다, 이와 같은 토대들을 전복하는 것으로부터 훨씬 더 배울 것이 많으며, 배제에 의해 임명되어온 것을 역전하는 것, 퀴어를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미미 마리누치(2010), “퀴어 페미니즘에 대해”

  미미 마리누치는 “퀴어 페미니즘에 대해”에서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이 서로 접목되는 지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페미니즘의 교차성과 퀴어 이론이라는 광범위하게 출현하고 있는 이론적 경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퀴어 이론과 페미니스트 이론의 연합이 가져올 결과들에 대해 논의한다.

  첫번째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퀴어” 파트에서 저자는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이 모두 여성 억압과 LGBT 존재의 억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페미니즘과 퀴어의 연결을 통해 이 이론들이 인종차별주의, 계급주의, 다른 억압들과 같은 지배 논리에 대한 비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논한다. 실제로 퀴어 이론은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를 퀴어 관점으로 새로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의 연결을 통해 페미니즘은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현재 제3의 물결 페미니즘 혹은 포스트 페미니즘은 주류 문화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퀴어 페미니즘이 이와 같은 관점을 제공해주는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페미니즘” 파트에서 저자는 퀴어 이론을 포함한 섹슈얼리티 연구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어왔음을 지적하면서,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젠더에 대한 강조, 또한 페미니즘 고전에서의 인종주의나 계급주의에 대한 비판이 반영되어, 이와 같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비롯한 다른 편견과 차별들이 여과되어질 수 있을 것이라 논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퀴어”와 “페미니즘”의 연합은 문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문제적인 용어인 “퀴어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채택한다. 저자에 따르면 퀴어 이론적 사고의 변함없는 부분은 여성 혹은 다른 그룹에 대한 억압은 궁극적으로 이원론적 사고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이분법에 대해)‘질문하고’, ‘미심쩍어하는’ 페미니즘은 필연적으로 그 자체로 퀴어적인 것이다. 저자는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페미니즘’이 주류 언어와 개념적 전환을 통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되지 않는 한,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페미니즘은’ 유의미한 채로 남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퀴어와 페미니즘이 유의미하게 만날 수 있으려면 버틀러가 주장하듯이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와 같은 특정한 영역을 고정된 것으로, 혹은 여성, 레즈비언, 게이와 같은 것을 고정되어진 정체성으로, 어떤 ‘토대’로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주들이 설정되어지는 사회적 관계와 역동적인 움직임들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입장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을 고정된 범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범주로 접근하면서 여자/남자와 같은 인간의 이원적 범주화의 역사적 궤적과 이의 강력한 효과를 추적해야만 할 것이다. “여성” 혹은 “섹스”. “젠더”와 같은 “적절한 대상”을 미리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회적 담론들과 실천들이 사회적으로 이해가능성의 경계를 설정하며, 이 경계 안에서만 ‘적절한 주체’들이 등장하게 되는지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그러한 경계들을 질문하는 실천들 속에서, 사회적 담론들은 재기술될 수 있을 것이다.




<소개논문>

Henry Abelove, Michele Aina Barale, David M. Halperin eds.(1993), "Introduction", The Lesbian and gay studies reader, New York : Routledge
Butler, Judith(1997), "Against Proper Objects. Introduction", Elizabeth Weed and Naomi Schor ed, Feminism meets queer theory, Bloomington, Ind. : Indiana University Press
Mimi Marinucci(2010), "Notes toward a queer feminism", Feminism is queer : the intimate connection between queer and feminist theory, London ; New York : Zed Books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22:5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