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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2
익명
2019-02-17 12:45:59
사실 너무 가볍게만 본 영화를 바라보는 분들이 계셔서 영화를 세번이나 본 제가 좀 슬픕니다. 극한직업은 그렇게 단순한 시기빨 영화로 평가받을 졸작은 분명하게 아니기 때문이죠.
우선 이 영화는 크게 해체주의, 시뮬라시옹, 그리고 키치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영화가 시작하고 창문값을 아끼려하던 장면에서 쫓기던 마약범이 “경찰이면 멋지게 잡아야 하는거 아냐?” 하던 장면은 기존 수사영화의 전체성을 해체합니다. 기존의 너무나 당연한 상식을 해체하며 전하는 해학은 사실 해체하는 해학이 정말로 ‘당연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감독이 그것을 뽑아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장면이 억지스러워죠. 극한직업은 기존의 페러다임이 갖고 있던 수많은 클리셰들을 해체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는데 성공합니다. (악역이 시민의 차를 뺐으면 가만히 뺐겨야 한다거나 아무리 위험한 차도를 질주해도 치이지 않아야 한다 등)
또한 원목적이던 수사 중에 뜬금없이 잘 되는 치킨 장사에서 우리는 진품보다 복제물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뮬라시옹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시뮬라시옹의 핵심은 돌이켜보면 진품이라는 것 자체가 있었는가, 결국 모든 것은 복제의 복제의 복제물이 아닌가, 이런 인생 속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는데에 있을지 모릅니다. 영화 속 류승룡의 애환은 결국 철학이 현학적인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접목되어 있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영웅본색의 당년정이 흘러나오며 정의 내리기보다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는 유미주의적 키치를 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고품격적인 유머이자 미적 취향으로 현대의 팝아트나 레디 메이드가 부르짖던 가치를 영상으로 훌륭히 표현했다는 장점이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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