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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 잡채밥에 대한 단상
중국관 잡채밥에 대한 단상
글쓴이 : 익게이 아닙니다 | 등록일 : 2017-07-16 02:10:50 | 글번호 : 33058
4538명이 읽었어요 93명이 좋아해요 모바일화면

고려대학교 정문 맞은편,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중국관이 있습니다.
중국집 이름이 무려 중국관이라니 참 신기하죠? 미사여구 과잉의 시대에, 중국관이라는 심플한 이름에는 어떤 미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인생이 의도치 않게 점점 복잡해지다 보니 보다 직관적인 것들을 선호하는데,
그런 점에서 중국관의 네이밍 센스는 참 마음에 듭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잡채밥을 좋아합니다. 마라샹궈나 칭자오뉴로스 등등 저에게는 너무 복잡한 중국식 이름보다,
잡채와 밥이라는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발음하기까지 쉬운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참 가지기 어려운 덕목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참을 수 없는 심플함과 정반대로, 음식의 맛은 요동을 친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가게에 들어가 보면 어림잡아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노쉐프가 주방 한쪽에서 무거운 중국냄비를 흔들고 있습니다.
얼굴에 선명하게 패인 주름살과, 노인의 그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근육팔은
이 할아버지가 오랜 시간 동안 중식을 만들어 왔다는 걸  의미할 수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 다니시다가 은퇴하고 그냥 취미로 중국집 하시는 건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누구 아는 분 있으시면 댓글로 좀 달아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튼 음식맛이 왜 변하냐 하면, 이 할아버지의 오른팔은 초반에는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철냄비를 디스코 팡팡마냥 흔들어 제끼다가
손님 떼가 지나가고 나면 힘이 쭉 빠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국관을 수없이 가본 결과 점심 등의 피크타임이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의
맛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제발 일찍 가셔서 상태가 좋은 음식을 드시기 바랍니다.

잡채밥은 당연하게도 볶음밥 부분과 잡채 부분이라는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볶음밥 파트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찍 가면 밥알 하나하나가 기름으로 얇게 코팅되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멋진 볶음밥을 음미할 수 있지만,
피크타임이 지난 직후에 가면 밥알들이 무슨 서로 어깨 걸고 고연전 응원하는 고대 학우들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게다가 응원 끝날 때쯤 되면 땀에 푹 절은 고대생들처럼 이 밥알들도 기름에 아주 그냥 푹 절어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고연전을 음식 그릇 속에서 보고 싶으시다면 늦게 가셔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잡채는 볶음밥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가 않습니다.
여타 당면들보다 훨씬 뚱뚱한 면발이 고래 심줄마냥 힘차게 이빨을 튕겨냅니다. 정말로 면발이 잘리지가 않습니다.
저는 처음 잡채밥을 먹었을 당시 옆 테이블에 앉은 학우분이 힘차게 잡채를 씹어대는 것을 보고
'아아! 얼마나 맛있으면 저렇게 처절하게 씹는 것인가!' 라고 감탄하며 잡채밥을 시켰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질겨서 그렇다는 것을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은 19년동안 군만두만 먹다가 빡쳐서 유지태를 잡아 조지기로 결심하지만
최민식에게 군만두가 아니라 중국관 잡채밥을 줬다면 19년은 무슨 3년만에
울화통이 터져 홧병으로 죽든 스스로 목을 매 죽든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
방안에 목을 맬 도구가 없는데 무엇으로 매느냐? 물론 잡채 면발로 매겠지요.
잡채 먹다가 화나서 잡채로 목을 매 죽었다고 하면 자비로운 하느님도 빡쳐서 곧바로 최민식을 지옥으로 꽂아줄 것입니다.

저는 어릴 적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주제가 '단단한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동물들'  이었습니다.
2위가 흰개미가 지은 집이었고 1위가 거미줄이었나 그랬을 겁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PD가 중국관에 가본 적 있다면 1위를 중국관 할아버지가 차지했을 것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이는 늦게 갔을 때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일찍 가셨다면 적당한 쫄깃함을 가진 잡채가 여러분을 반겨줄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
여러분이 중국관에 일찍 가신다면 벌레는 몰라도 여러분 턱관절 건강은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모쪼록 일찍일찍 가셔서 행복한 점심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짧은 글이라고 제목에 써 놓고 점점 글이 길어지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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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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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 1 나두너져아 2017-07-16 02:22:19
요약 일찍가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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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 2 동물확대범 2017-07-16 23:27:10
이거 진짜 ㄹㅇ 이에요...
잡채밥에 잡채가 안씹혀요... 글에 써진것처럼 엄청나게 뿔어서(?) 두꺼운데 왜 딱딱한지 모르겠어요 ㅠㅠ
진짜 당면 거의 생으로 넘겼어요 아예 안씹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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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 3 순간의누적 2017-07-16 16:41:36
여기 가격 올라서 창렬된곳 아닌가요 ?

9 1

댓글 1 BEST 나두너져아 2017-07-16 02:22:19
요약 일찍가면 맛있다

64 2

댓글 2 소원을들어줘지니 2017-07-16 02:38:04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홈키파의재림이다!!!!

2 12

댓글 3 오리와눈먼숲 2017-07-16 02:57:24
ㅋㅋㅋㅋ오랜만에 중국관 가고싶네요...방학하고 못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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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2017-07-16 07:36:05
디스코팡팡 ㅁㅊㅋㅋㅋㅋ

0 5

댓글 5 아기 2017-07-16 08:09: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3

댓글 6 06학번 2017-07-16 13:23:36
올드보이 15년...

1 5

댓글 7 06학번 2017-07-16 13:23:46
ㅊㅊ

1 5

댓글 8 King Henry 2017-07-16 15:44:17
그래서 그냥 차이가 덜한 짬뽕밥을 추천

1 2

댓글 9 BEST 순간의누적 2017-07-16 16:41:36
여기 가격 올라서 창렬된곳 아닌가요 ?

9 1

댓글 10 얼음공주 2017-07-16 17:56:56
잘 읽었습니다^^

1 5

댓글 11 이러면나인줄모르겠찡 2017-07-16 18:26:2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이착착붙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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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우왕ㅎ굳ㅎ 2017-07-16 21:19:25
ㅋㅋㅋㅋㅋㅋㅋ오랜만에 재밌는 글 읽었네요 자주자주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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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BEST 동물확대범 2017-07-16 23:27:10
이거 진짜 ㄹㅇ 이에요...
잡채밥에 잡채가 안씹혀요... 글에 써진것처럼 엄청나게 뿔어서(?) 두꺼운데 왜 딱딱한지 모르겠어요 ㅠㅠ
진짜 당면 거의 생으로 넘겼어요 아예 안씹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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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롯데자이언츠 2017-07-16 23:53:10
필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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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익게이 아닙니다 2017-07-17 01:06:10
추천 눌러주신 분들 모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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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익게이 아닙니다 2017-07-17 01:07:00
4/ 안스님 글 잘읽고 있습니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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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이크루 2017-07-17 01:09:52
필력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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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교사가될꺼야 2017-07-17 17:29:39
ㅋㅋㅋㅋㅋㅋㅋㅋ 글읽다가 빵 터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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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자바한명 2017-07-17 17:53:47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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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사이다 2017-07-17 19:08:31
역시 익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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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겐맥트주 2017-07-17 19:46:41
사랑해요 성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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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곱하기더하기 2017-07-18 02:22:11
짬뽕밥을 먹어야함 그냥 국물 퍼다 주는거라 차이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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