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명: Stravinsky: The Rite of Spring / The Nightingale
음악가: Stravinsky, Trifonova, Tear, Longworth, Whelan, London Symphony Orchestra, Philharmonica Orchestra, Robert Craft
음반사: Naxos
발매연도: 2005

방학이 되었을 때 다시 들어보고 싶은 음반이 몇 장 있었다. 주로 독서나 공부 그리고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쓰기에는 아깝거나 너무 난해한 음반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시디를 오디오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른지 1분 만에 방학 때까지 듣지 못할 음악의 목록에 들어갔다. 곡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해 난해했고, 타악기 소리가 강조된 부분이 중간중간에 있어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듣기에는 신경이 거슬렸다.

방학의 둘째 날인 오늘 다시 한번 봄의 제전을 들어봤다. 오디오로 들었을 때 큰 타악기 소리에 불안했던(어쩌면 스트라빈스키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MP3 플레이어와 헤드폰으로 들어보았다. Koss의 Porta Pro 헤드폰은 저음이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굉장히 따뜻한 음색을 가졌다. 날 불안하게 했던 북 소리도 따뜻하게(비록 왜곡의 결과이지만) 들렸기 때문에 이번 감상을 부담 없이 마칠 수 있었다.

30분의 재생시간 동안 음악을 따라가기 버거웠다. 발레공연과 함께 연주되도록 작곡한 음악인 만큼 줄거리와 함께 즐겨야 하는 음악인데, 낙소스에서 제공한 책자의 내용이 너무 빈약해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위키피디아에 정리되어 있는 줄거리를 참고하며 들었지만 애초에 이야기가 워낙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이나 소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상상하며 즐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봄의 제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작곡 전 머릿속에서 떠올린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는 위키피디아에 정리된 줄거리보다 오히려 음악 그 자체에 더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전반부의 Augurs of Spring과 Ritual of Abduction, 그리고 후반부의 Sacrificial Dance에서는 제전의 웅장함과 신비함 그리고 격렬함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인상 깊었다.

후반부의 Mystic Circles of the Young Girls도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율이나 연주가 있던 건 아니지만(스트라빈스키에겐 미안하지만 Augurs of Spring의 타악기 연주를 제외하면 이 작품 어디에도 그런 부분은 없었다.) 줄거리에서 소녀들이 열중하는 불가사의한 놀이를 잘 표현한 곡이다. 신비로웠고, 난해했고, 조금이지만 이 제전이 섬기는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후반부의 Evocation of the Ancestors와 Ritual Action of the Ancestors도 다시 한번 들어볼만한 곡이다. 의식에서 선택된 소녀가 제물로 바쳐지기 전 선조가 소환되기 까지의 과정을 긴장감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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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썼던 걸 여기에도 올립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2:5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