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아

본교 일반대학원 심리학과 석사과정

지난 5월의 주인공들

5월은 열두 달 중 가장 화려한 달일지도 모른다. 어느 작가가 말했던 “잔인한” 4월이 끝나면 노동자, 어린이, 부모, 선생님, 성년이 된 이들에서 부부까지 사이좋게 한 달 중 하루를 주인공으로 보낸다. 의 5월호에서는 어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다뤄졌을까.

1면을 차지한 5.18 진상규명을 둘러싼 논란들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37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에 대한 현재의 진상규명 상황은 마치 그 일이 과거에서 멈춰버린 듯 진척된 것이 없다는 인상을 주었다. 특히 글의 표현처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과 회피가 담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내 이순자씨가 발간한 회고록, 자서전이 광주 금남로 서점에 버젓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은유의 표현이다. 김양래 상임 이사가 전하는 5.18 진상 규명에 관한 인터뷰 기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전두환 사면, 유공자 보상에 관련된 논란, 진상 규명에 대한 새로이 확증된 사실들을 순서로 현을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518 유가족과 유공자의 보상에 관련해 유공자들의 고통과 후유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유공자들의 특혜나 보상에 관한 가짜뉴스가 여전히 존재하고 심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사안의 심각성과 동시에 이 일이 과거의 일이 아닌 것임을 다시금 느꼈다. 한편, 518 유공자들의 보상에 관한 공정성의 논란에서 6.25 참전용사와 유공자들의 혜택과 대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나 사례가 생략되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기사를 통해 김양래 상임 이사는 5.18 민주 항쟁이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명확히 되어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많으며 지금까지도 “새롭게 확증된” 사항들이 많은 진행중인 사안임을 역설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들이 밝혀졌고 현재 국가는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자세히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며 닫는 마지막 문장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역사는 또다시 아프게 반복될 것이다.”라는 문장. 이 문장에서 80년 광주 이후로도 무수히 반복되어온 국가적 수준의 재난과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가해지는 국민에 대한 탄압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는 그리 멀지 않은 순간에도 있었다.

5면은 한 꼭지 에서 한영인 문학평론가가 이야기하는 책 은 한국의 근현대 속 송달규라는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이다. 노인 송달규가 “달려오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투신자살한 사건”을 시작으로 “그는 왜 자신의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것일까”라는 의문으로 평론가는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노인의 삶은 우리의 역사 그 자체였다. 6.5 전후의 인민군과 국군 간의 힘겨루기 사이에 희생된 무고한 국민들, 배트남 전에서 자행된 양민 학살, 그리고 80년 광주로 이어지는 혼란의 역사는 송달규의 삶과 완벽히 맞물려 있다. 평론가는 이 인물을 통해 작가가 “한국 현대사의 폭력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악의 형상으로 물들어간 인물”이라고 평한다. 이는 거대한 권력이자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국가 앞에 한 개인의 삶은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평론의 처음부터 언급해온 세월호 사건과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관련성이 있으며 책의 저자는 이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 아쉬웠다.

‘장미대선’이 있었던 2017년 5월은 여느 5월보다 더욱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이 가득한 달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신문의 출간 시기상 선거가 진행되고 새정부가 출범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은 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5월 신문에 희망찬 새시작을 담지 못한 이유는 아직 우리사회의 못다한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글에는 담지 못하였으나 3면의 “노동자”, 5면의 “여성”에 관한 기사의 내용도 눈여겨볼만 하다. 소설의 주인공 송달규의 삶을 되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다시금 5월의 주인공들의 삶을 되살펴봐야 한다. 이 사회 속 노동자, 어린이, 부모와 선생님에서 여성과 역사의 희생자들까지 그들의 삶을 충분히 되돌아보고 보살필 때, 그제야 우리는 5월의 말미에 “국가다운 국가”를 기대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5월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