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 둘째날 저녁에 있던 일입니다. 아직 학부생이지만 기차놀이하고 다닐 학번은 아닌지라 친구와 둘이서 폐막 공연보고 학우들 기차놀이 하는 거 구경하다 옆살이에 있는 황소곱창으로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을 때가 8시 조금 넘어서 였는데 한 세 테이블 정도만 차 있고 빈 자리가 많아 손님 받으시냐 예약된 것이냐 여쭤보았더니 들어오라고 예약 없다 하셔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둘이서 모듬은 양도 좀 많기도 하고 안 먹는 부위도 나오니까 한우곱창으로 2인분에 술도 좀 시켜서 먹었습니다. 처음 와보는 거였는데 맛도 괜찮아서 다음에 또 올까 생각도 했습니다. 근데 다른 선배님들 가족들 같이 오신 테이블은 곱창 직접 잘라서 구워주시던데 저희 테이블로는 안 오시길래 바빠서 그러시나보다 하고 저희가 잘라서 구워먹었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9시 좀 넘어가니 옆 테이블이 나가면서 빈 자리가 많아지고 교우회 선배님들 단체 손님이 들어오시더군요. 그래도 아직 홀에는 빈 테이블에 4개 이상 남아있었습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먹다가 술은 더 시켜서 남았는데, 양이 좀 모자란가 싶어서 곱창 1인분을 추가했더니 남자 사장님이 곱창이 다 나가서 없다고 하셨습니다. 추가 주문한 시간이 9시 20분도 채 안되었을 때입니다. 고연전날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곱창집에서 곱창이 다 나가진 않을 겁니다. 혹 앞에 손님들이 굉장히 몰려 다 나갔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그렇다면 옆에 앉으신 교우회 선배님들도 다 나간 걸 알고 들어오신 걸까요.

그때부터 이게 우리가 학부생 같아보이고 매상에 도움도 안되는 것 같아보여 그냥 없다고 말한건지, 다른 단체 선배님들 받으면 모듬에 술도 많이 팔아줄테니 얼른 나가라고 한 소린지 이해가 도통 안 가더라구요. 그래서 남자 사장님 말고 여자 사장님 지나가실때 곱창 1인분 추가해달라고 하니까 알겠다시면서 불판에 기름빼고 곱창 준비하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그냥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계산하면서 왜 곱창 없다고 하셨냐고, 그냥 우리더러 얼른 나가라고 하신 소리냐고 물어봤는데도 바빠서 실수한 거라고만 하셨는데, 그게 실수일 수 있나요.

그 자리에서 더 따져서 옆에 계신 교우회 선배님들도 듣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만 남았네요.  안암에서 장사하시면서 왜 고대생들 그렇게 쉽게들 보시나요. 오늘같은 날은 선배님들이 팔아주시는 게 당장 매출에는 도움이 되셨겠지만, 고연전 하루 장사하실 거 아니시면 평소에 매상 올려주는 건 결국 고대생들 아닌가요. 사장님 츤츤해보여서 호감갔었는데 두번 다시 뵐 일 없을 것 같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7 00:0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