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본교 일반대학원 신소재공학부 석사과정

지도교수 자율선택제 대해

지도교수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동국대가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범운영해왔던 지도교수 자율 선택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 수많은 대학원생이 다양한 이유로 몇몇 교수들의 갑질을 감내해야만 했다. 등록금 문제, 학위 심사, 취직 등이 그러한 예다. 필자의 경우는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근래 대학에서는 이미 도를 넘은 갑질의 사례도 더러 있다. 대학원생의 연구비를 갈취하는 교수, 성적 폭언ㆍ폭행을 일삼고, 성과를 가로채는 교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부당한 처사를 방지하기 위해 동국대는 나름 파격적이고 진취적인 제도를 도입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학교와 갈렸다.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지도교수 자율선택제로 인해 해당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됐다고 언급되지만,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필자가 그 부분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총학생회의 입장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금 동국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는 보광 스님은 선출 당시부터 각종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렸던 사람이다. 그 중에는 교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의해 명백한 타인 표절로 판명된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이라는 논문도 있다. 이 논문은 불교대학 내 모 비정규교수의 논문 5편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받은 논문이다.

또한, 보광 총장은 국가인권위원 취임 초기 “자비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해왔다.”고 밝히며 그 사례로 “과거 기물 파손이라는 명목으로 징계위원위회 올라온 학생에게 학적부에 남는 징계 대신 1주일동안 매일 108배를 하도록 처분을 내렸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 ‘총장 퇴진’,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50일동안 단식한 전 부총학생회장에게, 학생총회 명부를 파기했다며 ‘기물 파손’ 혐의를 적용하여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최종 결재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신뢰받고 있지 못한 상태이니만큼 총학생회는 반감을 가지고 있을 터. 그런 와중에 지도교수 자율선택제 도입이 동국대학원 총학생회에게 미봉책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필자의 생각도 총학생회와 같다. 대학원생이 지도교수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지금 대학이 진실로 해결해야 할 것은 인권 존중이 경시되는 문화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지도교수를 바꾸는 제도를 도입하고 그것에 만족해 버린다면 진정으로 대학원생의 인권은 보장받을 수 없다. 필자가 기사를 읽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것은, 지도교수를 바꾸게 되면 그에 따라 자신이 원래 하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새로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패널티에 관한 언급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다니는 공과대학의 경우, 교수들도 저마다의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뉘기 마련이고, 자신의 적성에 맞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본디 그래야 하는 것이 맞는데, 지도교수 자율선택제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것이 단점으로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자체가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든 것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지도교수 자율선택제는 분명 어느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제도 하나만으로 대학원생의 인권을 모두 보장할 수도 없다. 동국대학교측은 지금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대학원생들과 소통하여 지도교수 자율선택제를 보완하고,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도마에 오른 지도교수의 갑질을 손질할 칼을 잘 가는 것은 학교와 학생 둘 다의 몫인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7:3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