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조용필의 앨범 중 1988년에 발매된 제10집 Part.1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앨범에는 'Seoul Seoul Seoul', '모나리자', '수지' 등 음악적으로 훌륭한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만,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많이 듣는 곡은 '목련꽃 사연'입니다. 이 곡을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만, 목련꽃 피는 이맘때 더 생각나는 곡이라 다시 소개합니다.
   1988년 5월 28일에 발매된 조용필 제10집 Part.1 8번 트랙으로, 박건호 작사, 조용필 작곡, 조용필 편곡의 곡입니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편곡과 조용필의 절제된 보컬 그리고 간주 부분의 편곡이 돋보입니다.
   조용필 제10집 Part.1은 1968년 19살에 음악을 처음 시작한 조용필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39살이 되던 1988년에 발매한 음악 생활 2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입니다. 이 앨범의 첫 구상 당시에는 더블 앨범 형식으로 발매를 계획했으나, 워낙 바쁜 일정 탓에 1988년에는 제10집 Part.1, 1989년에는 제10집 Part.2 로 나누어 발매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조용필 제10집 Part.1 앨범은 조용필의 음악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창법 측면에서, 1980년 1집부터 1987년 9집까지는 주로 내지르거나 감정을 풍부하게 넣는 방식의 보컬을 구사했다면, 10집 Part.1부터는 창법에 변화를 주어 감정을 절제하는 방향으로 보컬 스타일을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창법의 변화는 1991년에 발매된 13집과 1992년에 발매된 14집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참고로 신해철은 14집에서의 조용필의 보컬이 최고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조용필은 10집 Part.1 수록곡 전곡을 작곡, 편곡했고, 전체적으로 퓨전 재즈 사운드를 지향했다고 당시 인터뷰에서 언급했습니다. 앨범 녹음은 일본인 연주자들이 모두 맡았고, 일본인 엔지니어가 한국의 지구레코드에서 믹싱했습니다. 일본인 연주인들과 엔지니어로 10집 Part.1 앨범 녹음을 진행한 이유는 조용필 자신이 평소에 추구하던 음악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도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조용필은 일본에서 여러 음반을 녹음하고 발매, 일본인 연주자들과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연주 및 편곡 실력, 엔지니어의 기술력, 최신의 녹음 스튜디오 시설 등이 한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었음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일본인 연주자들로 전부 구성된 조용필의 밴드 ‘조용필과 괜찮아요’를 결성하여 본격적으로 국내 및 일본에서 활동했고, 1990년에 발매된 12집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세련된 앨범의 편곡과 사운드를 보여준 10집 Part.1은 한국 가요가 처음으로 영미 팝 시장에 진출할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앨범 속지에는 조용필이 쓴 서문과 수록곡을 작사한 작사가들이 적은 짧은 글들이 함께 실려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은 앨범 버전, 두 번째 영상은 조용필이 허밍으로 부른 버전입니다. 조용필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작사가에게 작사 의뢰를 할 때, 악보를 주거나 곡의 멜로디 부분만 녹음해서 주었다고 하는데, 이때 녹음된 것이 유출되었거나 또는 스튜디오에서 정식 녹음 전 연습 때 부른 것을 누군가가 녹음한 것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음질이 조악한 것을 감안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앨범 정보>
[서문]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작업이 있다면
우주의 섭리를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이리라.

태어남과 헤어짐과
희로애락의 처절한 충격
그것은 오히려
다시 태어남의 무서운 원동력이 되는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사도가 되는,
평화의 메신저가 되는......
이 세상 끝까지.
-조용필-

[목련꽃 사연]
새벽 1시
멀리 L.A.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국을 순회하며 공연하고 있는 조용필 씨로부터였다.
조용필 씨는 대뜸 미국에서 만날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이 뜻밖의 질문을 받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조용필 씨는 작은 목소리로 하나의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멜로디에다 노랫말을 붙여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다시 통화를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도꾜에서 결려온 조용필 씨의 전화를 받았다.
음악생활 20주년을 맞은 조용필 씨는 우리 대중들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그 느낌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꾜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밀어닥친 여러 가지 일들이 나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온 조용필 씨는 가사가 없는 두 편의 멜로디를 나에게 주었다.
'모나리자'와 '목련꽃 사연'은 그가 겪은 고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품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는 내가 표현한 것의 열배 이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가수라는 것을...
그동안 조용필 씨는 내가 준 작품을 단 한편도 그냥 잊혀지게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박건호-

DESIGN: CHOI, SUNG-KYU
PHOTO: HUH, CHONG-TAE

(가사)
목련꽃 피는 4월에 그대를 처음 만났고
우리는 함께 걸으며 숱한 이야기 나눴지만
지금 내 곁에 남은 건 바람 소리뿐

이젠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시절의 속삭임들이 맴돌다가 떠나네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월이 가면 변해야 하나
신비스럽던 세상이 나의 곁에서 사라져갔네
그대 떠난 뒤에

돌아오라 그리운 그대
나는 그대 잊을 수 없어
돌아오라 그리운 그대

목련꽃 향기 날릴 때 그대는 멀리 떠났고
뒤돌아서는 나에게 아픈 상처는 남았지만
그때 그날의 추억은 아름다웠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그 목소리 들리네
(사랑해요 사랑해요)

돌아오라 그리운 그대
나는 그대 잊을 수 없어
돌아오라 그리운 그대    
돌아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4:4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