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시야는 자주가지는 못합니다. 가난한 저소득 유사전문직이라서 한끼에 일인당 십만원근처씩 지출하는것이 쉽지않기도 하고,  어줍잖은 곳 가서 위장한테도 미안하고 지갑한테도 미안했던 기억이 몇 번 있어서요.

하지만 판교 스시쿤은 얇은 지갑사정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가게 되었네요. 두번쯤 가 보고, 아 이곳은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도 꽤 괜찮다는 소리를 들어 볼 만 하겠구나 라는 확신이 생기었습니다. 다만, 평소 친구가 없는 사정으로 고파서들에게 이 글을 올려드려봅니다.

한 번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부모님을 모시고 크리스마스오마카세[110,000] 를 즐겼고, 또 한 번은 동생을 데리고 디너 오마카세[90,000]+월계관쥰마이다이긴죠[90,000]를 즐겼습니다.

우선 구성이 정말 알찹니다. 2만원을 더 쓴 크리스마스오마카세에서는 시작 전에 셰프님이 선호하는 재료를 여쭤보시고 진행해주셨는데, 심지어 자왕무시에까지 원하는 재료(우니)를 때려박아주셨습니다. 어울리겠다 싶은데는 그냥 다 넣어주셔서 아주 만족감이 좋더라구요. 특히 카이센동에는 5구짜리 우니 한팩을 거의 다 때려박으시는것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사바를 요청하신 아부지는 갖은 방식으로 조리된 고등어 회와 초밥을 받으셨었지요.

크리스마스 오마카세는 뭐 특별한경우니만큼 제외하고, 일반 디너 오마카세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시미는 일반적인 순서와 비슷하게, 흰살부터 기름진것으로 일이십여점이 나옵니다. 조리방법도 꽤나 다양하구요. 인상적이어서 기억나는것은 다시마에 숙성한 광어, 지느러미, 중뱃살, 대뱃살, 찐전복과 게우소스, 복사시미 정도가 있었네요. 카이센동은 작게 연어알, 우니, 마, 다진 아구간 정도를 올려서 나왔습니다. 뒷주방도 실력이 녹록치 않아서 조갯국, 전복술찜,복튀김 등 요리부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보통 위장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미 사시미에서 꽤나 든든하실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엄마도 사시미까지 드시고 이미 배가 차서 잠깐 쉬었다 먹어야겠다고 하셨으니까요. 이를 배려해 실장님이 스시 시작 전에 샤리를 작게 쥐실 지 먼저 여쭈어 주십니다.

스시도 다채롭게 꽤 든든히 나옵니다. 퀄리티와 구성 생각하면 9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이래서 남으시나....싶을 정도로 나옵니다. 타 스시야에 가서는 장어나 후토마끼가 나올 때, 아 벌써 끝이구나...아쉽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좀 있었지만, 여기서는 한 점 한 점 즐기다가 이제 슬슬 더는 못먹겠어...라고 생각 할 때 쯤 후토마끼가 나옵니다. 물론 저희 형제는 스스로의 위장을 과신하여 샤리를 작게 쥐지 마시고 밸런스있게 쥐어주십사 하고 부탁드린 죗값을 받은것이겠지요.

당연히 특별히 괜찮으신 피스가 있었는지 여쭤보셨지만, 저희 형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입을 열 수가 없었거니와, 안괜찮았던 피스 없이 다들 고르게 좋았거든요. 저희가 대답을 못하자 셰프님이 시무룩하셔서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 올리겠습니다. 라고 하심에 경악하여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흰 감동에 겨워 말씀을 못드린것입니다. 하며 황급히 사양을 해야만 했습니다.

사진은, 사시미와 스시가 나오자마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홀랑홀랑 집어먹은 탓에 별로 남기지 못하였습니다. 욕망을 이기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들만 남기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맛 자체도 훌륭하지만, 나는 질보다 양이야 개쩌는 스시 두어점 먹느니 쿠우쿠우가서 먹다죽을때까지 때려박겠어 ! 라고 생각하시는 대식가님들께도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한 번쯤 들러보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02: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