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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원은 서초동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신생 로펌이었다.
갓 로스쿨을 졸업한 신출내기 청년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로펌은, 아직 일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단 한 명 있는 어린 스태프 직원은 드러내놓고 컴퓨터로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고 있었고, 변호사 둘은 그를 말리지도 못한 채 큼큼 입술 사이로 마른 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러다 우리 망하는 거 아냐… 형? 나 율촌 버리고 여기 온 거 알지?”
불안한 눈길을 던지는 것은 형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0기 졸업생으로 성적도 우수했다. 서울과학고, 카이스트를 진학한 이과형 인재임에도 별안간 ‘IT 변호사’라는 환상에 빠져 로스쿨에 진학하였다가 후회를 잔뜩 한 케이스였다.
톡톡. 그 앞에 데스크에 손가락을 두드리는 것은 이곳의 대표, 젊은 한상식이다.
“에이. 형식아. 형이 누구냐. 안 그래도 단골 몇 명은 잡고 시작한 거야.”
“…그 단골이 누구인데, 형 친척 중 그 칼국수 집 하는 분?”
하지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9기 출신의 한상식과 형식은 나이 차도 적고, 별다른 회사나 공직 경험 없이 바로 개업을 한 창업 멤버로서 서로 격의가 없었다.
“야. 거기가 얼마나 맛집인데. 그 집 할머니가 정말 만드신 거야!!”
“아. 미안. 미안. 할머니가 아직도 참 손맛이 좋으신가보네. 가봤어. 거기. 3년 전에. 여자친구랑.”
“아…… 사실 그때는 치매로 직접 영업은 안 하실 때인데.”
“...어쩐지 맛이 달라진 거 같더라.”
잠시 사무실에 썰렁한 침묵이 감돌았다. 스태프 직원의 입술 사이에서 흐뭇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 장면이라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변호사 둘은 한숨을 쉬며, 괜히 법전이나 뒤적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개업 두달째.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들은 나름의 놀이를 개발했는데, 법전을 뒤적이다 아무 죄명이나 읽고 그에 대해 시장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형법 제170조 실화, 제1항, 과실로 제164조 또는 제165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타인 소유인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을 불태운 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야. 이건 어렵다. 이건 어려워. 무슨 사건 있었지?”
“그 외국인 노동자가 풍등 날렸다가 기름탱크 터뜨린 사건.”
“맞다. 근데 그럼 우리가 불난 곳을 알아서 찾아가기라도 해야 해?”
“그거 말고, 찾아보니, 모텔에서 초 꽂고 생일 파티하다가 층 다 태운 사건도…….”
“됐다. 됐다.”
한상식은 법전을 덮고 고개를 내저었다. 학부 시절부터 한상식은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대번에 과 회장을 맡았고, 총학생회장을 맡았으며, 내부 비리가 문제되어 실각했다. 그럼에도 항상 씩씩했고 싹싹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그는 도무지 미워하기 어려운 종류의 인물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도 학문보다는 술과 대화의 기쁨을 탐닉한 그는,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것이 놀랍다는 평을 받으며 졸업 꽃다발을 받았고 곧 그것은 개업을 위한 빚더미 차용증으로 바뀌었다. ‘감사해요. 엄마!’ 부모의 집을 담보로 잡은 그의 단말마 감사 인사였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개업ㅇ...” 오랜 이공계 노예 생활과 연구실로 단련된 형식의 인내심도 닳아가고 있을 쯤이었다. 눈치 빠른 한상식은 바로 법전을 뭉텅이로 넘겨 그의 말을 끊고 공기를 바꿨다.
“이거 어때, 이거. 신생 로펌은 이정도 패기가 있어야지!”
“환…경정책기본법?”
그들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한상식
투비껀띠뉴..... 는 농담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4:0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