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KU=글 강민경 기자/사진 백금주, 이영은, 한지훈 기자, SPORTS KU DB] 고대하던 정기고연전(이하 정기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무더운 여름을 불태우고 있지만 마지막 정기전을 앞둔 4학년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특히 고려대학교 야구부(이하 고려대)의 맏형들은 작년 정기전 우천 취소의 아쉬움과 3년만의 승기를 가져와야 한다는 다짐으로 간절하게 승리를 바라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뜨거운 8월을 보낸 선수가 있다. 바로 1학년 때부터 공백기 없이 꾸준하게 제 자리를 지켜온 이동영(체교16). 올해 대부분의 경기에서 테이블세터로 타선을 이끌었던 이동영은 특히 16학번 중 유일하게 정기전 경험이 있어 다가올 정기전에서도 최고참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4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대학생활의 마침표를 향해 가는 그의 야구 이야기를 SPORTS KU가 들어봤다.

# 야구를 하기 위해 상경한 소년
 이동영은 야구를 좋아하던 가족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관심이 많던 아이였다. “가족들이 기아 타이거즈 팬이어서 같이 야구장 가면서 야구가 좋아졌어요. 야구에 눈을 뜬 건 가족들 덕이죠.”라며 운을 뗀 그는 그저 야구를 보는 데서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집 앞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어요. 아버지랑 야구부 연습하는데 옆에서 같이 야구하고 놀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야구부 코치님이 오셔서 혹시 야구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그의 야구 인생은 시작됐다. 하지만 야구부의 해체로 고향에서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서울로 향했고 본격적으로 야구를 하게 됐다.

 200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강팀이 된 장충고등학교(이하 장충고)에 입학한 그는 1,2학년 때 주로 대주자와 지명타자로 나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3학년의 이동영은 달랐다. “1, 2학년 때 시합을 많이 못 나가서 아무래도 3학년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코치님과 상의하면서 조금씩 경기 감각을 살리고, 무엇보다 제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하에 즐기면서 하자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던 것 같아요.” 그의 주문이 통한 것일까. 21경기 중 18경기에 출장한 그는 0.302의 타율로 타선에 큰 보탬이 됐다. 그리고 그 해 장충고는 비록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사상 처음으로 2015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 올라가는 쾌거를 이뤘다.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것임을 보여주듯 2학년의 이동영은 출장 기회가 올 때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4학년 형들 중에 저와 같은 포지션이 4명이나 있어서 어떻게든 나가면 기회를 잡아서 잘 하려고 매 타석마다 집중했어요.” 0.520의 타율, 0.636의 출루율로 고려대 타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그는 2017년도 정기전 선발까지 꿰찼다. 1회 좋은 선구안을 보이며 볼넷으로 출루해 선취득점의 주인공까지 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정기전에서 뛰는 거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4학년 형들이 즐기라고 많이 조언을 해줬어요. 홈을 밟으면서 득점을 할 때 학우들의 응원소리에 정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선취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결과를 남겼던 정기전이기에 “경기 내용이나 뭐든 면에서 연세대학교에 비해 앞섰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다음 해에는 2018년 정기전 승리만 바라보고 연습했어요.” 라며 당시를 회상한 그는 컸던 아쉬움만큼 졸업 전에 본인이 직접 뛰는 정기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말했다.

# 지치지 않고 달려온 고학년의 이동영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8년은 전년도와 다르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어깨가 필리핀 동계 전지훈련 도중에 재발하며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의지가 많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 스스로를 자꾸 재촉했던 것 같아요.” 공격에서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타율 0.277, 출루율 0.320으로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수비에서도 입학 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의 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불안정한 모습까지 보였다. 본격적으로 상위타선에 이름을 올리며 선발 리드오프로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동영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아픈 어깨는 진통주사로 견디며 정기전을 위해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러나 2018년 정기전은 우천으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설마 비가 오겠어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더라고요. 잠실야구장에 도착했을 때 비가 계속 오고 있어서 취소될 것 같은 느낌은 있었어요. 그래도 선수단은 경기가 언제 할지 모르니까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1년을 기다렸는데…” 라며 그때를 회상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졸업을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그에게 고려대는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꿈같았던 추억이다. “안 좋았던 기억도, 좋았던 기억들도 많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아쉽기만 해요. 더 열심히 할 걸 이런 생각이 드네요.” 라며 4년을 되돌아본다. 또한 동기 지승후(체교16)라는 평생의 보물을 얻었다. “(지)승후는 무슨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예요. 가장 좋은 말이 있다 해도 모자랄 정도로 소중하고 제가 힘들 때마다 가장 의지했던 친구예요. 4년 동안 함께 했기에 서로가 옆에 없는 건 이제 상상조차 안 되네요(웃음).” 라며 동고동락한 동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16학번 중 유일하게 재활을 한 적이 없어요. 그만큼 성실했던 형, 의지가 강했던 형으로 기억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표정과 목소리에 가득 담겨있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외야수 앤드류 매커친처럼 작지만 모든 면에서 뛰어난 알찬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동영. 그의 바람처럼 다가올 마지막 정기전에서 단단하게 만들어온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그의 활약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