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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고문]우리는 '진짜 사장'과 이야기하고 싶다
[기획-기고문]우리는 '진짜 사장'과 이야기하고 싶다
글쓴이 : 대학원신문 | 등록일 : 2017-09-13 20:27:40 | 글번호 : 9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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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분회장

 

우리는 진짜 사장과 이야기하고 싶다

 

825, 유난히 길었던 고려대분회 임금 교섭이 마무리되었다. 시급 830원 인상, 173,470원 인상. 많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워낙에 저임금이었기에 그만큼을 인상해봐야 한 달 200만원도 안 되는 돈. 이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올 여름 땡볕 아래에서 해야 했던 투쟁과 흘려야 했던 땀방울을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어찌 견뎠나 싶다.

622, 분회는 파업을 선포했다. 1월부터 시작한 교섭이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용역회사가 제시한 것은 단지 시급 100원 인상뿐이었고, “학교가 대답을 주지 않아 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지난 10년간 들어온 것과 다를 바 없는 변명만을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무리했던 것도 아니었다. 한 달을 일하면 200만원은 벌어야 먹고 살지 않겠냐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요구, 고려대학교를 청소하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고려대학교가 지라는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요구, 학교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도 다른 구성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 이런 정당한 요구였기에, 우리는 투쟁이 여름방학을 모두 잡아먹을 만큼 길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고려대학교는 무시와 회피로 대답했다.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자마자 고려대학교 본관의 문은 걸어 잠겼다. 60대 고령의 노동자들이 문 좀 열라고, 대화 좀 하자고 외쳐봐도 그 문은 방학 내내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는 문 열어줘서 들어가면 본관 화장실 휴지를 가져갈까봐문을 열 수 없다며, 지난 십수년간 학교의 휴지를 교체해 온 노동자들을 휴지도둑 취급했고,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해온 역사가 상처가 되어 문을 열 수 없다며 마치 피해자인 양 행세했다. 방학 내내 미디어관으로, 화정캠퍼스로 노동조합을 피해 다니던 총무처는, 힘들게 만난 자리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언젠가는 되지 않겠냐는 말만을 반복했다.

황망했다. 쓰레기 치우는 노동자라고 쓰레기 취급만 받아온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긴 했지만, 학교가 이 정도로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닐 줄은 몰랐다. 억울해서라도 투쟁을 멈출 수 없었고, 본관 앞에 자리 잡고 학교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고려대학교는 한 달이 가도록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면담하고자 찾아간 자리에서 외부인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노조 담당자와 임원의 말은 묵살했고, 현장 노동자가 그 말을 통역하듯 되풀이 하여야 대답하는 우습지도 않은 촌극을 벌였다. 고려대학교라고 하면 유수의 명문대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교섭에 돌입한 다른 대학교들이 하나하나 합의해가는 동안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가지고 고연전 하나보다는 농담을 던지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최악이었던 순간은 합의에 거의 도달한 상황에서 용역회사인 C&S자산관리의 재무사정이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교섭이 지연되었던 때였다. 우리는 고려대학교를 청소하고, 고려대학교는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용역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교섭이 지연되는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학교는 할 만큼 했다고 하지만, 이러한 참담한 상황을 막기 위하여 할 만큼 하는 것은 제3자인 용역업체를 배제하고 노동자와 실질적 사용자인 학교가 직접 고용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힘들었지만, 어찌되었건 올해의 임금교섭은 마무리되었다. 양보한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지만, 우리의 임금을 우리가 교섭하여 결정했고, 예년처럼 시급 4~500원 인상 선으로 만족한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생활임금을 주장하여 일정 부분 쟁취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이번 교섭에서 노동조합은 청소노동자들의 학내 와이파이, 의료시설, 도서관 등을 다른 학내 구성원과 동등하게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였고, 아직 이를 얻어내지 못하였다. 이번 교섭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고려대학교와는 하등 관계없는 용역업체의 사정으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한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 매년 힘들게 교섭하고 투쟁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 이번 투쟁의 끝은 항상 다음 투쟁의 시작과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는 지금처럼 하청업체와 교섭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이익을 보는 당사자(실질적 사용자)와 우리를 법적으로 고용하는 법적 사용자가 서로 다른 데에서 오는 근본적 모순이 먼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고려대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학교의 구성원 대우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매 투쟁마다 목격하게 되는 학교와 용역업체 간의 끝없는 책임회피의 연쇄도 모두 없이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투쟁은 힘들다. 그렇기에 투쟁을 좋아하는 노동자도, 파업을 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그렇기에 그 문제들이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투쟁을 멈출 수 없다. 푸념하듯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내년 초가 되면 또 다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바람을 가져보자면, 앞으로의 교섭과 투쟁은 용역업체가 아닌 고려대학교와 직접 하고 싶다. 원하청의 책임회피 사이에 끼어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고려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고려대학교의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고려대학교와 우리의 노동조건을 논의하고 싶다. 어차피 투쟁해야 한다면, 그렇게 조금은 더 속 시원하게 투쟁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박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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