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 대학 구성원들은 대학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한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설립된 인권센터는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의 일환이다. 이번 호 본지에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침해 문제와 대학 인권센터의 설립에 대해 살펴보았다.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과 대학 인권센터 설립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이음지기’는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웹툰을 지난해 11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즌은 마무리 되어 책으로도 출간되었다(본지 제214호 5면 참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에 실린 사례들은, 각색을 거친 것이기는 하지만 대학원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편, 본교를 포함하여 몇몇 대학의 학부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온라인 성폭력 사건들은 대학의 인권 문제가 대학원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인권
  󰡔표준국어대사전󰡕은 인권을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정의한다. 1948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이 원리에서 출발하여 제30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권리와 책임이 명시된다.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역시 기본권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 규범의 차원에서나, 대한민국의 헌법 차원에서나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보장해야 할 구체적 인권의 요소는 다르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본정신은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인권보장의 원리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도 다른 많은 사회조직과 마찬가지로 인권침해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문제는, 대학에서 어떤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 당국이 해당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인권침해를 당한 당사자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공론화되거나 사법적 처리 절차도 제대로 밟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 인권침해는 끊임없이 발생해 오고 있다.

  여전히 발생하는 인권침해, 대학원생은 더욱 취약
  1993년 공론화되어 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던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은 성희롱 문제인 동시에 대학 내 인권침해 문제이기도 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지 20년도 더 지났고, 최종적으로 우 조교가 일부 승소한 것이 10여 년 전의 일지만, 여전히 한국의 대학에서는 유사한 인권침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아마 2013년부터 약 2년 동안 자신의 자제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강남대 장 아무개 교수 사건일 것이다. 장 교수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학회 사무국에 취업시킨 제자 B씨가 일처리를 잘 못한다는 상상하기 힘든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대법원은 장 교수에게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이처럼 폭력을 동반한 가혹한 인권침해 사건은 본교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교 세종캠퍼스 일반대학원 사회체육학과(학부 글로벌체육학부) A교수 역시 조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A교수가 장학금 횡령하고, 지도교수 변경 요청을 묵살했으며, 조교를 폭행하였고, 여학생들을 성추행·성희롱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본교 교원윤리위원회도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사실인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본지 제214호 2면 참조). A교수 사건은 앞서 소개한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에 ‘교수의 주먹’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이처럼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동반한 것은 극단적 사례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학원생들은 교수와 동료를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단법인 한국교육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여 발간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1,906명의 응답자 가운데 10%는 교수로부터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들은 바 있다고 한다. 또한 2%는 불쾌한 신체접촉 및 추행을 당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는데, 그 수치가 낮지만 심각성에 비추어 매우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선후배를 포함한 동료들로부터 불쾌한 신체접촉 및 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은 2.3%로, 이는 대학원생에 대한 인권침해가 단순히 교수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대학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만큼 대학원생만이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 강사,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 대학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언제든 인권침해를 가할 수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인권침해는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학생이 교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고려하면, 교수로부터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양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대학원생은 교수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동료 간 인권침해의 경우, 선배가 후배의 인권을, 남성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할 것이다.

  인권 문제의 제도적 해결을 위한 조직, 대학 인권센터
  이처럼 대학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학 인권센터의 설립이다. 인권센터가 설치된 국내 대학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중앙대, 충남대, 카이스트 정도로 소수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치된 인권센터조차 학내 인권문제의 적극적 해결에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 이유로는 구조적으로 인권센터가 대학본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 인권센터의 위상이 제한적 자문기구라는 점 등이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와 같이 독립적 운영을 도모하기도 한다. 대학 인권센터 설립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학 구성원들의 인권 문제에 있어 대학 인권센터가 실질적인 기관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곽태진 기자 karajan86@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21: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