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회에 대해, 당분간은 첫 손에 꼽을 만한 문제적인 사건이 24일 터졌다. 43대 총학생회 ‘소통 시대’ 자체 비공개 클럽의 게시물이었던 특정 방명록 및 댓글 내용 중 재학생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확인한 사실이 ‘캡쳐 자료로써’ 확인되고 유포된 것. 의혹은 KLUE라는 강의 평가 사이트를 이용해 재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구체화 되었고,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장시간 해명을 하느라 고역을 치루어야 했다. 아니, 사실 고역이랄 것도 없었다. 그들이 준비한 해명은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평이한 변명들 혹은 차마 가리지 못한 치명적인 진실들 뿐이었다.

‘소통시대’의 일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교육사업국장, 정책차장, 공대 학생회장, 그리고 소통시대 선본장이었다.

먼저 총학생회장이 휴회 중 잠시 연락두절 상태로 내부 회의 구성원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 것도 작지만 하나의 문제였다. 총학생회장은 늘 보호받고 존중만을 받아야 할 자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이다. 총학생회의 사업국이 여러 개로 편성되었다고 해서, 그 일부 국원들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자리를 비우지 말아달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의 자리를 다른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비운 사실은 그녀가 ‘총학생회’라는 큰 단체의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잠시 망각했다고 밖에 이해할 길이 없다. 물론 이후 시간이 지나 복귀를 했지만서도 말이다. 그녀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수시로 했지만 왠지 그녀가 미리 해명의 일환으로 밝혔던 ‘KLUE 사태’에 대한 오락가락 진술 때문인지 곧이곧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부총학생회장과 정책차장, 교육사업국장의 ‘공대회장 사건’은 이 날 보여준 소통시대 ‘소통’의 정수였다. 이 사건은 소통시대에 대한, 학생 사회에 대한, 그 것을 넘어선 더 큰 규모의 ‘체제’라는 것에 대한 의심과 공포를 일으켰다. 당일 회의장에서도 밝혔지만, 애초에 부총학생회장이 말했던 ‘사실 관계’만을 들었다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사실관계의 전달은 최소의 기사문의 형식을 요구한다. 내용은 전달 들었는데 주어는 빠졌다? 몇 명 되지 않는 총학생회 내부에서 사실 관계 전달 도중 사람 이름을 ‘아무개’로 불러야 할 만큼 내부 소통이 엉망일 까닭이 있었을까?

정책차장과 교육사업국장의 ‘구글링’에 대한 발언도 조금 더 조심했어야 할 부분인 것으로 본다. 개인정보에 대한 부분은 요즘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이며 이것이 사실 KLUE를 통해서든 구글링이든 간에 문제시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공대 학생회장의 말처럼 ‘우리를 비판하는 자들에 대해 생긴 순수한 호기심’ 오직 그것 때문일지라도 말이다.

우려되는 또 다른 문제들은 개인정보의 도용 동의 과정이 없는 KLUE 사이트를 통해 얻은 E-mail 등을 가지고 ‘구글링’을 벌였을 가능성, 혹은 이 일이 43대 총학생회의 해명대로 ‘단편적인 두 사례에 불과’한 일이 아니라 습관적이었을 가능성이다. 이 부분은 가능하다면 학생사회에 떳떳한 자료를 제출하는 일이 중요하고, 무척 시급해보인다. 정말로 앞으로의 총학생회가 짊어질 짐으로 남게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가장 놀라웠던 일은 ‘공대회장’의 회의장 난입과 급 성명 발표였다. 그는 43대 총학생회 교육사업국장이 본인의 실수를 채 덮기 전에, 회의장 전체가 그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뇌까리고 있을 때 불쑥 등장해서는 마치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오래 고민하다가 이제야 결심을 내렸음을 밝히고, 본인의 직접 사과문 게시 전까지 교내 언론의 발표 자제를 부탁했다. 뒤늦게 명예를 찾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그건 명예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한 시도였다.

슬픈 사실은 이후에 그가 한 말은 그보다 더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제시 되었던 ‘소통시대 집행부’로서, 책임감의 일환으로 해당 사안과 직접 연관성이 없어도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사퇴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던 그가, 문제가 확인된 이후에도 “학생 사회의 여론을 참조한 후에 공대회장 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무의미한 집착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이다. 그가 내뱉은 사퇴의 가능성은 현재 여론이 어떻게 조성되었다는 것과 무관하게, 단지 구색 맞추기였을 뿐이었다는 방증이다. 공과대학에서 차선책이 없을 만큼 인물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여하튼 새로이 11월에 취임한 공대 학생회장이 오늘 내보인 그릇은 확실히 최근의 선거에서 옥석을 가리지 못했음을 개탄해야 할 일로 보인다.

이 사안은 민감하게 우리의 머릿속에서 불신감을 일으킨다. 물론 더 작은 구성 집단들이 있지만, 대학교 총학생회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성인이 되어 접하게 된 첫 ‘체제’다. 이 첫 ‘체제’가 소위 기성 권력들이 범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다. 더 큰 집단으로 갈수록 더 큰 권력을 부리고, 더 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더 큰 규모의 사회를 조종한다. 아직 우리에게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국회의원’이 주는 사회적인 어감이 일치하지 않는 까닭은 4.18로 대표되는, 우리 고려대학교 선배님들이 지난날에 대학생 신분으로 자유, 정의, 진리를 위해 싸워왔던 과거의 영광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오늘 날에도 민족의 대학이라는 이름을, 석상을, 호상비문을 단지 토템이 아닌 정신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앞으로의 총학생회들도 이러한 사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작은 ‘정치 집단’의 행태를 계속해서 보인다면 과연 언제까지 존중 받는 총학생회로써 존립할 수 있을 것인가? 동시에 학생 사회에서도 위 사안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동시에 반대로 ‘총학생회 사찰’에 대한 움직임이 더 꾸준하게 드러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KUTV News 국장 오동준 (farisjiennu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