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난로를 샀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꼭 한 번
하얗게 눈이 많이 쌓여서
익숙한 동네를 걸어봤어

나는 있지 손난로를 다 써도 잘 버리지 못했어
툭하면 책상 정리하라며 맨날 잔소릴 들었지만
온종일 끔찍스레 아끼면서 꼭 품에 안고 있던 걸
그렇게 무정히 버린다는 게 좀 그래

나는 아직 니가 줬던 손난로를 서랍 속에 넣어뒀어
멀리 멀리 너 떠나가던 그 겨울에 줬던 거야
따뜻했었던 너의 말 너의 표정 작은 설렘까지도
가끔 꺼내보려고

오랜만에 니 생각이 났어
이렇게 펑펑 눈이 내리면
둘이 함께 걷던 골목 저편에
환하게 미소 짓는 니가 보여

오랜만에 손난로를 샀어
흔들면 놀란 듯 달아오르는
그 모습이 예전 우릴 닮아서
괜히 또 바보처럼 웃음이 나

나는 있지 손난로를 받아도 잘 흔들지 못했어
조금씩 식어가는 모습에 혼자 마음 아플까봐
하루 지나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싹 굳어버리고 나면
이제 다시는 녹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데

나는 아직 니가 줬던 손난로를 서랍 속에 넣어뒀어
멀리 멀리 너 떠나가던 그 겨울에 줬던 거야
따뜻했었던 너의 말 너의 표정 작은 설렘까지도
잊을 수 없어

나는 아직 니가 줬던 손난로의 온기를 기억하지만
차츰 차츰 식어갈 것을 분명 너도 알았겠지
그런 너조차 딱 한 가지는 끝내 몰랐겠다 싶은 건
바로 식을 줄 모르는
단 하나의 마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0: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