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서 개인적 고충과 제도적 문제들, 그리고?

  처음 원고를 쓰기 위해 다른 ‘원우발언대’ 글을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가난한 대학원생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고충들, 대학원을 다니며 접하게 되는 제도적인 문제들, 그리고...?
  그러니까 나는 ‘그리고’에 잠시 머물러 고민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대신 나름의 분야를 정해서 더 공부하겠다고 들어온 대학원생들은 공부도 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라는 돈도 벌어야 한다. 박사 학위를 따서 시간강사라도 나가지 않는 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이 길을 처음 가기로 선택했을 때, 우리들은 이 모든 고충들을 전혀 몰랐던가?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처지와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최근의 노력들과 성과들도 분명히 반가운 일이고, 앞으로도 이런 적극적인 목소리들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생각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에서는 직접 돈을 벌지 않으면, 노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대학원생들은 연구를 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노동자’로서 이미 사회에 참여하는 일원이므로 그것에 대한 대가와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조교활동을 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기금을 따기 위한 프로젝트 맞춤형 논문을 써서 필요한 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예비 신진학자로서 ‘연구’라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누릴 권리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학원 생활을 하며 겪는 고충과 문제점 이면에 있는, ‘대학교육’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마치 등록금이라는 재화를 지불하고 얻는 서비스처럼 생각하는 이 사회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으로 이렇게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은 대학원생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예술가, 지역활동가, 시민운동가 등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을 분명히 창출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열악한 환경 속에 내몰리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문제에 집중해 너무 엄살을 피웠던 것은 아녔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학력자본을 가진 고대 대학원생들은 그래도 최저 시급 이상의 돈을 받는 과외나 학원 강의 등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원생이 ‘지식노동자’이고 ‘지식인’이라면, 이 모든 문제들을 함께 끌어안고,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대학(원) 무상교육’, ‘기본소득 제도’과 같은 구호들이 우리나라 현실에는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학원생들이 대학생들에 비해 더 사회적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당위적인 글이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늘 내 문제에 갇혀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글이기도 하다. 모두가 힘든 시대이다. 대학원생이 되면서, 늘 학교를 중심으로 생활반경과 시선이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리고, 좀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05:2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