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1년, 그리고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70대 노인의 머리를 조준해 물대포를 발사한 잔혹함에 대한 비판, 경찰의 혐의 부정과 위증에 대한 논란, 그리고 시신 탈취 시도에 대한 저항 등으로 점철된 1년간이었다. 이번 호 본지에서는 1년간 故 백남기 농민을 두고 벌어져 온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60대 노인의 머리를 향해 대포
  지난해 11월 14일, 무기 하나 없는 맨몸의 60대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현장은 53개  노동 단체 및 시민사회 단체가 마련한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이었다. 노동개악,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규탄하고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 대회, 농민대회, 청년 총궐기 대회, 성소수자 궐기 대회, 빈민·장애인 대회, 재벌사내유보금 환수 결의대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 등 약 15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약 8만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자리였다. 백남기 농민 역시 한·중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리고 쌀값을 21만원으로 올리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농민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경찰 측은 2011년 위헌 판결을 받았던 차벽을 동원했다. 시민의 이동 통로가 확보될 경우에만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례이지만, 당시 경찰은 통로를 폐쇄해가며 여러 겹의 차벽을 설치했다. 또한 정청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이 날 하루에만 2015년 총 사용량의 45배가 넘는 살수량(18만 2000리터), 3.4배에 이르는 최루액(651리터), 그리고 고농도 최루액(PAVA) 441리터를 동원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 날 오후 6시 56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고 구급 활동 일지에 적힌 병원 도착 시각은 7시 40분이었다. 당시 CT 검사 결과, 다발성 골절(두개골, 안와, 광대활)과 함께 외상성 경막하출혈, 지주막하출혈이 관찰된 것으로 기록되었다.
  
경찰의 혐의 부인과 위증 논란
  지난 22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편에서 밝혀진 것처럼 백남기 농민을 직격한 물대포의 위력은 살인적인 것이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물대포를 맞고 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방송에서 재연된 14바(3000rpm) 수압의 물대포는 강화유리와 벽돌까지 부수는 위력을 보였다. 또한 “절대 한 명을 겨냥해서 쏘지는 않았다”던 경찰의 말과 달리, 다른 각도로 찍힌 사건 영상을 종합해 볼 때 경찰이 백남기 농민을 향해 조준 발사했음은 자명했다. 특히 이 날 경찰의 물대포 발사는 ▲ 10미터로 규정된 살수 거리를 위반했다는 점 ▲ 직사를 할 경우에도 쇠파이프, 화염병, 돌 등 폭력 시위 용품을 소지했거나 경찰이 폭행당할 경우에 한해 가슴 아래 부위를 향해야 한 다는 점 ▲ 당시 백남기 농민이 폭력 시위 용품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백남기 농민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부터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과 시민단체들, 민중총궐기 참가 단체들, 그리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경찰에게 폭력적인 과잉진압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이틀 뒤에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시위대가 복면을 쓰고 쇠파이프 를 휘두르거나 방화, 투석 등 불법 시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말로 대응했다.
  지난 9월, 지속적인 요구 끝에 여야 합의를 거쳐 ‘백남기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충남 9호 살수차에 탑승했던 한모 경장 등은 “초기에는 경고 살수를 했고, 그 이후에는 안전하게 살수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9일, 공개된 광주 11호 살수차의 CCTV 영상에는 충남 9호차가 처음부터 시위대에 31초가량 직사 살수하고, 2차와 3차 살수에 이어 백남기 농민을 쓰러트린 4차 살수는 무려 1분 18초간 이루어졌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경찰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이다. 또한 경찰이 ‘파기해서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던 당시 상황속보의 14~18호가 공개되기도 했다. 6월 29일, 강신명 전 청장이 업무보고에서 ‘저녁 9시가 넘어 뉴스 자막 방송으로 부상 상황을 알았다’고 답변한 것과 달리, 상황속보 19보에는 “19:10 SK빌딩 앞 버 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구급차 요청, 호송조치(송파6-7)”라는 진술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속보와 CCTV 영상이 공개되기 이전 청문회에 참석한 강신명 전 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민들에 의해 무산된 강제 부검 시도
  한편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병원에서 숨을 거두면서 사태는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이미 백남기 농민이 위독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전날 밤, 경찰은 3개 중대 250여명을 서울대병원 주변에 배치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경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의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검 의사를 내비쳐 왔기 때문에, 유족들과 분노한 시민들이 모인 서울대병원은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경찰은 예상대로 부검 영장을 신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사인(死因)을 ‘병사’라고 기술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백선하 교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환자분께서 최선의 진료를 받지 않고 사망에 이르러 병사”한 것에 해당하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심폐정지”라 적혀 있었다. 이는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등은 사망의 증세이며, 사망의 원인으로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 등이라 명시한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 교부 지침’과 상충하는 진술이어서 의학계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대 의대생들은 성명을 발표해 백선하 교수를 비판했고, 서울대동문 365명과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809명이 이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9월 27일 JTBC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영장 재신청 전에 작성된 ‘검찰 수사지휘서’에는 “주치의의 진술조서에는 물대포가 사인인 것처럼 되어있으니 이에 대한 법의관 의견의 차이점을 상세히 밝히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 9월 28일, 경찰 측은 한차례 기각된 이후에도 재청구 과정을 거쳐 조건부 영장을 발부받았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또한 같은 달 26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 전환하며 강제집행 시도에 맞서 싸울 것임을 밝혔다. 6차례에 걸쳐 유족과 투쟁본부에 부검 관련 협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경찰은 지난 23일과 영장 만료 시한인 25일, 경찰 병력 1000여 명을 동원해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투쟁본부와 각지에서 연대한 시민들 수백 명,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은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으며 저항해 이를 막아내기도 했다. 한 달여간의 싸움 끝에 종로경찰서는 보도 자료를 통해 부검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과 투쟁본부 측은 “당연한 일”이며,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후 유족과 투쟁본부는 미뤄왔던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11월 3일부터 조문이 가능하며, 발인은 11월 5일이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영결식이 거행된다.

                                                                                                                                  ■ 김유동 기자 kkndyut1212@hanmail.net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