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고연전 농구, 우리 때는 이랬어!
-선배들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SPORTS KU = 김규민 기자, 사진 백금주, 박채원 기자] 2000년대들어 프로농구가 출범하고 스타플레이어들이 프로농구로 옮겨가면서 대학 농구의 인기도 프로농구로 옮겨갔다. 하지만 대중적 관심이 덜해진 와중에도 정기전 자체는 여전히 그 열기만은 프로농구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축제였다. 90년대 스타들에 비해 그 파급효과는 떨어졌으나 정기전을 거치고 프로무대에서 또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계속 배출됐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정기전에서 이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에 힘입어 연승, 무패를 이어가며 ‘왕조’를 이루곤 했다.


Profile
이름 : 양희종
생년월일 : 1984.05.11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03학번
현소속 : 안양KGC인삼공사
Profile
이름 : 이승현
생년월일 : 1992.04.16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11학번
현소속 : 고양오리온오리온스
Profile
이름 : 문성곤
생년월일 : 1993.05.09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12학번
현소속 : 안양KGC인삼공사



“정기전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 벅차고 뛰었다는 그런 경기에 뛰었다는 사실 자체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양희종
“처음 정기전은 너무 정신이 없었어서 경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에요. 그 정도로 부담감이 큰 경기였습니다”-문성곤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기전은 학우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뛸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이승현

2000년대 초반 대학농구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중앙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가 2000년, 2001년에 개최된 mbc배 대학농구, 대학농구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학농구의 격변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부터 연세대는 다시 한 번 대학농구 왕좌의 자리에 올랐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그 중심에는 양희종, 그가 있었다. 고려대 농구부는 2010년대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2 농구대잔치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MBC배 대학농구, 대학농구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정기전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고려대의 ‘황금세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기전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황금세대의 주역은 ‘두목호랑이’ 이승현과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문성곤이었다.

EPISODE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때 그 장면의 이야기

양: 제가 4학년이었을 때 우리 학교의 혼혈 선수 출장 여부를 두고 경기가 지연되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06년 정기전 당시 미국 대학 졸업생이며 독일 3부리그 선수 경력이 있었던 연세대 이동준의 출전 자격에 고려대 측에서 강하게 항의하여 경기가 1시간 40분 가량 지원됐다) 경기는 계속 지연되는 되고 결국 그날 경기 내용도 아쉬웠기에 기억에 많이 남아요.
문: 저 때문에 벤치 클리어링이 나왔던 적이 있었죠. 리바운드를 잡았는데 (천)기범(연세대13, 서울삼성)이가 저를 좀 세게 당기더라구요. 그 바람에 좀 욱했었요. (웃음) 그러다가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다 튀어나와서 분위기가 좀 험악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 4학년 때 경기를 이기고 단상위에 올라가서 장렬하게 막걸리를 한 병 때렸습니다. 아마 제가 최초일걸요? (웃음) 그때 정기전 준비하면서 당시 응원단장이랑 밥 먹으면서 상의했던 거였어요. 이기면 공약을 걸라고 하길래 막걸리 한 병만 마시겠다고 했죠. 경기 끝나고 단상에서 막걸리를 받으니까 학우 분들이 ‘막걸리찬가’를 불러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원샷했죠 사실 그거 너무 미지근했어요. (웃음) 아 ‘두목호랑이’라는 별명도 고려대 때 응원해 주시던 분들이 붙여주신 별명인데 대체 누가 왜 그런 별명을 지었는지 아직도 몰라요. 지은 사람을 찾아서 물어보고 싶어요.(웃음)

RIVAL 너만은 이기고 싶었다

양: 특별히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당시 고려대에 있었던 주태수(체교02) 형이 키가 워낙 크다보니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기억이 있네요.
이: 김준일(연세대11, 서울삼성)이랑은 중학교 때부터 맨날 만났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 라이벌인 학교에 진학해서 대학교에서도 맞 붙었어요. 서로 얘한테 지면 감독님한테 죽는다 이런게 있었어요. (웃음) 지금은 제일 친한 친구입니다.

STRONG POINT ‘황금세대’의 비결은?

