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월 24일, 마지막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6년 뒤 우리 민족은 꿈에 그리던 민주화를 이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43년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전국민적 트라우마로 자리한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는 누구도 감히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제(3일) 윤석열은 수많은 독립열사, 민주열사들의 피와 눈물을 쌓아 올려 만들어낸 민주공화국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비상계엄 선포에서 윤석열은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23시경 포고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선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이며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처단하리라 예고했다. 하지만 비상계엄의 명분인 ‘자유 헌정 질서 수호’는 위헌적·비상식적 비상계엄 선포 그 자체로 그 생명을 잃었다. ‘헌법’이 아닌 ‘저’를 믿어달라 한 데서 그 이기성을 드러냈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번 내란은 명백한 위헌이자 국헌문란이다. 헌법 제77조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저히 지금을 전시·사변에 준해 경찰력에 의해 질서가 유지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라 볼 수 없다. 헌법 제77조제4항과 계엄법 제4조제1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통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헌법 제77조제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은 계엄사령부 포고문을 통해 국회의 활동을 금했고, 국회를 저지하기 위해 제1공수특전여단과 제707특수임무단을 투입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열지 못하게 하려 했다. 이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 의원들을 탄압한 것으로 명백히 위헌이다.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킬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같은 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은 계엄군을 통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했다. 이들은 내란죄를 위반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오후 2시 중앙도서관 앞에는 이 같은 사태에 지식인으로서 행동하기 위해 나온 교수·연구자들과 학생들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64년 전 4·18의거 또한 중앙도서관 앞에서 선언문을 읽으며 시작됐다. 1960년 4월의 선배들이 외쳤던 “행동성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는 선언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 그들은 지난날 반항의 봉화에 앞장섰던 문과대학 서관, 그 이름도 ‘민주’를 위한 광장인 민주광장을 지나 고대를 상징하는 본관 앞에 섰다. 그와 함께 민족을 위해 민주화 투쟁의 선두에 있었던 자랑스러운 민족고대의 역사를 마주했다.

헌법 제1조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석열은 국민을 무시하고 이번 비상계엄을 단행하는 데 있어 헌법의 가장 근간이 되는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어겼다. 또 대통령의 헌법수호책무(헌법 제66조)와 대통령직의 성실한 수행의무(헌법 제69조)를 위반했으며 이는 스스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 세상에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계엄 이전에도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빼앗았으며 우리의 자유를 농락했다.

친애하고 존경하는 고대학생제군! 60년 전 선배들에 비할 바 못하지만 학생이 상아탑에 안주치 못하고 대사회투쟁에 참여해야만 하는 오늘의 20대 또한 확실히 불행한 세대이다. 우리 고대는 다시 한번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해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어야 하겠다. 모일 때마다 부르짖는 자유, 정의,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외치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닌 진정한 시대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불의에 항거한 4·18정신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민족의 소리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민 주권을 훼손하고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즉각 하야하라.
하나.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짓밟고도 어떠한 사죄를 하지 않는 윤석열과 그 일당은 국민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하라.
하나. 검찰과 사법부는 내란 행위를 일으킨 윤석열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라.
하나. 각계의 지성인들은 작금의 사태를 묵과하지 말고 행동하라.
하나. 시민들을 그 어떠한 형태로도 위협·억압하지 말라.



2024년 12월 4일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1-14 21: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