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부터 우리 학교의 한 단과대학으로 신설된 보건과학대학(이하 보과대)은 그 시작부터 수많은 진통을 겪어 왔다. 지난 해 사상 초유의 출교 사태에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얽혀 있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보건과학대학의 전신인 병설보건대학 학생들의 투표권 인정 여부였다. 신설 단과 대학이 겪는 산통이라고 보기에는 과할 정도로 뼈 아픈 고통이었지만, 이후 보과대는 셔틀버스 운행, 단과대학생회 설립 등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러나 보과대는 06학번의 대부분이 2학년이 된 2007년도 1학기부터 이중전공 불허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고파스와 학교 자유게시판은 지난 몇일간 이 이중전공 허가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고,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역시 이 사건을 기사화했다.

우리 학교는 사범대학, 의과대학, 간호대학을 제외하고는 04학번부터 심화전공, 연계전공, 이중전공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하는 제2전공을 의무화했다. 학교 측은 “의대, 간호대, 사범대와 마찬가지로 전문직을 양성하는 보건과학대학의 특성 상 제 1전공의 부실화를 우려해 이중전공을 불허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보과대 내 7개 학과 중 보건행정, 식품영양, 환경보건을 제외한 임상병리학, 물리치료학, 치기공학, 방사선학과는 졸업과 동시에 국가 인증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등 전문직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학교의 결정에 보과대 학우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과대 학생회는 이중전공 허가를 위해 565명의 보과대 학우 중 93%의 학우들의 서명을 받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임상병리학과 07학번 박재한 학우는 “의대, 사범대, 간호대도 타 학과로 이중전공이 가능한데, 우리 단과대만 불가능하다”며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냈다.

03학번의 한 학우 역시 자유게시판을 통해 “보건과학대가 4년제 단과대로 승격됐고, 우리 학교에 편입된 이상 과거의 직업전문학교적 성격으로 운영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전공 학과에 충실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맡겨두어야 할 일이며, 권리와 책임 모두를 부여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인 처사”라는 의견을 밝혔다.

아이디 “쌈박정대” 역시 자유게시판을 통해 “교수가 학생을 볼모로 잡고 기형적으로 학생들의 권리를 틀어막고 있다”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보과대의 한 교수는 “교수들도 이중전공을 반대하는 임상병리, 물리치료, 치기공, 방사선학과와 보건행정, 식품영양, 환경보건학과로 나뉘어 대립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중전공 때문에 30~40%의 학생이 빠져나가면 폐강의 위험도 높고, 아예 강의가 개설되지 않을 까 우려하는 교수들이 많다"는 지적을 했다.

총학생회 역시 보과대 학생회와 협력해 현수막과 대자보를 제작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중전공을 완전히 허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치기공학과의 한 교수는 “기술 계통의 학과고 전문성을 요하는데, 심화전공을 택하지 않고 이중전공을 택한다면 초보적인 기술밖에 익히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물리치료학과의 한 교수 역시 “면허에 관련된 전공이므로 심화전공을 의무화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몇몇 학우들도 학교 측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아이디 ‘seize’는 “전공 14과목만 듣고 임상 실습 등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자격증만 따서 전문인으로 활동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현재 학교와 학생 측은 절충안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박영민 보건대 학생회장과 김웅철 보건대 부학장은 며칠 째 면담을 계속 하고 있다. 이중전공을 강경하게 반대했던 학교 역시 입장을 굽혀, 기본 전공 이수 학점을 높여서 전공의 부실화를 막은 후 이중전공을 허가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웅철 부학장은 “어느 정도 이수 학점을 높일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며 “연계 전공과 심화 전공을 특화시켜 질을 높여서, 행정적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학기를 다닌 06학번 학우의 대부분은 2007년 1학기에 이중전공을 이미 신청했다. 보과대 06학번 학우들은 1학기 신청을 하지 못 했으므로, 2학기 신청을 하게 되더라도 원하는 이중전공을 하지 못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으로 이중전공 허가가 미뤄진다면, 보과대 06학번 학우들은 이중전공을 택하지 못 하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된다. 학교 측의 빠른 결정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보과대가 편입된지 일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8월 11일, 08학번이 될 새끼 호랑이들이 수시 1학기 시험을 치뤘다. 이제 1기, 2기와 3기 보과대 학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보과대가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