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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지휘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케이스는 정명훈 시절의 서울시향, 해외 케이스는 파보 예르비를 수석 지휘자로 영입한 NHK필의 케이스, 그리고 최근의 뉴욕필이 있다. 달라스 심포니, 홍콩필, 뉴욕필을 성장시킨 지휘자 츠베덴(Jaap van Zweden)의 능력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우선 츠베덴이 온 과정을 그와 뉴욕필의 스케쥴로 예상을 해보자면 뉴욕필의 아시아투어 중 한국에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티 때보다는 연습할 시간이 적었을 것이고,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람스에서 기대감이 더 줄어들었다. 애시당초 큰 기대도 안했고, 최근에 들었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자그마치 빈필의 홈인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린 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하지만 엄청난 연주력을 참을수가 없어 육두문자를 마음 속에 깊이 묻어두고 참을 수가 없어 2악장 도중에 뛰쳐나왔다. 그런 연주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너그러워져있었다. 1,2,3악장 전부 큰 실수들이 있었다.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 모두 실수가 꽤나 있었고 확실히 서곡이나 후반곡에 비해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3악장은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했고, 2악장은 내 기준 대형사고였다. 이러한 삐걱댐 때문인지 곡을 들을 때는 너무 좋다 싶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아쉬운 것이 너무 많이 남아 인터미션이 되자 조금 피로감을 느꼈다.

다만 기대했던 차이코프스키 5번을 생각하니 조금 살아났다. 달라스 심포니와 녹음한 앨범을 들으며, 상당히 빠르고 파괴력있는 차이코프스키를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힘은 더 강력했다. 오케스트라도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쥐어짜내고 있었다. 프로 연주에서 간만에 보는 책임감 가득한 무대였다. 이 교향곡이 쉬운 곡도 아니고, 당연히 실수도 있고, 합도 맞춰볼 시간이 없었을텐데 꽤나 엄청난 힘이 쏟아져 나왔음에 감탄과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유명한 RCO 악장 출신답게 현악기에서 단기간에 이끌어낸 소리는 엄청났다. 지휘에서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정확하게 드러냈지만, 단원들이 좀 더 내기 쉽게 리허설때 무슨 마법을 부렸을까라는 궁금증이 가득하게 만들었다. 국내 오케에서 단단하고, 때로는 매끄러운 소리를 들은 것이 작년 슈텐츠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7번 정도였을 것 같다. 고양 공연 때는 소리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을 연주였다.

즈베덴의 지휘는 명확하며, 직관적이다. 따라서 길을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수비토 피아노의 경우에서 이것이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예전의 번스타인이 그랬다는 듯이 방방 뛰는 투우 소 마냥 지휘를 하다가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것을 중지시킨다. 연주자라면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색한 것이 당연할 그런 지휘였다. 재밌는 점은 4악장 일부와 같이 붓점이 있는 경우, 지휘의 한 비트가 3대1로 끊겨서 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논두렁에 물길을 만들듯 정확하게 길을 만들고 오케스트라를 끌어들이면서 의외로 놓아주는 듯한 모습이 신기했다. 특히 조금은 호불호가 갈렸을법한 교향곡 2악장의 호른 솔로에서 호른 연주자의 개성과 그 상황에 모든 걸 맡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길을 명확하게 만드는 지휘자가 연주자를 믿고 약간의 템포만 잡고 나머지는 놔주는 모습이 조금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즈베덴과의 연주에서 경기필이 상당히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앞 풀트는 즈베덴과 혼연일체과 되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고생해준 목관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샤이와의 연주도 있다. 더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3 17:39:29: