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계속되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적의 미사일을 지상에서 감시하고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는 미국의 무기 시스템이다. 사드는 종말비행단계에 돌입한 적의 미사일을 기존의 패트리어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미국 육군이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의 제작사는 거대 군산복합기업인 록히드마틴이다. 한국 정부가 경북 성주와 김천 인근에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사실상 확정하면서,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첫 사드 부지 발표부터 ‘깜짝쇼’, 황당한 성주 주민들

  지난 7월 13일, 정부는 사드 부지로 경북 성주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부지선정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부지 통보로 성주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한미공동실무단은 “북한의 증대되는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의 방어조치로써” 사드를 배치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같은 날 성주에서는 ‘사드 배치반대 범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성주군수는 “중앙정부가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국방부는 부지 발표 5일전, 사드 배치 결정을 갑자기 발표하면서 “예정지역 주민을 상대로 설명과 설득, 동의절차도 거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발표 당일에서야 뒤늦게 성주에서 설명회를 가지려하여 사실상 일방통보가 된 셈이었다.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하던 투쟁위, ‘제3후보지설’에 뚝심 잃어

  정부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총리 및 의원들을 성주로 내려 보내 사드 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사드의 무해성을 설파하였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는 지난 7월 16일 발대식을 가졌다. 7월 21일, 성주군민 2000여명은 서울역으로 상경하여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진행했고, 이후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지속했다. 또한 8월 15일 광복절에 투쟁위는 삭발식과 인간띠잇기를 포함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정부에 성주 군민들의 강한 반대 의지를 거듭 보여주었다.
  투쟁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제3후보지 검토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고, 이를 수용하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성주에서 힘을 얻었다. 8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북 출신 의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군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검토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국민께 알려드리겠다”며 제3후보지설의 도화선을 당겼다. 이에 대해 투쟁위는 “우리의 요구는 사드 철회 이외에는 없다. 협상은 아니며 제3지역 이야기는 간담회에서 꺼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8월 17일 성주를 방문한 한민구 장관이 제3지역을 요청한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하자, 투쟁위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반도 내 사드배치를 고수하다 제3후보지를 받아들이면 지금까지의 투쟁이 지역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어진다는 강경파와, 촛불문화제로 마비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명분보다는 현실을 챙겨야한다는 온건파가 갈등을 빚은 것이다. 최종 회의에서 참석자 33명 중 23명이 제3후보지 선정에 찬성하여, 같은 달 21일 투쟁위는 제3지역 검토안을 국방부에 제출했다.


폭탄 바통 받은 김천주민들, 북핵 실험으로 상황 더 악화

  국방부가 제3후보지로 거론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은 성주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성주보다는 김천에 훨씬 가깝다. 사드 바통이 성주에서 김천으로 넘어간 셈이다. 김천 주민들도 투쟁위를 조직하고 8월 24일 ‘사드 배치 결사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투쟁위의 김세운 위원장은 “성산포대로 결정했다가 성주군민 반대가 심하니 롯데골프장으로 옮기려고 한다. 사드 피해가 없다면 다른 장소로 왜 옮기려고 하는가. 피해가 없다면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해 당초대로 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부재함을 비판했다.
  한편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안보위기가 부각됨에 따라 성주 및 김천 투쟁위의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12일, 제3차 후보지가 거론된 이후에도 투쟁을 계속해나가던 성주 투쟁위 내 강경파들의 집회를 성주군이 불허했다. 반면 투쟁위 내 온건파들은 북핵 규탄성명을 제출했고 강경파와의 입장 차이로 투쟁위의 해산을 선언했다. 김천투쟁위내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김천 투쟁위 위원장 5명 중 일부가 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계속되는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

  그러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성주와 김천 투쟁위에서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는 강경파는 각각 ‘사드배치반대 성주 투쟁위’(이하 성주투쟁위)와 ‘사드배치반대 김천 투쟁위’(이하 김천투쟁위)를 구성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성주와 김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계속되고 있다.
  9월 24일 서울에서는 ‘서울시민 사드반대 평화대행진’(이하 행진)이 개최되었다. 이날 행진에는 2백여 명이 참가해서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사드 배치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 시내를 행진했다. 이날 행진 주최측은 사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드 배치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군사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김종대 국회의원(정의당)은 〈한겨레〉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여 사드 배치는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 및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며, 사드 배치 결정도 국가 안보를 고려하기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역시 유사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사드 배치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민주주의의 원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9월 24일 행진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참여한 이 아무개 씨 부부는, “가족이 이사를 염두에 두었던 김천 인근에 사드 배치가 추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부를 해 보니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게 되었다”면서, 정부의 비민주적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중국용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정작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부지 최종 확정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 의견에,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 곽태진 기자 karajan86@naver.com
■ 김유동 기자 kkndyut1212@hanmail.net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16:4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