문: 선수층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승현이형이랑 (이)종현(체교13, 울산모비스)이가 정말 잘했어요.
이: 우리가 있을 때 고려대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대학 탑 클래스였어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간절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정기전에서 만큼은 우리팀에 자기 혼자 욕심 부리지 않고 팀을 위해서 희생할 줄 아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SPORTS KU: 이와 비교해 지금 고려대 후배들을 평가한다면?)
이: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 지금 고려대가 연세대를 압도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경기적인 부분 뿐 아니라 간절함에서도 연세대 선수들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정기전에서 이기려면 내가 꼭 영웅이 되는 것보다 팀에 헌신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내가 돋보이지 않아도 팀이 이겨야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후배들은 그런 생각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EPISODE 2 :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의 고연전 뒷이야기

이 : 제가 2학년 때 정기전을 마무리하고 식당에 가려고 숙소에서 내려오는 길이었어요. 개운사길에 딱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축제를 즐긴다고 다들 길거리에 나와 계시더라구요. 그분들이 저를 보시더니 끌고 식당으로 들어가셨죠. 식당에 들어가니까 자기소개도 시키고 술도 먹이시더라구요. 89학번 선배님들이 용돈도 좀 주셨어요. 가는 식당마다 그래서 진짜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개운사 길부터 안암오거리까지 가는데 거의 3~4시간 걸렸어요.

양 : 저희는 학교 전통이 정기전에서 이기고 나면 신촌로터리에서 하차해서 숙소까지 걸어가요. 그곳에서부터 학우분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면서 연세대 정문까지 걸어갔어요. 정문에서는 사람들이 응원해주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 문 : 회식 때 선배님들 그리고 원로 선생님들과 함께 술을 좀 먹었어요. 선수단들끼리도 술을 먹고 싶긴 했는데 다음날 경기가 있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자제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Episode 3 : 정기전 준비는 이렇게!

양 : 사실 저는 농구 준비보다 노래를 준비했던 기억이 더 많아요. 노래를 열심히 안부르면 경기를 진다라는 징크스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경기 외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아, 고대 선수들 분석해서 매치업에 좀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있네요.
문 : 정기전 날 경기장 가보면 엄청 시끄럽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환경에 먼저 익숙해져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기전 경기장이랑 분위기를 최대한 비슷하게 한다고 화정체육관에서 노래틀어놓고 연습했어요.
이 : 저 때는 정기전 100일전부터 합숙을 시작했어요. 100일 합숙 시작하면 체력운동하고 연습게임을 정말 쉴틈 없이 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단합력을 기르자는 취지였죠. 개인적으로 마인드컨트롤을 열심히 했어요. 선배님들께서 다른 경기는 다 져도 되니 정기전만큼은 이기자고 하시더라구요. 그 얘기 듣고 계속 이기자는 생각으로 모든 연습에 임했던 것 같아요.

MESSAGE I 후배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메시지

양: 지금 연세대에서는 박지원, 이정현(연세대18) 같은 앞선 선수들이 기대가 많이 됩니다.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줘서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임팩트 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농구장에 오는 학생들로부터 농구 보러오길 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물론 부상 당하는 선수가 없어야 겠구요.
이: 주희정(체교95) 감독님이라는 정말 좋은 감독님이 부임하셨는데 선수들이 감독님 말씀 잘 따르고 성실히 운동하면 좋겠어요.
문: 더 근성있게, 더 악착같이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고려대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투지나 열정 같은 것들이 전에 비해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이번 정기전은 정말 재미있는 경기하고 응원 하러 오는 학우들을 즐겁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상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MESSAGE II 정기전을 즐길 학우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메시지

양: 정기전이라는 축제가 딱 대학생 때만,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만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즐기고 싶어도 못즐기는 사람들도 많은 축제인 만큼 양교 학우 분들 모두 후회 없이 재미있게 노셨으면 좋겠습니다!
문: 정기전은 축제인 만큼 신나게 응원하면서 즐기셨으면 좋겠고 다치거나 사고가 같은 것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 졸업하고 SPORTS KU를 통해서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요. 대학 시절을 돌아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번 정기전 저도 멀리서나마 함께 응원할테니까 저희 후배들 함께 응원해 주시고 후배들이 잘해서 우리 농구부가 꼭 승리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7 03:2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