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귀 막은 정부의 졸속적 사드 배치, 반대한다

  지난 1월 대통령과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불과 5개월이 지난 이번 여름, 국내의 사드 배치가 전격적으로 확정됐다. 국민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잠시나마 한 발 물러서는 듯 하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무리하게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배치를 확정 지은 뒤 곧이어 배치 후보지로 성주군을 지목했다. 필요성을 언급했을 뿐이지 이를 진행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 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배치 확정부터 후보지 지목까지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그 졸속의 과정에 성주 거주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의사가 조금이라도 반영됐을 리 없다. 정부는 ‘사드 반대’를 외치는 성주 주민들에게 종북을 들먹이고 외부세력을 운운하며 북핵 문제의 해결을 내세웠다. 불통과 졸속으로 점철된 정부의 처신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을 부추긴다. 사드는 무엇을 위한 선택이며, 누구를 위한 방어인가.

  이번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는 답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수많은 국민들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  성주군과 그에 인접한 김천시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해 사드 반대 집회를 이어나가는가 하면 최근에는 지역 내 새누리당 당원 1100여명이 탈당서를 대거 제출했다. 성주와 김천에서 진행되는 반대 투쟁의 슬로건은 ‘성주가 아닌 한반도 사드 배치 결사반대’로 굳어졌다. 성주 지역민뿐 아니라 국내외의 여러 단체들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다. 배치지로 지목된 특정 지역을 넘어 형성된 이러한 폭넓은 반대 분위기는 사드의 전자파 안정성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의 사드 배치 자체가 지니는 의미를 상기시킨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평화와 공조를 설파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되게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철저하게 반대하며 등을 돌렸다. 그 다른 편에서 “사드 배치를 환영한다”는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에는 침묵하고, 이를 틈타 사드 갈등의 진원지인 미국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평화헌법 개정에 더욱이 눈감아주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북한은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한 유엔의 규탄과 제재는 어느 때보다도 미약하기만 하다. 국제 사회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동안, 한국 정부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공허한 수사만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대응책이 왜 사드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고 대화와 설득의 과정은 아예 생략해버렸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팽팽한 국제적 긴장감 속에서 미국의 군사 체계에만 기대어 있는 무력한 정부의 대처로부터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압축해 놓은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지만 그러한 수사 속에서 늘 희생되어온 쪽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는 무엇을 위한 선택이며, 누구를 위한 방어인가.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이제는 끝끝내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어내야만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6: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