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파면시킨 스무 차례의 촛불집회에서 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잃어버린 아이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등에 두르고, 또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구명조끼를 입고 언제나 가장 앞장서서 청와대로 향했다. 그리고 누구도 그보다 앞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이제 박근혜는 탄핵되었지만, 애초에 그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3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박주민 의원은 바로 그 출발선에 서기까지 ‘거리의 변호사’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싸워왔다. 이번 호 본지에서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박주민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말의 아쉬움 남긴 헌재의 판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결문은 박근혜의 탄핵을 원한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했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판결문에서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방기한 점, 즉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혐의가 탄핵 사유로 인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헌재는 보충 의견을 통해 사건 당시 대통령의 현장 부재(不在)나 무능한, 혹은 아예 발휘되지 않은 지휘 능력을 비판했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 삼았고, 거기에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끝내 함구한 점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러한 헌재의 판결에 대해 그동안 주로 ‘법’을 무기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싸워 온 박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물론 판결문에서 세월호 관련된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처가 적절했다고 인정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판결문에서는 ‘미흡하고, 부적절했다’는 부분까지 인정하고 있는데, 사실 재해·재난 시기에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법률적 의무를 도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어요. 그렇다면 ‘성실성’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성실성이라는 게 추상적인 개념이라 예전 판례에 비추어 봐도 그 자체가 소추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법적인 불비(不備), 그리고 성실성이라는 개념의 추상성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의미로 봐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헌재의 결정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 이후 세월호 유가족 분들과 통화하면서도 나눈 이야기인데, 이번 결정을 지켜보니 재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청와대나 대통령의 의무와 역할을 규정하는 법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준비하는 작업을 해야겠죠. 그런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이나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그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좀 더 밝힐 수 있었다면 충분히 성실의무 위반,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 해태(懈怠) 등을 적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죠. 아쉽지만, 이제 진행될 검찰 수사를 통해 그런 부분이 보충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과 2기 특조위 건설법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 1주일 뒤부터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이 시작되면서 미수습자를 찾고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특조위가 정부의 방해 논란 속에 그 활동이 종료되는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이번 조사가 유가족들의 뜻을 반영하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목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의 뜻을 보이기도 한다. 향후 세월호 사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물었다. “현재 두 가지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체를 조사하는 법(‘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은 통과되어서 지금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중입니다. 선체조사는 이 특별위원회에서 담당할 것이고요. 또 선체조사 이외에 세월호 참사 전반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제가 발의한, 소위 ‘2기 특조위 건설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기 특조위보다 독립적이고, 조사 기간도 더 길게 부여받는 내용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또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문재인 후보의 경우 “재수사 하겠다”는 견해를 2월에 밝혔는데, 저희 당의 입장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조사는 일단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지난 21일, 박 의원의 말대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되며 국회에서 5명, 유가족 대표 측에서 3명을 선출한다. 정당별로는 구(舊) 여당인 자유한국당에서 2명, 야당에서 3명을 추천하게 되어 있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 추천이 완료된 상태이다. 또한 박 의원이 중심이 된 2기 세월호 특조위 법안은 1기 특조위 법안과 비교할 때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줄였고, 특검을 제한 없이 신청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된 이 법안은 최대 330일의 계류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의 힘, 그리고 법을 움직이는 또 다른 힘

  세월호 사건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수백만의 사람들을 광장으로 집결시킨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몇 달간 ‘대통령의 7시간’은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고,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25일에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다시피 세월호 사건은 직접적으로는 ‘과적’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이지만,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인간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한 기업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죠. 그리고 그런 기업을 적절히 통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그들과 결탁되어 있었다는 점도 문제였고요. 또 이후의 진상규명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경찰과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고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유가족들을 매도하기도 했죠. 결국 이 사회의 여러 모순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사건인데, 촛불광장에서 사람들이 외친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재벌 개혁’ 등등이 모두 앞서 언급한 세월호 참사 원인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및 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통한 제도의 개선 등은 당연히 이 사회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이바지한다고 봅니다.”
  한편 뒤집어 생각해 보면, 세월호 사건이 사람들을 움직인 것처럼 광장에 모인 촛불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인터뷰이인 박주민 의원 역시 출마 당시,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충고를 들어야 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다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세월호 사건을 애도하고 진정한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박 의원의 생각을 물었다. “제도적인 부분을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마련 중인 것은 이미 말씀드린 것과 같고요. 그 틀은 갖추어져가고 있는데, 이 틀이 원활하게 작동되려면 아무래도 국민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러니 잊지 마시고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우선 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는 것이 단지 그 참사의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박근혜 탄핵은 우리에게 법의 힘과 법을 움직이는 또 다른 힘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난 25일, 21차 촛불집회에 모인 10만 명(주최 측 추산)의 사람들은 잠시 촛불을 끄고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불렀다. 22차 집회는 세월호 사건 3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에 개최된다.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 신지현 기자 jhlily0408@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01:2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