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이 못 나오는 이유?
“피켓 시위 그만두시면 시간 강사 자리라도 드리겠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세포 안의 폐기물 처리 과정인 ‘오토파지’를 발견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가 선정되었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작년에 이어 연속 수상한 셈이다. 한편 지금까지 22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낸 일본에 비해 한국은 단 한 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수한 인재가 없었다는 비판보다는 연구 대학원생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학계 및 기관의 유착과 비리를 문제 삼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상명대의 이영이 강사가 이러한 부패의 희생자이다. 그녀는 석·박사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총애를 받는 제자였다.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에 실린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연구실에 처음 들어간 4학년 2학기부터 그녀는 ‘네가 여기 있는 애들보다 낫기 때문’이라며 지도교수로부터 연구실 선배들의 논문 대필을 주문받았다. 그 후 지도교수는 졸업을 하고 연구실에 머무르며 가장 많은 연구실적을 쌓은 그녀를 쫓아내고 동료교수의 딸을 후임자로 만들기 위해 그녀의 박사논문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빼앗았다. 그녀는 프로젝트를 발주한 주무관과 문화재청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그녀를 참여시킬 수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학계의 권력자인 지도교수 밑에서 학위를 받고 스펙을 쌓은 관계였기 때문이다.
  이영이 강사는 국회 앞에서 2년째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고 가끔 만나는 교직원은 “피켓 시위를 그만두시면 시간 강사 자리라도 드리겠다”며 달래기만 한다. 연구실에서 쫓겨내고 논문의 저작권도 빼앗긴 그녀에게 보수도 열악하고 근로기한도 보장되지 않은 시간강사직은 ‘맛없는 미끼’에 불과했다.
  지난 10월 12일에 그녀는 같은 대학 이진희 강사 그리고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와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이영이 강사는 “‘상명대와 문화재청은 빼앗아간 박사학위논문 연구저작권 돌려달라.’, ‘연구비 환수하라.’,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처벌하라.’ ‘교원사기계약 및 강사해고 해결하라.’ 길거리에 서서 외친지 3년이 지났다. 박사들이 자신들의 앞길을 포기하면서까지 "연구 비리를 문제제기했지만 대학, 정부기관(교육부, 문화재청), 국회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며 비리를 은폐한 대학 측은 진상위원회를 꾸려 재조사를 실시하고, 20대 국회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촉구했다.
  일주일 뒤 이영이, 이진희 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투쟁을 함께해준 고려대 원총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원총에서 만들어 배포한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2’의 해당편(‘토사구팽1’)이 10월 13일 저녁 추천뉴스에 오르고, 상명대의 연관 검색어로 상명대 이영이가 1순위가 되기도 했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나아가 대학원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이영이 강사의 안타까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과 같은 연구풍토에서 노벨 생리학상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보다는 대학원생 누구나 마음 편히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합당한 자기 몫을 당당하게 청구할 수 있는 사회가 오는 것이 우선과제일터인데, 그마저도 노벨상만큼이나 요원해 보인다.
                                                                                                                                        ■김유동 기자 kkndyut1212@hanmail.net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8: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