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SPORTS KU에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고려대의 날쌘돌이 김경중이 프랑스 리그1 지롱댕 보르도로 입단한다는 믿지 못할 얘기였다. 그의 기량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대학 선수가 J리그도 아닌 유럽리그로 곧바로 진출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김경중이 프랑스로 떠난 지 벌써 반년, 어쩌면 한국 팬들은 그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김경중은 프랑스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자연스레 그의 프랑스 진출은 실패로 여겨졌다.

6월 22일, 고려대학교 녹지운동장에서 비정기 고연전이 열렸다. 최고의 라이벌 경기인 만큼 많은 관중이 운동장을 찾았다. 그 중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보르도의 김경중이었다. 시즌이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와 고려대 축구부를 응원하러 온 것이다.

며칠 후, 김경중과의 인터뷰를 위해 연락을 했다. 그는 잠실 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며 근황을 말해줬다.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김경중은 기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암동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인터뷰하고 후배도 잠깐 보고 오죠 뭐.”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새내기 해외파 김경중과의 인터뷰를 정리해 본다.  



- 기회가 많은 팀으로

Q. 한국으로 돌아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A. 우선 여행을 다녔다. 맛집 탐방이 테마였다.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 프랑스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그러다보니 살이 찌고 몸이 많이 죽어있다. 지금은 다시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몸은 70% 정도다.  

Q. 음식만 그리웠을 것 같지는 않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지 않나.

A. 어머니는 프랑스에서 같이 생활했으니까 괜찮지만 다른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매일 모니터로만 봐야했던 여자친구를 직접 보니 너무 좋다(웃음). 또 고려대 축구부 동료들이 그리웠다. 이번에 같이 임해훈련도 다녀왔고 훈련 외에도 자주 시간을 갖고 있다.

Q. 언제 출국할 예정인가?

A. 아마 7월 중순쯤에 나갈 것 같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서 나도 잘 모른다.

Q. 보르도와 6개월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 새로운 팀으로 옮기는 것인가?

A.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어서 해줄 말이 없다. 하지만 보르도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보르도에서 좋은 경험을 했지만 리저브 경기만으로는 부족하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

Q. 프랑스 리그에는 잔류하나.

A. 역시 확실하지 않다. (프랑스를) 떠날 것 같다. 하지만 유럽에서 계속 뛰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 ‘킴’은 남한에서 왔어요!

Q. 6개월 동안의 프랑스 생활, 후회는 없나.

A. 조금의 후회도 없다. 보르도에서 배운 점이 많다. 리저브 경기 위주로 뛰었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클래스가 다르다. 내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Q. 명문 팀인 보르도에 가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A.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훈련 시스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집부터 차까지 모두 구단에서 제공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Q. 해외에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A. 다들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 힘들었다. 외롭고 쓸쓸한 것이 가장 힘든 점이었다. 내 성격이 원래 말이 많다. 그런데 나와 대화를 해줄 상대가 없으니 이 답답함을 참을 수가 없다. 게임이나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남는 시간에 할 일이 없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운동만 질리도록 했다.

Q. 혹시 보르도에서 인종차별을 받지는 않았나.

A. 처음에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전혀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워낙 사교성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동료들과 모두 친하다. 선수들은 '경중'발음을 너무 못하더라. 그래서 '킴'이라고 부른다.

Q. 동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가?

A. 올림픽, 월드컵 때문에 모두 안다. 선수들이 나에게 인사말을 물어보길래 '안녕하세요'를 열심히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또 동료들에게 내 소개를 할 때 꼭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 남한에서 왔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는 손으로 아래쪽을 가리키면 알아듣는다(웃음).

Q. 보르도에서 본인의 기량은 어느 정도인가.

A. 스피드와 골 결정력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파워가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선수들은 하루 종일 고기만 먹더라(웃음). 그래서 나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고기도 많이 먹고 웨이트 운동을 열심히 했다.



-2014년 브라질에서 세계를 놀래키겠다

Q.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해외로 진출했다.

A. 어릴 때부터 같이 운동을 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프로로 진출하고 나도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감독님, 코치님 모두 이해해주셨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었다.

Q. 최근 대학선수들이 K리그 보다는 J리그를 선호한다.

A.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K리그는 드래프트 시스템이고, J리그는 직접 러브콜을 하는 시스템이다. J리그에서 먼저 러브콜이 온다면 나 역시 J리그를 택할 것 같다. K리그는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팀을 택할 수도 없고, 뽑히지 않는다면 차선책이 없다.

Q. 최근 올림픽 대표팀 명단이 최종 발표됐고, 라이벌로 꼽히는 백성동 선수가 포함됐다.

A. 언론에서는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동료다. 축하해줘야 할 일이다. 내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것은 내 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Q. 20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었고 그때 기억이 남다를 것 같다.

A. 대표팀에 뽑히고 첫 소집 때 선발전 중 발목을 다쳤다. 일이 너무 잘 풀릴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였기에 좌절감은 더 컸다. 그 이후로 대표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재활을 하며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주에서 연락이 왔다. (최)성근이가 부상을 당해서 대신해서 들어오라는 것이다.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Q. 현재 본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A.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축구 선수라면 모두 꿈꾸는 무대다. 태극마크를 달고 브라질에서 내 기량을 인정받고 싶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후 FC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다.

Q. 정기전을 앞두고 있는 고려대 축구부에게 한마디 하자면.

A. 정기전 훈련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힘든 만큼 얻는 것이 있다. 선수들의 기량이 훌륭하고 감독님, 코치님 모두 열정적이니까 걱정은 없다. 정기전은 고대가 무조건 이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정기전이니까.




                                                                       '즐겁게 신나게 꿈꾸는 어린아이처럼'

위 문구는 김경중의 메신저 대화명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대화명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는 시종일관 밝았으며 축구를 향한 열정은 순수했기에.


글 신원식 기자
사진 한민석 기자, SPORTS KU DB
blog.naver.com/sportsku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9: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