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전날에는 야래향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늘의 BGM은 누구나 아는 그 노래, 첨밀밀(甛蜜蜜)입니다.
역시 등려군의 노래입니다.
1. 아침에 호텔을 나와 돌아다니다 만두 가게가 보여 만두를 사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우리나라에서 '만두'라고 부르는 물건은 중국어로 '교자'라 하고, 중국어로 '만두'라 하면 내용물이 없는 단단한 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2. 타이중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타이중 공원이 나옵니다.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맛은 더럽게 없고 양은 더럽게 많은 밀가루 덩어리를 우걱우걱 씹으면서 산책을 했는데 결국 반은 제 뱃속으로, 반은 연못의 붕어 뱃속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3. 대만 하면 버블티, 버블티 하면 대만이죠. 이 버블티라는 물건을 최초로 만든 찻집이 춘수당이고, 그 춘수당의 본점이 바로 이곳 타이중에 있습니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씁쓸하고 적당히 고소하며, 타피오카는 매우 부드러운 그런 근본 있는 맛이었습니다. 찻집에 와서 보니 여기도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팔더군요. 돈이 좀 더 깨지더라도 차라리 여기서 아침을 먹을걸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무튼 그렇게 버블티 한 잔 마시고 나니 만두로 갑갑했던 속이 개운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4. 만화 벽화 골목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한 번쯤은 본 캐릭터들이 보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기대를 많이 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가서 사진 찍기에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저 골목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 지난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나왔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기분이 상당히 묘했습니다...
원래는 이번 여행에서 가오슝도 가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타이중 in 타이베이 out으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5. 국립대만미술관입니다. 사실 저는 미술에 별 흥미가 없어, 여기를 넣을까 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타이중 시내에 볼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여기를 포함을 시켰습니다.
미술관 자체도 공원과 어우러져 있어 하나의 미술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관람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가 갔을 때에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입구에서 체온 측정 및 손 소독을 하기는 했지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타이중 공원에서 춘수당, 만화 골목, 미술관까지는 모두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거리 자체는 꽤 되지만 동선이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버스가 있기는 있겠지만 배차간격 포함하면 걸어가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듯 합니다.
6.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미술을 잘 몰라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몇 개의 전시실이 수리중으로 관람할 수 없었던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관람료도 없고, 체험 코너와 기념품 샵도 잘 되어 있으니 타이중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들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7. 미술관 앞에는 동물원...이 아니라 이렇게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미술관 안에 예술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앞의 경관까지 신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근처에 맛집도 많다 하는데, 시간이 오전 11시로 식사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여기서 밥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8. 미술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무지개 마을'로 이동합니다. 원래는 타이중 교외에 있는 평범한 마을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황용푸라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마을에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유명해지기 시작해 마을은 무지개 마을로 알려지게 되었고 재개발 계획이 철회되었다고 합니다.
만화 벽화 골목보다야 크지만 여기도 규모가 그렇게 큰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골목마다, 벽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그림을 보며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마을을 두어 바퀴 돌아도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정든 마을을 구하고 관광명소로 만든 할아버지의 노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9. 무지개 마을 근처에는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마침 인근에 영동대학이라는 대학이 있는데, 그 주변에 식당이 많아 보여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도보로 5~10분 정도 걸립니다. 사진은 양고기 볶음면인데 이게 대만 돈으로 60원, 한국 돈으로는 2400원이나 합니다... 이런 가게는 먹어서 혼내줘야 합니다.
가게가 좀 허름하긴 했지만 맛도 괜찮았고 물 대신 주는 레몬차도 맛있었습니다.
10. 구간차(통근열차)를 타고 교외로 나갑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소요산역-백마고지역 구간을 제외하면 통근열차가 다니지 않고, 그마저도 곧 없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3년 전에 한탄강역 근처에 있는 전곡리 유적을 보러 가는데 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 여행가서는 여러 번 탔었고요.
이러한 통근열차가 사라진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한 사람의 개인이 이런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순 없지요.
11. 기차를 타고 타이중 교외의 칭수이역에서 내리고, 그 앞에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고미습지로 갑니다. 드넓은 갯벌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버스로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긴 한데, 문제는 그 버스 배차간격이 어마무시합니다. 기차 시간표랑 연동도 잘 안 되어 있는 것 같고요...
원래는 마O리O트립에서 고미습지로 가는 1일 버스투어를 예약했는데, 인원 미달로 전날 취소가 되었습니다. 대만 여행 카페에 동행을 구하는 글을 급하게 올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혼자 갔습니다. 인원이 좀 되면 칭수이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겠는데, 혼자뿐이라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다가 탔습니다. 아 물론 버스요금은 교통카드가 있어 공짜였습니다.
무튼 그렇게 고미습지에 도착을 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여기서 보이는 일몰이 장관이라던데 아쉽게도 날이 흐린데다가 비까지 살짝 뿌렸습니다... 그렇지만 날이 흐려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곳이었고, 1시간 정도 머무르다가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돌아올 때였는데, 다음 버스는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더군요. 물론 그 버스를 타도 되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타이중 시내에 8시 넘어서 도착하게 되고, 그러면 저녁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이나 자전거를 가지고 온 현지인들이었고요. 택시를 타고 온 사람들도 가족 단위로 와서 제가 끼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혼자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 아저씨가 300원 부르던데 그 때에는 별 생각 없이 OK를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흥정을 하고 탈걸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만에서 쓰는 화폐의 정식 명칭은 '신 대만 달러'인데, 현지에 가면 元이라 쓰고 다들 위안이라 읽습니다. 국내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달러, 원, 위안 등의 명칭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데, 제가 앞으로 여행기에서 '원'이라고 하면 대만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대만 돈 1원이 한국 돈으로 40원 정도 됩니다. 원래는 살짝 안 되었는데 방금 검색해 보니 딱 40.00원을 찍었네요. 요새 많이 올랐습니다.)
12. 타이중역에 도착하니 7시 반이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우유맛 훠궈를 먹어 보았는데... 네 이것도 한 번쯤은 먹어 볼 만 하지만 굳이 내 돈 내고 사먹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맛이었습니다.
다만 가격은 208원으로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13. 이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궁원안과입니다.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으로, 이름은 안과지만 사실은 제과점인 그런 이상한 곳입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미야하라(宮原) 안과진료소'로 지어진 곳입니다. 그러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버려졌고, 그 이후에 빈 건물이 훼손되고 철거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르추(日出)라는 타이중 지역의 유명 펑리수 베이커리에서 인수를 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14. 내부 모습입니다. 옛날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빵이나 과자를 사갈 수도 있고, 아이스크림을 테이크아웃해서 먹을 수도 있고, 2층에는 레스토랑 겸 바도 있습니다. 직원들도 당시에 간호사들이 입었던 일본풍의 치파오를 입고 있는데, 다들 저에게 매우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고 저도 매우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대답을 했습니다(...)
15. 궁원안과에서 태양병(太陽餠, 타이중의 전통 과자)을 한 박스 사고, 입가심할 겸 해서 테이크아웃해 먹은 아이스크림입니다. 토핑 2가지를 공짜얹어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타이중은 버스요금도 공짜, 미술관도 공짜, 아이스크림 토핑도 공짜입니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지만... 장중정 총통이 아니라 실제의 저는 (아직까지는) 풍성합니다... ㅎㅎ
2일차 여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질문 및 코멘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7 00:02: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