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공지 비판하기

지원서류를 제출하고, 안내를 받아 등록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전송하는 등 우리가 공적인 집단에 소속되기까지의 절차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대부분의 행정적 절차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된다. 간혹 지도교수신청이나 학위논문제출 등과 같은 몇몇 사항에서 교수님의 친필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 정도가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우다. 물론 이와 같은 필수적인 절차는 지금도 대학원 홈페이지나 교내 포털을 통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원우들이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도움을 구해도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이다.

그러나 근로장학생 공고나 장학제도에 대한 공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교내 포털에 올라오는 공지는 주로 “일반 공지사항”, “대학원 공지사항”, “학부 공지사항”, “장학금 공지사항”으로 나뉘어 있다. “대학원 공지사항”에 올라온 내역을 보려고 하면 현재 진행 중인 공지사항들을 제외하고는 더 볼 수가 없다. 올해의 어떤 시기에 어떤 공고가 올라왔는지도 시간이 지나면 알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일반 공지사항”은 더욱 심각하다. 근로장학생 모집, 특강 안내, 시설 이용 안내, 시험일정 공지 등 너무나도 많은 사항들이 하나의 소분류에 얽혀 중구난방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먼저 지원한 적이 있는 선배들도 어떤 시기에 어떤 공지가 올라오는지 알기 어렵다. 매년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신설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잠깐 올라왔다 금세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공지를 놓치기 싫다면 본인이 부지런하게 매일매일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까지는 아직 문제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보다는, 이런 게 왜 문제가 되냐고 생각하고, 문제의 제기 자체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바로 문제가 된다.

정보가 곧 자본을 획득할 가능성을 높이고, 부지런함을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은 분명 개인의 능력이 될 수 있다. 공지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여러 가지로 대학생․원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스스로 장학제도나 행정 사항을 놓쳐놓고 불평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제도의 탓으로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를 통해 공정하게 혜택을 받도록 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는 데에는 분명한 잘못이 있다. “자기가 못 찾은 게 문제지. 왜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가. (근로장학생 선발이나 장학제도에서) 경쟁률만 올라간다.”와 같은 태도는 적어도 대학원생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지식인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아니다.

지금 한국의 대학원생은 분명 불우하다. 학문적 진리를 탐구한다는 소명감도 많이 퇴색된 데다 학위를 받기 전까지도 구직난 속에서 힘이 부치는 현실이다. 대학원 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어떤 대학원생은 “꿀알바”나 “꿀장학금”을 매 학기마다 찾아야 자신의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장학제도는 학부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편이고 근로장학 제도는 BK와 같은 대외사업이나 학과 사무실, 전임․수업조교 정도에 한정된다. 모든 대학원생이 교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받고 싶어도 기회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한 “꿀알바”나 “꿀장학금”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소위 ‘정보력’이 좋은 원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며 대물림을 하듯이 자리를 넘겨주거나 공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정당화하는 몇 가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든지 “다 우리가 잘 되자고 하는 것”이라는 말. 제도의 무능은 무능한 이들에 의해 정당화된다. 우리는 서로 힘들어도 무능에 쉽게 굴복하지는 말아야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3 20:3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