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채팅방에 이어 페이스북 비밀그룹에서도 ‘온라인 성폭력’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고려대 남학생 8명이 1년 넘게 주변 여학우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행한 이른바‘카톡방 성희롱’사건은 지난 6월 13일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며 알려졌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은 사과문을 올렸고, 이후 고려대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가해 학생들의 제명과 이들의 이름을 제외한 성(姓) 및 입학 연도, 단과대학을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더불어 총학생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동아리연합회 회장단에는 이들의 이름,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을 모두 공개해 참고하도록 했다.

‘카톡방 성희롱’사건이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성폭력 사건이 또 다시 불거졌다.  사회학과 일부 남학생들이 페이스북에서 비공개 그룹을 통해 동료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몰래카메라 사진 등 음란물을 공유해 왔던 것이다. 이 ’사회학과/악칠반 페이스북 성인권 침해 사건‘의 학생피해자대책위에 따르면 비공개 그룹 내 게시글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몰래카메라 사진, 음란물, 성소수자 비하, 특정 과 학생 언급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에 지난 8월 17일 사회학과 교수 일동은 사회학과 학생들에게 사과의 내용을 담은 메일을 발송했다. 대책위는 22일 대자보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가해자 역시 23일 사과문을 대자보로 게시했다. 현재 사건 조사는 교내 양성평등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온라인 성폭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여 충격을 주었지만, 이는 지금에서야 범죄로서 ‘발견’되었을 뿐,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이전까지 무시되거나 방관되고, 침묵이 강요되어 왔던 일들이 문제로 제기되고서야 ‘현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번 온라인 성폭력 사건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폭력은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성폭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성적인 농담을 강요하거나, 그런 농담에 동조하고 반응하게끔 유도하는 등, 성폭력을 비 가시화 하는 분위기로 인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성폭력은 일상적으로 빈발한다.

최근에는 여러 대학에서 성폭력의 심각성과 올바른 성평등 의식의 재고를 위해 신입생 성평등 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 성폭력의 근절과 예방, 재발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카톡방 성희롱’사건의 가해학생들 중에는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스, 새내기 새로배움터 성평등지킴이, 페미니즘 소모임 회원, 과거 총학생회 집행부원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문은 유효하다. 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성폭력을 예방해 줄 수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성폭력이 성평등 교육 수준과 교육의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폭력 사건이 여러 다른 대학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의식 깊이 스며든 극우적 여성혐오 문화가 대학이라고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직‧간접적 외압에 의한 성적 행위, 강요받은 성적인 농담, 원하지 않는 반응의 유도와 같이 상대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모든 행위와 발언을 성폭력의 범주에 포함하여 문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깊은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잘못된 성의식 표출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얼마나 반인권적인 일인지 인식하는 문화적 수준이 필요하다. 진정한 성폭력 추방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 신지현 기자 jhlily0408@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