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 고려대 주장 최수현 인터뷰  

  [SPORTS KU=글 김지은 기자/사진 양태은 기자, SPORTS KU DB] 제52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이하 대통령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야구부는 지난 대학야구선수권대회(이하 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더운 여름 모든 선수들이 열정을 불태우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가운데, 타선의 중심에는 주장 최수현(체교15)이 있었다. 그는 선수권대회 타점왕을 수상하며 지난 2016년 대학야구연맹회장기 전국대학야구대회 홈런왕에 이어 대학 선수로는 두 번째 개인상을 수상했다. 시즌 초반 대학 야구 U-리그(이하 U리그)에서 정비되지 않은 경기력으로 난항을 겪던 고려대 야구부였지만 최수현은 팀 내에서 손꼽힐만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팀의 3번 타자, 센터라인의 2루수, 그리고 주장까지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중심을 잡아주는 모습에서 팀 내 그의 존재감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후배들마저 ‘(최)수현이 형은 시합할 때 가장 투지가 넘친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의 진가는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난다. 곧 열릴 대통령기에서 더욱 활약이 기대되는 최수현, 그의 야구 인생 이야기를 SPORTS KU와 함께 들어보자.

#1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던 야구소년 최수현

  최수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에 푹 빠졌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밖에서 뛰어놀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축구, 농구 등 여러 스포츠를 즐겼어요.”라고 운을 뗀 그는 그중에서도 야구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부모님께 야구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조른 끝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계속 야구를 열심히 했어요.’고 말하는 그는 전국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야구 명문 광주제일고등학교(이하 광주일고)에 들어갔다. 최수현은 광주일고 하면 모두가 알아준다는 생각에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모교에 대한 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광주일고는 그가 재학할 당시에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3위를 포함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는 작은 체격 탓에 1, 2학년 시절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며 그 기쁨을 벤치에서만 누려야 했다. 원체 좋은 선수가 많은 광주일고였기에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최수현은 그 당시를 돌이켜보며 “제가 고2쯤부터 늦게 큰 편이라 그것도 아쉽고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었는데 마음같이 못했던 게 가장 아쉬워요.”라고 말한다.

 3학년부터 많은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그는 주전으로 뛰면서도 그 전과 다를 바 없는 마음가짐을 이어갔다. 최수현은 '어린 시절부터 하던 대로 열심히 운동하고 시합 때는 더 열심히 뛰어다니자’고 다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고3 시절 팀이 우승을 차지한 고교 주말리그 전반기(전라권)에서 수훈상으로 인생 첫 개인상을 수상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2 야구인생 2막, 고려대 최수현

  '어릴 때부터 고려대에 오고 싶었는데 운 좋게 입학하게 돼서 영광이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 그는 고려대에 진학하자마자 당시 비어있던 2루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하며 주전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학년이라 선배들 눈치 보며 덜 욕 먹고, 덜 혼나려는 데에만 치중하다 보니 스스로 본인만의 야구에 집중할 개인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시키는 대로 그것만 하고 저 스스로 더 고민할 생각을 못했죠.”

  부진했던 1학년 시절을 만회하고자 더 나은 2학년을 보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2학년 겨울 전지훈련에서 부산고등학교와 치른 첫 연습 경기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를 접질렸다. 재활 기간은 3개월. 그렇게 최수현은 2016년 단 세 경기 출장에 그쳤다. 대학 진학 후 2년간 부족한 성적을 거둔 데에 큰 아쉬움을 표한 그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학년이니까 나중에 하면 되겠지’란 생각을 저도 모르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16년, 몇 번 없던 출전 기회에서 인생 첫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 하나로 대학 진학 후 첫 번째 개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경기를 대학 4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그리고 같은 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정기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학년부터 정기전을 뛰어서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이내 “정기전에서 2년 동안 부진해서 올해 꼭 만회하고 싶어요. 해결해야죠.”라는 말을 남기며 다시 한번 정기전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고학년 최수현

  한편 최수현은 그간의 부진을 털고 2017년부터는 굉장한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전 경기에 리드오프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17시즌은 또 3루수에서 주 포지션 2루수로 돌아온 시기이기도 했다. 본업으로 돌아오면서 3루를 볼 때와 달라진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2루가 오히려 더 편했다.’고 답했다. 3루수가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부담을 느꼈던 차에 2루로 돌아가게 되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3학년이 되고 저학년 때와 달리 야구에 더 집중하게 되고 스스로 좀 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몸 관리도 철저하게 하며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 17시즌, 0.358의 높은 타율과 팀 내 타점 2위 등을 기록하며 여러 방면에서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최수현은 작년 고연전에서 동점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수현은 아쉬운 쪽으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바로 이 정기전이라고 언급했다. “타격감이 정말 안 좋았어요. 직구만 왔으면 했는데 가운데 높은 게 와서 바로 쳤거든요. 중심에 잘 맞았었는데 자신감도 부족했고 코스도 정면이어서 장타가 되지 못하고 희생플라이에 그친 게 더 아쉬운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작년의 활약에 이어, 최수현은 올해 또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3번 타순 고정으로 팀 내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며 높은 타율과 OPS를 기록하고 있다. (AVG 0.345, OPS 1.000)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강한 모습이다. 본인도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 1번보다는 해결하는 3번이 더 좋고 편하다며 주자 있는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타석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에 최수현은 “저는 타석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쳐요.”라고 말했다. 오로지 공만 보면서 공을 치는 데에만 집중해 최대한 머리를 비우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고집하게 된 데에는 광주일고 선배 이호연(성균관대14, 롯데 자이언츠)의 조언이 한몫했다. “워낙 잘 치는 형이다 보니 가끔 연락할 때 어떻게 그렇게 잘 치냐고 물어보면 ‘타석에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공만 그냥 쳐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조언대로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그게 정말 정답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고 한다. 

  주장으로서 팀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르다. 전반기 고려대가 많이 처져 있는 상황에서 최수현은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그 위치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운동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배들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것이었다. 시합 때 파이팅도 더 크게 내고 더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선수권대회를 좋은 성적으로 마친 현재 고려대의 팀 분위기는 대통령기 우승을 바라볼 정도로 좋다고 한다. 토너먼트 결승까지 다섯 경기에 정기전 한 경기를 더해 여섯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졸업하고 싶다는 그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잘 하고 싶어요.”라며 마지막 의지를 다졌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끊임없이 과거의 본인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과 진지한 태도에서 야구에 대한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밥 먹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던 어린 시절에 억지로 밥을 먹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야구를 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기도 했다. “40살까지 야구하는 게 꿈이에요. 될 수 있는 대로 오래오래 더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최수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그의 야구 인생은 이제 막 절반을 지난 셈이다. 그는 대학 시절 마지막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와 정기 고연전에서 원하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후회 없이 졸업할 수 있을까. 앞으로 있을 대회들에서 최수현의 활약에 주목해보자.

최수현

생년월일 1996.11.25.

소속 체육교육과 15

신체 180cm/83kg

포지션(투-타) 내야수(우-좌)

출신학교 송정초-무등중-광주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