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과 방치

어느 대학원생

대학원생으로 이런 저런 연구를 하다보면 종종 만나는 일들이 있다. 대학원에 소속된 대학원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쉽게 찾을 수 없다보니, 혹은 구체적으로 알려주질 않다보니 연구를 하면서 자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 세미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에 다닌 지 여러 해가 된 동기들과 연구에 관한 자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희극적이라면 희극적인 일이 생겼다. 특정한 자료를 찾아야 하는데, 그 자료를 구하려면 일반적으로는 돈을 내야한다고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내에서 해당 자료를 서비스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혹은 교외에서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면 구할 수 있었는데 모두 그 방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게임에서 숨겨진 던전(dungeon)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대학원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찾아 우리는 한참을 헤매곤 한다. 대학원에서 몇 년을 지내든, 자료를 구하는 방법이라든지 혹은 대학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는 알음알음 알아가거나 혹은 조그맣게 안내된 사항을 찾아 겨우겨우 이용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

연구 외적으로도 불편한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 이래저래 있다. 성인으로서 스스로 찾아서 해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학원의 행정업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고 느낀 적이 많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상당한 막막함이었다. 학과에서도 나름대로 안내를 해주고 대학원생을 위한 책자가 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처리해주는지가 잘 알려지진 않는 것 같다. 어떤 서류는 어디에서 처리해야하고 어떤 서류는 또 다른 데에서 처리해야하고…. 부랴부랴 발품을 팔고 전화를 돌리다보면 왜 이렇게 배배 꼬인 것이 많은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졸업이나 논문에 관한 사항은 대학원 사무실에서 처리하고 이외의 일반적인 사항은 학과 사무실에서 처리하는 식이 많은데 이로 인해 착오가 생기기도 하면서 문제의 책임이 원생 개인에게로 귀결되는 경우가 생기는 편이다. 심지어 학위논문을 예비발표하고 이후 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불편이 있다. 서류를 학과사무실에 내기도 하면서 따로 BK사업단에 또 내야하고, 논문이 완성된 이후에는 도서관, 학과 등에 여러 부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은 대학원생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끔은 의문이 든다. 우리는 대학원에 많은 돈을 내면서 다니는데(학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장학금 혜택 등으로 돌려준다고는 하나) 우리가 그만큼 돈을 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혜택은 왜 잘 안 알려주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스스로’라는 핑계로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하는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연초에 다이어리에 일련의 학사일정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등 최대한 원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원총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 다소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나누어주는 자료만으로는 불충분한 것이 많다. 캠퍼스가 다를 경우 처하는 문제도 있고, 학과마다 운영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원을 아우르는 생활안내서를 준다고 한들 그것이 제대로 안내를 해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대학원생끼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알음알음 처리해야 할 일을 알아내면서 하나씩 꾸역꾸역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담당하는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공지할 수 있는 것이 다르고 공유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이는 오히려 연구 과정을 너무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필자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도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내야할 서류가 있음에도 그것이 제대로 공지된 것은 없었고, 심지어 학사일정에서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최소한 메일로라도 대상자에게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학부생에게 필요한 사항은 학과 사무실에서 메일로라도 비교적 세세한 공지가 되지만, 대학원생에 관한 여러 사항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보니 필요한 사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구자로서 감당해야할 여러 행정적 업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스스로 처리해야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서류를 처리하다보면 다소 우스워지기도 한다. 유사한 서류를 여러 차례 여기저기 제출하다보면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다. 필자는 대학원에 들어와서 대학원 측에서 직접적으로 공지하는 사항을 메일로라도 받아본 적이 없다. 서류를 어찌어찌 내고서 사후에 올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졸업 및 일체의 대학원 행정은 대학원에서 수행함에도, 필자는 학위논문 관련 사항만 학과를 통해서 안내받았지 다른 사항은 전부 직접 문의를 하거나 이전에 공지된 사항을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생은 대학원이라는 곳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이다. 그리고 그에 주어진 혜택이나 행정적 업무, 서류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마다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각자도생’식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대학원에서 처리하는 여러 업무들은 각자도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방치’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대학원생으로서 낸 등록금은 단지 수강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학원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필수적인 제반사항에 대해 알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금액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대학원생은 대학원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에 대해서, 대학원을 다니고 졸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내를 받기조차 어려운 것인가? 언제까지 대학원생끼리 자료를 공유하면서 하나씩 천천히 알아가야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학원은 대학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